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시장에 봄날은 올까. 많은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이다.결론적으로 현재로선 한 치 앞을 예견하기 힘들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체감 경기가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 없다.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랭한 겨울이지만 정부가 월동 준비 차원에서 비닐하우스(규제 완화)를 치고 있어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거래 회복에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는 철폐하겠다.”지난해 12월 29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개최된 베스트 공인중개사 송년 모임에 강사로 나선 국토해양부 이재영 주택토지실장의 말이다. 부동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고위급 정책 실무자의 입을 통해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규제 완화’는 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부동산에 얽혀 있던 규제가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재개발 구역 토지거래허가제, 소형 평형 의무 비율 등에 불과하다.이날 이 실장이 제시한 2009년 정부 부동산 정책 기본 골자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주거 복지 강화로 요약된다. 규제로 인해 시장 회복이 더디다고 판단될 경우 예외 없이 해제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 실장은 “징벌적 규제는 전부 완화하거나 해제한다는 원칙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논란이 됐던 분양가 상한제는 현재로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재당첨자에게 적용됐던 청약 배제 기간을 민영주택의 경우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기간도 대폭 단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르면 3월 중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토지거래허가구역도 대대적인 손질이 예상되고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규정을 대폭 완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투기 우려가 없는 지역이 우선적으로 해제되며 여기에는 행복도시, 혁신도시 등도 포함된다. 정부는 현재 전 국토의 19.2%에 달하는 1만915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푼다는 방침을 세웠다. 강남 3개구 투기 지역 해제와 관련해서는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대응할 태세지만 3월께 폐지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기 재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강남 3구만을 별도로 규제한다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 부과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도 강남 3구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주택기금 구입 자금 조치 프로그램에 30년 장기 장기 대출이 도입된다. 현행 1~3년 거치, 17~19년 상환 조건을 5년 거치, 25년 상환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 밖에 대출이자 상환액 소득공제 확대 등도 검토되고 있다.이 같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는 부동산 거래 위축이 실물경기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고 건설 업체들의 경영 악화를 막는 등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 일본과 같은 대폭락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날 이 실장은 “올해 시장 상황이 어렵겠지만 과거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대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실장은 그 근거로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보급률과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을 제시했다. 그는 “LTV도 우리나라는 48%이지만 일본은 70~80%, 미국은 94%에 달했다”면서 “수요가 뒷받침되는 데다 금융권의 부실 위험이 낮아 경기가 살아날 경우 집값도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정부가 추산하는 주택 보급률은 108%이지만,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1인 가구 등을 포함할 경우 99.6%로 떨어진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서울, 수도권은 93.2%와 95%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직전인 지난 1995년 일본의 주택 보급률이 115%였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는 “수도권과 서울의 주택 보급률도 각각 95%와 93.2%로 1995년 당시 일본의 115%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규제 완화가 2003년과 같은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규제 완화는 철저히 시장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래부터 트게 만들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 모두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투기를 방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뉴타운 등 재개발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실장은 토지 거래 허가를 푼다는 것은 투기 방지와 지분 쪼개기 방지를 위해서이며 투기 우려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만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 부과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야 장기 보유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과 토지는 기본 성격이 다르다”며 “부재지주는 투기 목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 주민 경작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완화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그렇다면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2009년 부동산 시장은 어떤 궤적을 그릴까.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거래는 다소 숨통을 트일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하반기 이후부터다. 상반기는 극심한 경기 침체, 자금 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정부 규제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정부도 “경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면서 “금리인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라고 밝히고 있다.이날 포럼에 강사로 참석한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부동산 경기 회복 조건으로 △정부의 규제 완화 폭 △금융권 등 자금시장 환경을 꼽았다. 곽 대표는 “2분기에 유동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실수요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재건축, 분양권 등 주식 투자와 같이 가격 변동 폭이 큰 상품부터 먼저 거래가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심권 재개발 구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는 그동안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당장 도심권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도심권과 인접한 재개발 구역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한편 이날 베스트공인 중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49%가 지금의 강남 집값에 대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대답했고 버블세븐(서울 강남 3구, 목동, 경기 분당, 평촌, 용인) 집값에 대해서도 절반이 약간 넘는 50.3%가 ‘소폭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유망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4.1%가 ‘경매’를 꼽았고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는 역세권 개발과 미군기지 이전 등이 예정된 서울 용산(39.9%)을 선택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판교신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