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따라 울고 웃는 강남 재건축 ‘BIG 4’

남 재건축 아파트를 보면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맥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부동산 규제=강남 재건축’이고 ‘강남 재건축=부동산 규제’다. 국민의 정부부터 시작된 부동산 규제의 중심에는 ‘강남 재건축’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집값 앙등의 진원지로 불리면서 이중, 삼중의 규제망에 사로잡힌 강남 재건축 시장이 어떤 궤적을 그리느냐는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결정하는 키포인트다. 이는 비단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은 들쭉날쭉한 모습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규제를 다소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기대감만 커지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매주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들이 쏟아내는 통계도 제각각이다. 시장 변화를 좀처럼 예측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9월 추석 이전까지 정부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대책을 완화할 움직임이다.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조합설립인가 뒤 지위를 양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폐지할 방침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할 경우 전체 가구 수 60% 이상을 전용면적 85㎡(25.7평) 이하로 하고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분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규정도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도 경감해 주며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기준인 ‘3년 보유 2년 거주’도 ‘2년 거주’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이에 따라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은 강남권 ‘빅4’ 재건축 단지로 쏠리고 있다. ‘빅4’로 불리는 개포주공, 고덕시영, 둔촌주공, 가락시영은 대규모로 재건축이 가능한데다 하나같이 강남, 송파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강남구 내 대표적인 저밀도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은 층고 제한 문제로 재건축 사업 진행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최대 현안은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계속되면서 최근 들어 탄력적인 기조로 바뀐 모습이다. 강남구는 개포지구 저층단지의 용적률을 177%에서 19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개포지구는 1970~80년대 지어진 택지개발지구로 총 2만40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 중 5층 이하 저층단지는 개포주공 1~4단지, 우성6차, 일원 대우, 현대사운, 시영 등 총 8개 단지 1만3255가구다. 현재 개포주공이 재건축 속도나 단지 규모 면에서 저층지구 중 가장 빠르다. 만약 강남구청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 개포주공 재건축은 순항 체제에 들어간다. 기부채납까지 고려하면 최대 23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강남구는 개포주공 등 저층단지의 용적률을 올리는 대신 고층단지는 현재 222%에서 210%로 낮춰 전체적인 용적률 평균선을 훼손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고층단지 주민들의 반발은 불가피해지며 서울시 지구단위변경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7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건축, 재개발 건물의 층고 제한을 현행 ‘최고 15층’에서 ‘평균 15층’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개포주공과 같은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15층 이내로만 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단지의 층고제한이 최고 15층에서 평균 15층으로 바뀌면 사정은 달라진다.다만, 아직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시세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39㎡는 올 초 7억8000만~8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7억3000만 원까지 값이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변화만 가시화된다면 가격 반등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강남구 내 마지막 남은 대단지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있다. 학원들이 밀집한 대치, 도곡동 라인과 가까이 있는 대단지라는 점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층고 제한에 따른 수혜를 보는 것은 둔촌주공과 고덕주공도 마찬가지다. 이 두 단지는 그동안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시세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올 들어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가 급락장을 기록한 것도 둔촌주공과 고덕주공이 약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둔촌주공은 현재 정밀 안전 진단 통과 후 조합설립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고덕주공 2~4단지와 고덕시영도 비슷한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시나 국토부가 용적률 제한을 얼마나 완화하느냐가 사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가락시영은 다른 재건축 단지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동부지법이 가락 시영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업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가락시영은 조합원 수만 66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다. 가락시영은 용적률 규제, 소형 평형 의무 비율 등을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컸었다. 하지만 관리처분에 이르러 조합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늘어나면서 주민 반발이 높아졌고 결국 조합 업무 집행 정지로 이어졌다. 법원으로부터 조합업무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승인결의무효확인청구소송’이 확정 판결될 때까지 이주 및 철거, 평형 배정 등의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현재로선 조합 집행부 교체와 계획 변경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송파, 강동지역 부동산 포럼’에 참석한 송파, 강동 중개업소 관계자 중 69.2%는 ‘앞으로 가락시영 재건축이 어떻게 추진될 것 같으냐’를 묻는 질문에 ‘집행부 교체와 일부 계획 변경을 통해 재추진될 것’이라고 답했고 나머지는 ‘조합 해산 뒤 원점에서 재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로부터 승인받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은 경우는 전혀 없었다.그러나 재건축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기 위해선 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 정책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다. 이건 정부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리 인상이 강남 재건축은 물론 전체 부동산 시장이 엄청난 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대출비율(LTV)을 풀어준다고 해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현 금리 상황을 놓고 볼 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원론적인 얘기지만 강남 재건축은 실수요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리하다. 사업 추진 역시 실수요자가 얼마나 많으냐가 관건이다. 가령 개포주공은 세입자 비율이 많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지 자체의 개발 메리트보다는 주변 개발 호재를 먼저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꺼번에 재건축이 추진되면 지금 잠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입주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임대를 고려한 투자라면 더욱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가령 고덕주공 2단지는 2600가구로 구성된 대단지이지만 단지 가운데로 도로가 지나가 주민 결속력이 약하다. 이에 비해 3단지는 단지가 네모반듯하게 구성된 데다 바로 옆 강일 2지구에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등이 들어설 계획이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2단지를 능가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강남 주택 공급 확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들 재건축 단지들 입장에선 긍정적인 요소다.강남 재건축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정부 규제다. 규제 완화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후 주택 시장이 어떤 방향을 보일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기존 주택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7월 18일 열린 제2회 전국순회한경 부동산 포럼에 참석한 송파, 강동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재건축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단지를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김동오 신성공인(둔촌동) 대표는 “둔촌주공의 경우 전용 85㎡ 기준으로 작년 12억5000만 원까지 올랐던 매매가가 현재 10억 원 이하로 빠졌다”면서 “하지만 신성, 신동아 등 기존 주택은 같은 기간 5억2000만~5억3000만 원에서 5억4000만 원으로 오히려 올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재건축단지 사업 추진이 늦어질수록 기존 아파트의 매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암사동, 둔촌1~2동 일대 기존 주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우리들공인(313-0333) 이용호 대표, 중앙공인(479-3344) 박수복 대표, 잠실OK(416-0990) 최문숙 대표, 푸르지오공인(472-2010) 이영의 대표, THE조은공인(431-6390) 임무일 대표, 동서울공인(477-8949) 김종수 대표, 부자촌공인(424-8840) 강내원 대표, 스타경성공인(400-7070) 고승균 대표, 열린공인(474-8954) 최연환 대표, 중앙합동(441-4989) 주석돈 대표, 새한공인(422-7244) 김석기 대표, 우리들공인(414-3600) 김성규 대표, 둔촌1번지행복(482-4988) 강복순 대표, 중앙공인(3401-8008) 박탁진 대표, 하나공인(420-7200) 조춘산 대표, LBA송파공인(2043-8945) 박청규 대표, 신성공인(488-9999) 김동오 대표, 대림공인(482-6262) 김명옥 대표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