곡지구는 장지, 마천지구와 함께 서울 시내 몇 안 되는 미개발 대규모 택지지구다. 서울 시내에 더 이상 이만한 택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오래전부터 마곡지구는 부동산 시장의 관심사였다. 개발 주체인 서울시는 한동안 개발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숱한 우여곡절 끝에 개발이 시작된 마곡지구가 향후 강서구 집값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 가양동 일대 336만4000㎡를 개발하는 마곡지구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개발에 들어가 2031년까지 총 3단계로 개발이 진행된다.마곡지구의 장점은 무엇보다 교통상의 이점에 있다.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 9호선과 인천공항철도가 지나간다. 여기에 서울시가 한강과 연계된 워터프런트(수변시설)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곡지구 중앙공원에 한강과 연결된 운하를 조성하며 이곳에 유람선, 요트를 정박시킬 수 있는 선착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가양동 하수처리장(서남물재생센터) 부지 16만㎡에 다목적 중앙광장과 분수, 편의시설, 수경시설, 산책로 등을 갖춘 복합공원은 이르면 3월 중 개장한다.이뿐만 아니라 마곡지구는 남으로는 발산지구, 서로는 방화뉴타운, 동으로는 가양동 CJ공장 부지 등 대규모 공장 이전 예정지와 맞닿아 있다. 강서구가 화곡동 봉제산 일대를 뉴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인 것도 마곡지구로선 플러스 요인이다. 김재현 서울 강서구청장은 지난 1월 21일 강서구민회관에서 열린 한경부동산포럼에 참석, “반세기 동안 서울의 변두리로 인식되던 곳이 이제야 주목받게 됐다”며 “등촌동 주변 준공업 지역과 화곡 유통 상가, 가양·방화 택지지구, 개화마을 개발과 관련한 연구 용역과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밝혔다.현재 서울시는 원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에 착수했으며 70%(2월10일 기준)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적게는 수억 원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대의 토지 보상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강서구 주변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술렁거리고 있다. 여기에 오는 5월 개통되는 지하철 9호선 효과도 벌써부터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9호선 효과는 주로 방화동, 가양동 아파트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개통 이후부터는 전세 값 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화1동 스카이공인 김영전 중개사는 “3억~4억 원대 급매물은 거의 소화된 상태”라며 “마곡지구 보상과 9호선 개통일이 다가오면서 집값이 조금씩 오를 분위기”라고 전했다. 방화동 발산동 가양동 등 9호선이 통과하는 강서구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현재 30% 대에 머무르고 있다. 여의도와 강남 등에 직장을 둔 수요자들의 문의 전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이날 포럼에 참석한 가양1단지 세종공인의 정혜영 중개사는 “2006년 말 최고가와 비교하면 강서구 집값도 지금은 20%가량 떨어졌다”면서도 “집주인들이 9호선 개통 기대 심리로 호가를 내리지 않아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그중에서도 66㎡(20평) 이하 소형 평형이 9호선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공산이 크다. 이들 평형대 아파트는 임대 수요가 많다. 또 이 지역 소형 평형 주택은 양천구 목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이날 포럼에 강사로 참석한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현재 목동도 소형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양동 소형 평형 아파트가 3.3㎡당 1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목동 집값의 5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특히 “강변 쪽 아파트들이 지하철 개통과 한강 프로젝트 수혜를 많이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마곡지구 주변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은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토지 보상금의 향배에 몰려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막대한 보상금을 챙긴 원주민들은 현재로선 부동산보다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 금융 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채권은 추후 매각 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가 불투명한데다 부동산 열기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도 원주민들이 안정성이 보장된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이유다.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선 어떤 상품이 주목받고 있을까. 내발산동 부동산플러스 이영희 중개사는 “마곡의 땅주인들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05, 2006년 미리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상가 건물이나 아파트를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며 보상금으로 일단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곡3동 장사덕 학사공인 중개사도 “토지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대토로 구할 땅이나 수익성 있는 상가 건물,자녀 증여용 아파트 순으로 투자 대상을 알아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염창동 부동산월드 김명란 중개사는 “지난해 20억~30억 원 하던 빌딩이 마곡지구 토지 보상 이후 호가지만 50억~60억 원으로 올라 내심 놀라고 있다”며 달라진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투자 자금들은 인근 김포, 파주 토지 쪽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지난해 말 정부가 대대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상대적으로 구입이 쉬워진 곳들이다.이런 가운데 마곡지구와 인접한 방화뉴타운 개발도 강서구로선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 중이다. 스카이공인 김 중개사는 “작년 10월 토지거래허가제가 완화돼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작년 중반 대비 지분 가격이 10~15% 정도 떨어졌다”며 “방화8구역의 23㎡짜리 주택 지분은 2억4500만 원 하던 게 2억1500만 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3.3㎡당 가격은 2700만~2800만 원이고 나와 있는 매물도 많다고 김 중개사는 설명했다.한편 이날 포럼에는 목동 주택 시장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버블 세븐으로 지목돼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받아오던 목동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승장은 아니지만 강남 집값이 조금씩 오르면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목동 3단지 89㎡만 해도 지난해 12월 4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호가가 5억 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다만 성급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목3동 강서공인 이성규 중개사는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 적절한 매수 타이밍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매수 시점은 6개월~1년 후로 늦춰 잡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신중한 투자를 권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