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도, 사나운 1월의 스위스 산바람도 제네바 고급시계박람회(SIHH)의 열기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지난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17개 브랜드가 치열하면서도 우아한 향연을 펼친 세계 최고급 신제품 시계 공개 현장에 MONEY가 다녀왔다. 올해엔 과연 어떤 시계들이 탄생했을까, What’s up?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가 고급 시계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2009년 SIHH에서 새롭게 선보인 신제품들은 최고조의 분위기를 타던 지난해에 비해 다소 힘을 뺀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학적으로는 진일보했다. 불황에 여성들의 치마가 짧아지고 립스틱 색깔이 화려해지듯이, 에나멜링의 화려함으로 심미적인 만족을 얻고 경제 시름을 잊으려는 듯 보였다. 이와는 정반대로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 분야는 기술의 진보를 통해 보다 단단한 제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지난해보다 신제품의 개수는 줄었을지라도 기술적이고 예술적으로는 한발 앞선 것이 올해 SIHH 노블티의 아우라다. 대다수의 브랜드들이 값비싼 보석 장식 대신 ‘에나멜링(Enameld Painting)’을 선택해 예술적 가치를 더했으며, 기존에 있던 모델들을 조금 변형하거나 개조해 ‘변화(Modification)’를 준 신제품이 많았고, 그 어느 때보다 ‘장인 정신(Craftmanship)’을 강조하며 브랜드마다 오랜 전통을 강조했다. 그리고 시계 트렌드인 ‘하이 컴플리케이션’의 혁명적인 진화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올해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뉴스는 박람회의 전시 브랜드가 기존의 16개에서 17개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하이엔드 워치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랄프 로렌’이 새롭게 합세했기 때문. 패션 브랜드로 익히 알려져 있던 랄프 로렌은 리치몬트와 손잡고 기술 제휴를 맺어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했다. 랄프 로렌의 시계는 국내에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다양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SIHH는 지난해보다 다소 한산했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인해 방문자 수가 20%가량 줄었기 때문. 하지만 1200여 명의 전문 기자들이 어김없이 달려와 일류 시계의 중심과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국제 미디어의 관심을 보여줬다. 기자들은 더 바짝 긴장했다. 펜 잡은 손을 더 꽉 쥐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고, 카메라의 셔터는 쉴 새 없이 터졌다. 세계 최고급 시계들이 저마다 신상품을 가지고 경합하는 곳, 스위스 제네바 팔엑스포의 2009년 SIHH. 그 현장을 지면에 옮겨본다.제네바(스위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