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곳을 여행할 때 맛있는 집을 찾는 널리 알려진 방법의 하나는 손님이 많은 식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손님이 많다는 사실이 맛을 보증하는 셈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이 동일 상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선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밴드 왜건(band wagon: 악대차) 효과는 오랜 옛날부터 마케팅에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돼 왔다. 시골 약장수나 야바위꾼들이 바람잡이를 동원하는 것이라든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재기가 성행하는 것이 일례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 또한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숫자의 논리나 오피니언 리더의 권위에 기대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에 있어서 때때로 밴드 왜건 효과는 ‘만들어진 욕망’이며 허구다. 그것은 실체라기보다는 이미지에 가깝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실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맛집의 경우를 보자. 손님이 많으면 회전율이 높아져 식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도 쉽고 그것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더 좋은 재료를 구하기가 훨씬 쉽다. 처음에는 맛이 좋아 손님이 많았겠지만 손님이 많다는 사실이 더욱 좋은 맛을 내게 하는 것이다.경기의 호·불황이나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밴드 왜건 효과가 좀 더 분명하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이것들은 더 좋은 지표들로 이어진다. 오르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도, 경기가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러나 지금의 시장 상황은 정반대다. 자산 가치의 급락으로 소비는 쪼그라들었고 자금 조달 코스트의 상승과 매출 감소로 기업들은 몸살을 앓고 있고, 이는 다시 생산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 금융과 소비자 신용, 파생상품의 번성에 힘입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껏 레버리지(leverage)를 구가했던 한 시대가 끝나고 세계는 지금 디레버리지(deleverage)의 거센 풍랑에 휘몰려 있는 것이다.거꾸로 가고 있는 이 ‘밴드 왜건’을 돌려놓기 위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력은 그야말로 필사적이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것만으로 모자라 공공사업과 같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이 비아냥거린 그대로 ‘헬리콥터 머니’가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돈이 아무리 많이 풀렸다고 하더라도 풀리는 돈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디레버리지로 인해 줄어든 유동성은 기하급수적인 규모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장의 반전은 결국 풍부한 유동성과 금리 인하로 갈 곳 없어진 돈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시장으로 돌아올 때일 수밖에 없다.그러나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밴드 왜건 효과와 같이 인용되곤 하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설명하는 용어에 스놉(Snob) 효과라는 게 있다. 밴드 왜건 효과와는 반대로, 남들이 어떤 상품을 소비하면 오히려 그 상품의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말한다. 명품족과 같은 과시형이나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서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스놉이라는 말은 원래 ‘잘난체하는 속물’을 가리키는 단어다.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지만 투자에 성공하려면 오히려 이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행동재무학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실러 교수의 일갈은 이런 관점에서 시사적이다. “돈 벌려면 몰려다니지 마라.”하나은행 목동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