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기적 소리와 함께 새하얀 파워 요트 한 척이 한강변 반포 선착장으로 다가온다.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은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하나둘 줄을 서 배에 오른다. 승선이 완료된 배는 동작대교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디젤차에서 느낄 수 있는 경유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지만 속도를 내자 청량한 강바람과 함께 이내 흔적 없이 사라진다. 붉게 타오르는 가을 석양이 한강대교와 여의도 63빌딩과 어우러져 화려한 배경을 그려낸다.요트는 크게 돛이 달린 세일링 요트와 엔진으로 움직이는 파워(모터) 요트로 구분된다. 세일링 요트가 기술을 요하는 것이라면 파워 요트는 육중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속력이 생명이다.이날 시승한 배는 미국 카버사가 제작한 보이저460. 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유럽 요트보다 값은 저렴하지만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30~40대들의 수요가 높은 기종이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요트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배 곳곳을 화려하게 꾸며놓은데 비해 미국 요트들은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뺀 것이 특징이다. 물론 값은 유럽산이 훨씬 비싸다. 보이저460은 길이 14.30m, 너비 13.11m로 3개 층에 침실과 응접실 등을 갖추고 있다. 항해사를 포함해 최대 12명까지 승선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14억 원이다. 최대 30노트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차로 치면 시속 60km다.한강에도 나름 뱃길이 있다. 보이저460과 같은 중상위급 요트들은 갑판에서 바닥까지의 높이가 1.5m여서 수심이 최소 3m 이상인 깊은 곳으로만 다녀야 한다. 한강 다리의 교각을 보면 빨강색과 초록색 세모 사이 ‘11’자가 그려진 푯말이 있다. 일종의 뱃길인 셈이다. 다른 곳은 자갈, 모래 등 침전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심이 낮다. 물론 보이저460과 같은 고급 요트에는 수심을 알려주는 별도 항법장치가 장착돼 있지만 정해진 길을 이탈하면 자칫 배 밑바닥이 강바닥에 닿을 수도 있다.배 위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은 차를 타고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그 한강이 아니었다. 앞만 보며 달리는 도시민들에게 시위라도 하듯 늦가을 저녁 한강은 화려함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해는 저물고 석양의 아름다움은 여의도와 한강변 야경과 주연 자리를 맞바꿨다. 몇 순배가 돈 와인 때문인지 탑승객들의 얼굴도 벌겋다.“모두 요트를 타면 ‘서울에 이런 데가 있었느냐’며 감탄합니다. 승선 인원도 워낙 소수이다 보니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만 요팅을 즐깁니다.”(아주마린 이기원 대리)반포대교는 한강에 놓인 다리 중 야경이 가장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분수까지 설치되면 반포대교는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코스는 주로 반포대교에서 출발해 가양대교와 올림픽대교를 돌고 온다.한강에서 즐기는 요트는 특히 연말연시 친구나 가족 모임으로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10명 이내로 승선 인원이 제한돼 있어 단출한 모임에 그만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부자들 사이 요트에서 친목을 겸한 비즈니스 모임을 갖는 경우가 꽤 늘고 있다고 한다. 주요 고객은 대기업 오너에서부터 정·관계, 주한외교사절 등 다양하다. 송년 모임을 요트에서 하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를 위한 이벤트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요팅 수요가 늘자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마린은 최근 요트 렌털 서비스 상품까지 만들었다. 최대 10명까지 승선이 가능하며 3시간 운항 시 이용 요금은 180만 원, 5시간에는 300만 원이다. 3시간(1500만 원), 5시간(2500만 원) 연 10회 이용이 가능한 패키지 상품까지 출시했다. 저녁 식사 및 음료 값은 별도다. 이 밖에 30~40명 규모의 소그룹 모임을 위해 반포 요트 카페테리아 제페(JEFE)클럽과 공동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