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마케팅 시동 건 GM코리아 이영철 사장

너럴모터스(GM)는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한 미국의 자존심이었다. 실적 부진으로 1위 자리를 일본 도요타에 내줬지만 미국 사람들은 아직까지 GM을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여기고 있다. 최근 GM의 주가 하락이 미국 경제의 동반 위축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만큼 미 제조업계에서 GM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GM은 산하 브랜드만 해도 스즈키, 이수즈, 오펠, 뷰익, 사브 등 8개로 폭스바겐과 함께 세계 최다를 자랑한다. 한때 세계 경영을 부르짖으며 동유럽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 자동차 수출의 첨병이었던 대우자동차도 지금은 GM 소유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GM의 위상이 사뭇 다르다. 지난 수년간 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유독 GM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뒷걸음질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GM은 49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BMW(7618대)의 6.5% 수준이며 단일 모델로 최대인 혼다 CR-V(3861대)의 12.8%에 불과한 성적이다. 설상가상으로 GM 본사의 실적마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대외적인 여건 또한 밝지 못하다. 한국 내 판매를 담당하는 GM코리아 이영철(60) 사장과의 인터뷰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처음부터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위축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지난 2~3년간 계속된 실적 부진 얘기부터 꺼내자 이 사장은 “인정할 건 인정하고 시작하자. 간단히 말해 마케팅 실패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는데 거기에 취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본사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공세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싶다”고 대답했다.“GM 본사로부터 500억 원을 지원받은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도 기본 체력을 다지는 일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우선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동안 캐딜락이라고 하면 돈 많은 사람들만 타는 크고 우람한 차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심지어 고유가 시대에 역행하는 차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죠. 또 다른 브랜드 사브도 다른 유럽 모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오해는 풀고 바른 이미지부터 심어주는 일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인터뷰 내내 이 사장은 ‘지난날의 GM보다는 앞으로의 GM’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상반기 GM코리아가 판매한 차 중 가장 많은 판매액을 기록한 캐딜락 CTS가 좋은 예다.“캐딜락은 기름 많이 먹는 큰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 1월에 출시한 CTS는 캐딜락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GM이 추구하는 자동차 철학이 담긴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비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신형 3.6L 직분사 V6 VVT 엔진이 장착돼 있는데 최대 마력을 304까지 끌어올리면서 정부 공식 연비를 리터당 8.8km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물론 정부 공인 표준 연비 1등급을 받았죠.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3.0리터급 수입차 중 1등급을 받은 차는 CTS뿐입니다.”지난 5월 말까지 CTS는 148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캐딜락 전체 판매 대수(281대)의 50%가 CTS다.CTS의 성공에 대해 이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도 GM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CTS는 변화하는 국내 수입차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성공한 첫 작품이라는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CTS의 고객들을 파악해 보니 30대 수요층이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주로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차를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크기보다는 가격, 연비 등에 신경을 더 많이 씁니다. 또 최근 기름 값이 치솟고 있는 것도 고연비 차량에 대한 수요를 촉발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마케팅 포지셔닝 개선책도 설명했다. 북유럽의 자동차 강국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사브는 혁신적인 퍼포먼스와 안전성 등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자동차다. 국내 진출 1세대 브랜드로 한때 수입차 판매량에서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GM으로 인수·합병되면서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사브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사브는 마니아 층이 뚜렷한 차입니다. 팬 카페만 해도 캐딜락은 한 개도 없는데 사브는 2개나 될 정도죠.일반인들이 사브를 잘 몰라서 그런데 한 번 타보면 놀라운 퍼포먼스에 금방 매료될 것입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회사에서 출발했으니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다만 대중성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캐딜락 홍보에 주력한 때문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라인(9-3, 9-5)이 2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브랜드 파워를 키우지 못하는 원인이죠.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사브 관련 차종을 대폭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7월 중 터보차지 기술 개발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특별 리미티드 에디션 사보 터보 X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9-3과 9-5에 디젤엔진을 얹은 9-3TiD, 9-5TiD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사브 터보 X는 2.8리터 V6 터보엔진을 장착해 배기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마력이 280까지 나가며 최대 40.8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디젤 라인업 확충도 올해 GM코리아가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다. 9-3와 9-5 모델에 1.9 TiD 터보엔진을 장착, 최대 마력은 150까지 끌어올리면서도 배기가스 배출은 대폭 낮췄다. 연비도 리터당 12.5km나 나와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약점으로 지적 받아 온 딜러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이 사장은 “지난 7월 1일 일산에 새로운 전시장을 오픈했으며 오는 10월 광주에 새로운 전시장을 열 계획”이라며 “대전, 대구 등지에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산 매장은 글로벌 럭셔리 프리미엄 콘셉트를 적용, 실내 분위기를 프리미엄 주얼리 숍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게 꾸몄다. ‘시보레’ 출시에 대해 이 사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한국 시장 분석에 들어갔다는 것 외에는 들은 바가 없다”면서 “GM대우가 토스카나 윈스톰에 고객이 원할 경우 시보레 마크를 붙이고 있어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뷰익보다는 시보레가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슈퍼카 콜벳 출시와 관련해서도 “한국 내 관련 규정이 워낙 엄격해 아직도 판매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고 밝혔다.이 사장은 “올 상반기 이미 440대를 판매해 지난해 판매 실적에 근접했다”며 “계획대로라면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400대 판매 달성도 무난하고 2010년에는 3000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줄곧 대우에서 직장생활을 한 정통 대우맨으로 1999년 (주)대우에서 대우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폴란드, 이집트 생산법인에서 근무했고 2006년 6월 GM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GM대우에서 액세서리 사업실장을 맡았다.GM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서울대 경영학과대우자동차 남미수출본부 본부장대우자동차 이집트 생산법인 대표이사GM대우자동차 액세서리사업 실장 전무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