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LS

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지난해 선거 공약에서 2018년까지 1800억 달러 규모의 그린 에너지 산업 투자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력망 투자는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특히 미국에서만 최대 500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당선된 후 미국 행정부와 연구기관은 실제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마리를 전력망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 전력망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0년을 전후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투자가 정보 혁명을 이끌었다면, 향후에는 전력 인프라 투자가 에너지 및 환경 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이는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선진국 전력 설비의 노후화 △주요 국가들의 전력망 고속도로 프로젝트 추진 △이머징 국가들의 전력 사용 급속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산업의 거대한 트렌드에 비춰보면 국내에서도 매우 유망한 주식이 있다. 국내 최대 전력 기기 생산 기업인 LS(LS전선 계열의 지주회사)가 바로 주인공이다. LS는 LS그룹 내 전선부문 지주회사로 세계 전선 업계 3위권인 LS전선, 동제련 분야 아시아 1위인 LS니꼬동제련, 경전기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중전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LS산전, 기계 부품 사업에서 하이브리드카 부품으로 확대하는 LS엠트론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모든 자회사가 전력 기기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돼 원재료 수급에서부터 연구·개발 마케팅 등 경영 활동 전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데다 자회사들이 모두 해당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이 같은 장점 때문에 LS는 최근과 같은 글로벌 경제 침체기에 투자하기에 적합한 대안 주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LS의 핵심 자회사인 LS전선이나 LS산전의 경우 과거 LG그룹과 계열 분리하기 전인 LG전선, LG산전 시절부터 증시에서는 실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배당성향이 높은 우량주로 대접받아 왔다.신정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명박 정부도 녹색 성장을 경제 위기 극복과 신성장 테마로 꼽고 있는 만큼 이에 부합한 LS가 중·장기 투자 유망주”라고 추천했다.그렇다면 LS의 기업 가치는 어떻고, 투자 매력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LS그룹은 지난 2003년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씨와 허씨 일가 간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새로 탄생한 기업이다. 고 구인회 창업자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의 몫으로 분리된 기업이며 계열 분리 후 LG전선이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그룹 형태로 유지되다 2005년 3월 LS그룹으로 그룹 및 계열사 이름을 바꿨다. LS는 ‘리딩 솔루션(Leading Solution)’의 약자로 단순한 기계 부품 제조업에서 종합 장비 및 서비스업으로 확장해 해외 사업에 주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LS그룹은 이후 2008년 들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그해 7월 주력 계열사인 LS전선을 순수 지주회사인 LS와 사업 자회사인 LS전선(초고압 전력 케이블 등 전선 사업), LS엠트론(자동차 및 전자 부품 사업) 등 3개 회사로 물적 분할했다. 이에 따라 기존 증시에서 거래되던 LS전선은 LS로 변경 상장됐다.현재 LS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LS전선과 LS엠트론 외에 LS산전 LS니꼬동제련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JS전선(옛 진로산업으로 2004년 LS그룹이 인수한 해양 선박용 케이블 세계 1위 업체) 등을 손자회사(LS전선의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순수 지주회사인 만큼 별도로 영위하는 사업이 없어 100% 자회사인 LS전선 등으로부터 얻는 지분법 평가이익 등이 수익의 원천이다. 그룹 계열사인 E1(옛 GS칼텍스가스) 가온전선 예스코 등은 지주회사 체제에는 편입하지 않고 있다.LS의 최대 매력은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로서의 우수한 기업 가치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주회사 실적은 자회사들로부터의 지분법 손익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이 회사의 지분법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는 LS전선(지분율 100%)과 LS산전(지분율 46%), LS니꼬동제련(지분율 50.1%), LS엠트론(지분율 100%) 등이다.주력 자회사인 LS전선은 초고압 케이블 및 해저 케이블 매출액 증가로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고수익 제품인 해저 케이블 사업 진입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케이블의 꽃’으로 불리는 해저 케이블은 풍력 및 조력 발전 등과 관련이 깊어 미래의 성장 동력 산업으로 불리며, 유럽 국가 간 발전 비용 절감, 해양 풍력 발전의 증가, 서유럽 남유럽 북아프리카의 장기 해저 전력망 사업 및 동북아 전력 연계 사업 등의 영향으로 매년 30% 이상 고성장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시미안, 스웨덴의 ABB 등 빅3가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오랜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업의 신뢰성이 핵심인 만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LS전선은 빅3에 이어 세계 4번째로 250kV급 해저 케이블 개발에 성공, 최근 한국전력이 발주한 전남 진도와 제주 간 해저 케이블 사업권 경쟁에서 글로벌 업체들을 물리치고 계약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원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한전과의 해저 케이블 사업은 LS전선의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S전선은 이번 사업으로 인해 2011년까지 해저 케이블 시장에서 매년 1000억 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동해에 1300억 원을 투자해 해저 케이블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오는 5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LS산전도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전력 산업 투자 증가에 힘입어 외형 증가 및 수익성 개선 추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LS니꼬동제련은 국내 전기동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1위 업체이자 세계시장에서는 2위 규모의 동제련 업체로 지난해 전기동 가격이 하락하면서 마진이 감소했지만, 최근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S엠트론도 손익분기점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LS전선과의 물적 분할을 통해 효율성을 회복하고 있어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들어 경기 침체 징후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LS의 경우 오히려 투자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경기 침체기에 전선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미국 신뉴딜 정책 및 각국 경기 부양책의 실질적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주력 자회사인 LS전선은 특히 지난해 미국 전선 업체인 슈페리어 에섹스(Superior Essex)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 진출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신뉴딜 정책이 본격화되면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구나 오바마 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할 경우 슈페리어 에섹스를 인수한 LS에 수혜가 더욱 집중될 예정이다. 슈페리어 에섹스는 권선 및 통신선 분야에서 북미 1위 업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초고속 통신망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클 것이라는 게 LS 측의 설명이다.원·달러 환율 안정세도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소다. LS 자회사들은 수출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실적에 유리하다. LS전선과 LS엠트론의 경우 이론적으로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양사 영업이익이 500억 원 정도 증가한다. 하지만 문제는 환헤지 규모가 크다 보니 환율 급등락에 따라 영업이익 증가분 이상의 대규모 영업외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LS 자회사들은 외환 관련 손실이 많았던 탓에 상당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놓고도 LS의 지분법 평가익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LS 자회사들의 지난해 외환 관련 손실액은 거래, 파생을 합쳐 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올해의 경우 환율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회사들의 외환 관련 손실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증권은 LS 자회사들의 견조한 실적, 외환 관련 손익의 개선 추세 등을 감안해 LS의 2009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86% 증가한 1925억 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관 애널리스트는 “2010년 이후에도 세계경제 회복과 미국 시장점유율 확대에 따라 연평균 10% 수준의 안정적인 순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비상장 자회사들의 상장 가능성도 LS에는 중·장기 호재다. 지난해 물적 분할된 LS전선과 LS엠트론은 재상장이 3년간 유예됐다. 3년이 경과하면 신규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3년 이내에 재상장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슈페리어 에섹스도 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현지 증시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자회사들의 상장에 따라 LS그룹으로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는 모두 6000억~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하반기 실적 악화로 한때 신저가를 기록하며 4만 원선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이후 반등세를 이어가 현재 저점 대비 90% 정도 상승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가격도 2007년 말 기록한 사상 최고가(15만9500원)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의 중·장기 안정적인 성장 가치를 감안해 6개월 목표 주가를 9만5000원선으로 제시하고 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