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아파트 지구의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지는 높이를 완화해 스카이라인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최고 50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재건축되는 건물의 높이만을 높여준다는 것은 아니다. 용적률을 대폭 인상해 재건축 사업을 촉진하되 녹지 공간을 늘려 공공성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 서울시 구상이다.한강은 대한민국 현대화의 상징이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두고 해외 언론들이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 한강이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9일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통해 한강의 재탄생을 천명했다. 오세훈 시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프로젝트를 요약하면 한강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병풍과 같은 아파트를 재개발해 한강을 모든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지난 세월 한강변을 따라 아파트 단지가 하나둘씩 자리 잡으면서 볼품없는 콘크리트 병풍을 형성해 버린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성냥갑 아파트에 막혀 사유화됐던 한강변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주고 스카이라인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겠다”고 밝혔다.이번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은 기존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한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둔치 활용 등의 공간 구조 개편과 요트로 대표되는 수상 교통 활성화가 골자였다면 이번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은 녹지 공간을 제방 밖 주거 시설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차이다.서울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한강변 주변 85%가 주거지역이며 이 중 아파트 주거지역은 7곳이다. 문제는 이들 주거지역 중 20%가 이미 재건축됐고 나머지 80%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더 이상 미뤘다간 향후 20~30년 내에는 한강 공공성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 있다.이에 따라 서울시는 한강변을 전략정비구역, 유도정비구역, 일반관리구역 등 3개 구역으로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전략정비구역은 성수 합정 이촌 압구정 여의도 등으로 서울시는 이 지역을 한강은 물론 서울시 스카이라인 조정의 키포인트로 잡고 개발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망원 당산 반포 잠실 구의·자양 등은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중·장기 개발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며 이들 지역 외 나머지는 일반관리구역으로 지정, 서울시 기본 경관 계획을 적용해 통합 관리한다.강변 아파트 지구의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지는 높이를 완화해 스카이라인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최고 50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재건축되는 건물의 높이만을 높여준다는 것은 아니다. 용적률을 대폭 인상해 재건축 사업을 촉진하되 녹지 공간을 늘려 공공성을 회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재건축 시 기본적으로 해당 사업지 토지의 25%를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아 공공 용지 및 기반 시설을 조성한다.서울시의 계획이 발표되자 당장 해당 지역 아파트들은 반응이 심상치 않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뛰는 등 상승장 초기에 나타나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주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발표 직후인 지난 1월 23일 서초구는 한강변 아파트들이 일제히 값이 오르면서 한 주간 0.0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0.47%) 강동(0.38%) 강남(0.1%) 등도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송파구 잠실동은 재건축 규제 완화, 제2롯데월드 개발에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수혜까지 겹치면서 상승세가 뚜렷하다.여러 가지 규제로 묶여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역 내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닥터아파트가 서울 재건축 아파트 중 한강변과 인접한 단지를 조사한 결과 총 41개 단지 3만2788 가구가 초고층 허용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그중 여의도동과 압구정동은 이번 서울시 계획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여의도는 현재 55만㎡ 규모의 3종 일반주거지역이 업무, 상업, 컨벤션 시설이 어우러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된다. 대신 용도 변경에 따른 기부채납은 40%로 늘려 잡았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에는 최고 70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들이 대거 들어서게 된다. 63빌딩으로 대표돼 온 여의도 스카이라인에 일대 변화가 오는 셈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기부채납되는 부지에 문화체육시설, 공공문화시설, 도서관, 공원, 전시관, 선착장 등을 지을 예정이며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과 고급 레지던스 시설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기부채납을 40%로 늘려도 아파트 재건축이 가능할까. 재건축 컨설팅 업체인 미래파워가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40% 이상 기부채납해도 용도 지역 변경에 따라 주거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바뀌면 용적률이 600% 이상 올라가 재건축 사업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현행 재건축 기준보다 사업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현재 1584가구인 이 아파트는 서울시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최대 2822가구까지 늘릴 수 있다. 임대주택을 포함해 늘어나는 가구만 1238가구다.재건축 아파트 사업성을 결정하는 것은 일반 분양분 수와 조합원 무상 평형 규모. 세부 사항은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안만 갖고 따져 봐도 현재 59~79㎡에 거주하는 888가구가 모두 최소 115㎡(전용 85㎡)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대주택 비중을 얼마로 잡느냐가 관건이지만 최소 400가구 이상 공급은 가능하다는 것이 직접 시뮬레이션 한 미래파워의 설명이다.압구정동은 이번 한강 공공성 회복 프로젝트의 또 다른 기대주다. 서울 강남의 핵심 재건축 지역 중 한 곳인데다 단지 주변으로 교통망이 워낙 잘 발달돼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서울시를 비롯해 정부가 이 지역 집값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그동안 압구정동은 수차례 아파트 재건축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고강도 억제에 번번이 사업이 좌초됐었다. 이들 지역은 15층 이상 중층 재건축 단지여서 초고층으로 짓지 않으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상당수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사업 전환을 모색했지만 주변 지역 땅값이 워낙 비싼데다 재건축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커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 발표로 압구정동 잠원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두 곳이 어떤 방식으로 재건축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강남은 물론 서울시 집값의 향배가 달렸다.또한 이번 발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이촌지구다. 서울의 핵심 권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용산에 위치한 이촌동 지역은 우선 메가톤급 개발 호재가 많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압구정동과 비슷한 개발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바로 옆 한남뉴타운이 연결된다는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벌써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이에 비해 송파구 잠실동은 압구정동과 마찬가지로 강남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상당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물론 현재 발표된 서울시 안은 계획에 불과하다. 우선 국토해양부 등 중앙 정부와의 조율이 필요하다. 지난 2월 정부가 소형 평형 의무 비율 해제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여전히 일정 부분 소형 평형 의무 공급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이 조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다. 더군다나 현재 재건축과 관련된 상당수 규제들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수익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기부채납 25%가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재건축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 현행 아파트 재건축 시 기부채납 비율은 일반적으로 7~8% 수준이다. 김태섭 주거환경연구원 박사는 “사유지인 현 단지 내 공원 부지까지 기부채납으로 포함한다면 비율은 15%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기부채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부채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볼멘소리 일성이다. 기부채납으로 넘기는 토지 부과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얘기다. 해당 지자체가 앞장서 시의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또 10여 개 단지들을 묶어 광역 개발하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한마디로 여러 재건축 단지들을 한데 묶어 뉴타운화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복안인데 주민 갈등은 광역 개발에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요소다. 미래파워 장무창 대표는 “이번 서울시 프로젝트는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에 따른 주민 동의 부분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라며 “광역 개발에 따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재건축 주민 동의율보다 기준을 다소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지역 간 엇갈리는 희비도 서울시로선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안에 따르면 여의도 압구정 잠실은 고도 제한 완화 구역으로 지정돼 최고 50층, 평균 40층 내외로 재건축이 가능하다. 또 성수 이촌 반포 구의·자양·당산은 최고 50층, 평균 30층까지 재건축할 수 있도록 유도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망원동과 합정동은 전략정비구역,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기준대로만 재건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10일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한경부동산포럼에 참석한 합정, 망원동 공인중개사들은 서울시의 이번 정책이 형평성에 크게 어긋났다며 집단 성토장을 연출하기도 했다.한강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이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중산층을 위한 중형 아파트 공급을 천명한 1970년대부터다. 물론 시작은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공급은 이때부터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1968년 대한주택공사는 중산층을 위해 60~132㎡(18~40평)짜리 서민 아파트를 동부이촌동에 건설했다. 이것이 오늘날 한강변 아파트의 시작이다. 당시 택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급했다. 이후 1968년 이촌동에 공무원아파트 단지가 건설됐고 1970년에는 한강맨션과 외인아파트, 1971년에는 한강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정부가 이촌동에 한강맨션을 지을 때만 해도 분양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서민 주택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대한민국 주거 기준을 일순간 업그레이드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촌동 아파트 인기는 1970, 1971년 한강변 아파트 개발을 자극해 드디어 1970년 여의도에 아파트가 첫선을 보이게 된다. 이후 1978년까지 여의도에는 총 18개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됐다. 모두 11~15층 규모로 단지 평균 가구 수는 470가구였다. 여의도는 당시 박정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근대화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서울시는 이곳에 중산층을 위한 지상 12층짜리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이것이 지금의 시범아파트 단지다. 당시 여의도에 공급된 아파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해 1978년 삼익주택이 지은 여의도 목화아파트는 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화랑아파트는 7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과 동시에 150만~250만 원의 프리미엄을 기록하는 것은 기본. 급기야 1977년 국세청이 여의도 아파트 당첨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3분의 1이 무자격자로 밝혀져 당시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1975년부터는 현대,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 업체들이 아파트 개발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었다. 한신공영이 잠원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원래 한신공영은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막대한 토지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한강변 아파트 붐이 서울을 강타하면서 보일러 제조회사에서 건설회사로 업종을 변경했다. 1970년대 한신공영이 이 일대에 공급한 주택만 무려 1만 가구에 이른다.한강변 아파트 개발의 대명사인 압구정동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1975년까지 아파트 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현대건설은 이듬해 전격 주택 사업에 뛰어들어 1980년까지 압구정동 곳곳에 아파트를 지었다.투기 붐이 일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1978년 7월 터진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면 50가구 이상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는 공개적으로 분양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규정을 무시하고 당시 압구정동에 건설한 아파트 600가구 중 265가구를 정부 관리, 국회의원, 언론인, 대학 교수 등 상류층 인사들에게 분양했다. 분양가가 주변 집값의 50%인 수준에서 이 같은 특혜 분양은 사실상 뇌물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서 1978년 7월 경제 풍토 쇄신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것을 선언했고 대한민국 주택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책인 8·8 대책이 발표되는 단초를 제공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