랙 스완(Black Swan)’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세계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으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은 베스트셀러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에서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현상을 단순화한 선형방정식에 의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선형적 관계는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학교와 교과서’에서만 발생할 뿐이다.작은 변화가 엄청난 차이를 야기하는 비선형성의 일례로 탈레브가 언급하고 있는, 프랑스의 저명한 수학자 푸앵카레의 오스카 국왕상(탈레브에 따르면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이 상은 오늘날의 노벨상에 맞먹는 권위 있는 상이었다) 수상 과정은 충격적이다 못해 희화적이다. 처음에는 태양계의 안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된 푸앵카레의 논문은 수학 편집자가 출판 직전에 계산의 오류를 발견하면서 정반대의 결론, 즉 태양계의 불안정성을 증명하는 논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나비효과’ 또한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선형적인 인과관계의 단적인 사례다. 나비효과의 세계에서는 브라질이든 베이징이든 카이로든 나비를 따라다니지 않는 한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예측할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나비가 아니라 호주 들개의 킁킁거림이거나 아프리카 코끼리의 물 마시는 소리라면? 그때마다 모든 동물을 관찰하고 다닐 수는 도저히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예측이나 계획 따위는 ‘직업이니까’ 하거나 금전적 이득을 위한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 탈레브의 주장이다.세계 제1의 부자 워런 버핏도 예측에 대해 일축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측이란 특정 결과에 관심이 있거나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버핏의 스승이며 가치 투자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벤저민 그레이엄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미래 수익을 예측할 때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그 예상이 틀릴 것이라는 것이다. 과거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진실은 ‘미래는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그렇다!”글로벌 금융 위기가 실물경기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현시점에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열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사방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경우 경기 부양안에 이은 배드 뱅크의 설립과 그 실효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시장에는 아직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보고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 전망을 믿을 수도 없거니와 그나마 상하 변동 폭이 너무 커 단순한 참고용으로도 마땅치가 않다.말이 좋아 ‘기대와 불안’이지 위기 때는 언제나 그렇듯 시장에는 비관적인 전망이 득시글거린다. 이런 땐 모험을 하기보다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자신이 없다면 쉬는 것도 투자다.그러나 잃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측도 어렵고 변동성 또한 크다는 사실은 그만큼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의 이동은 언제나 이런 시기에 일어났다.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채와 그 파생상품, 주가연계증권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명심하자. “금융 역사상 가장 확실한 법칙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확신하는 바로 그 사람이 가장 가혹하게 시장으로부터 당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의 말이다.하나은행 목동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