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의 청출어람

내에 수입된 와인 중 나라별 최고가 자리에 항상 그 이름을 올리는 와인들을 살펴보면, 프랑스 쪽에서는 늘 로마네 콩티(Romanee-Conti)가, 미국 쪽에서는 컬트 와인(cult wine)으로 분류되는 몇몇 와인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가 하면,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고 있는 스페인 와인에서는 핑구스(Pingus)를 위시한 차고 와인(garage wine)이 전통의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Unico) 자리를 빼앗았다. 그렇다면 전 국토가 와인 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땅, 이탈리아에서 온 와인 중 최고가 자리에 오른 와인은 무엇일까. 토스카나 지방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오,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명품 와인에 속하는 베네토의 아마로네에서 그 주인공을 찾을 수 있다.베네토 와인의 2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영광의 이름은 주세페 퀸타렐리와 그를 사사한 로마노 달 포르노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이들의 아마로네 가격 상승이 매우 가파르다. 1998년산 로마노 달 포르노 아마로네가 5년 전 국내 와인 옥션에서 선보인 가격은 40만 원대. 2년이 지난 2005년에는 70만 원으로 뛰더니, 최근 국내에 100병만이 수입됐다는 2002년산은 100만 원을 찍고야 말았다.기원전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아파시멘토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아마로네를 명품 와인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주세페 퀸타렐리다. ‘이탈리아 와인의 가장 위대한 생산자’라는 칭송에서부터 ‘베네토의 수장’ 등 그의 업적을 기리는 수식어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그의 이름과 동등하게 불릴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로마노 달 포르노다. 작고 초라한 자신의 포도밭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결심하고 실행할 단초를 제공한 것은 퀸타렐리가 만든 와인이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25세. 퀸타렐리 역시 자신의 아들뻘 되는 로마노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 줬다. 품질은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대량생산만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는 포도밭을 지금의 와인들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그가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1983년 자신의 첫 와인을 출시한 후 1989년산 아마로네로 로버트 파커로부터 95점 이상을 받아낸 이후 기록적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어지는 양이 고작 한 잔 정도일 만큼 그의 아마로네는 ‘괴물 같은’, ‘폭발적인’ 등 형용사의 사용 없이는 도저히 뿜어내는 향과 맛의 복합미와 응축도를 표현해 낼 재간이 없다. 그런가 하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스승인 퀸타렐리의 아마로네는 ‘섬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올해 나이 51세. 로마노 달 포르노에 대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기대는 크다. 이미 스승의 이름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그이기에 아마도 그가 지금의 퀸타렐리 나이 즈음에는 세계 와인 역사에 크게 이름을 남길 업적을 만들 것이라는 예상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탈리아를 벗어나 전 세계 와인 역사에 청출어람의 좋은 예가 될 만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글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도서출판 알단테북스 대표·사진 박용수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