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마르시아 교보AXA자동차보험 대표

국은 전 세계에서 다이렉트보험(온라인자동차보험)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입니다. 다이렉트보험 원조 격인 영국도 전체 시장점유율 3%를 달성하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불과 7년 만에 20%까지 성장했습니다. 다만 한국인의 운전 습관은 급한 성격 때문인지 예전 프랑스인처럼 다소 공격적인 것 같습니다. 선량한 운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한국에 부임한 지 1년여 만에 한국 교통 문화에 관한 한 전문가가 다 된 것 같다. 글로벌 2위 프랑스 보험회사 AXA그룹(2007년 기준 매출 146조 원, 순이익 8조 원)이 지난해 5월 인수한 교보악사(AXA)자동차보험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기 마르시아(59) 대표. 일본 악사 대표였던 그가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으로 부임한데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남다른 이해 때문이다. 기 마르시아 대표는 지난 20년을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으로 꼽힌다.프랑스 몽펠리에대에서 산업생화학과 박사학위를 딴 그는 세계적 제약회사인 사노피제약 연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 지난 1986년 사노피제약 일본 대표를 맡아 일본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프랑스 향수회사 입생로랑 재팬 대표를 역임한 뒤 1998년부터 일본악사 대표를 맡아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보냈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3개 국어에 능통하지만 한국 부임 이후에는 단어장까지 만들어 한국어를 공부할 정도로 현지 정서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다. 직원들과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의 현지어는 익혀야 한다는 게 오랜 해외 근무에서 터득한 그의 지론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기 마르시아 대표의 책상 위에는 ‘월화수목금토일’이 적혀 있는 손때 묻은 단어장이 놓여 있었다. 이젠 교보악사 광고판의 문구도 척척 읽어낼 수준이다. 그는 “한국어가 일본어보다 발음 등에서 훨씬 어렵다”면서도 “조만간 직원들과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기 마르시아 대표는 “아시아에서 20여 년간 생활하다 보니 의사소통은 꼭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해야 가능하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직원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국어든 어떤 언어로든 격의 없이 메신저나 e메일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런 그를 위해 직원들은 ‘기마루’라는 한국식 이름을 새로 지어줬다. 그의 집무실 명패에는 프랑스어 이름과 함께 한국식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아시아 정서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악사 본사의 주요 아시아 거점인 한국 교보악사 대표와 함께 일본악사 이사회 의장, 인도악사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고 있다. 그는 “선진국 시장인 일본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그리고 이제 갓 다이렉트보험 시장이 열리고 있는 인도 시장을 동시에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글로벌 보험사 악사의 한국 진출 교두보인 교보악사자동차보험 대표로 취임해 1년째를 맞은 기 마르시아 대표를 만나 한국 보험시장의 특성과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일본은 다이렉트자동차보험 상품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세분화돼 있고 정교합니다. 게다가 소비자들도 한국보다 훨씬 보수적입니다. 이런 면에서 다이렉트보험 시장의 매력은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아직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다이렉트보험 시장이 뒤떨어져 있으나 10억 명이라는 인구의 잠재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예전 프랑스 사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는 시내에서 60km 이하로 주행하도록 돼 있으나 규제가 대폭 강화되기 이전에는 거의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회 이상 페널티 부과 시 면허가 취소되고 음주 운전자는 차량을 회수하는 등 강력한 정책 이후 많이 바뀌었죠. 운전 습관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환경적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운전 룰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독일 사람도 이탈리아에 가면 1주일 만에 현지인처럼 운전한다는 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선의의 운전자를 위해 교통법규를 보다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악사가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은 점을 고려해 대표가 직접 광고에 나서면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조언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외국인 대표의 광고 출연에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최근 광고에 대한 반응이 좋은 듯해서 안심입니다.”“지난 1년간 교보악사 매출은 30%가 넘는 경이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인수 후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급여력비율도 300%로 높였고 최근에는 광고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이렉트보험 1위 업체인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한 것은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악사가 가진 보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면 2012년 매출 1조 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 자산 배분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산 운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파트너인 교보생명의 자산과 함께 악사의 일부 자산도 함께 운용할 계획입니다. 교보의 신뢰성과 악사의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체적인 자산 운용 계획은 7월 말께 방한 예정인 악사 본사 CEO가 밝힐 예정입니다.”“악사는 아시아 미주 유럽 등 각 지역별 전문가를 양성해 상호 인력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지난 6월 제주에서 양측 상품개발팀과 정보기술(IT) 시스템 인력이 만나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또 일본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오고 한국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일본으로 파견하는 등 경영진 간의 인적 교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보악사가 가격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요율 세분화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차별화하는 것이지 억지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경쟁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 경쟁사들이 리베이트 등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자동차와 사고 처리에 대해 잘아는 보상 직원이 고객과 일대일로 상담 서비스를 하는 것은 교보악사만의 특화된 제도입니다. 한국 고객들은 자동차 사고 시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감성적 특성이 아직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설계사는 영업조직에 속한 사람이지 보상 체계 전문가가 아닙니다. 교보악사의 고객 만족도는 70%가 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98%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프랑스의 72%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제품 판매보다 고객 불만 관리가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일반보험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낙관적으로 봅니다. 교보악사는 2001년부터 쌓아온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하고 있고 무엇보다 높은 재가입률이 말해 주듯이 한국 내 브랜드 이미지도 좋습니다. 따라서 일반보험 시장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후발주자로서 일반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개발해야 하는데 악사그룹의 보험 노하우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한국은 IT가 아주 잘 발달돼 있는데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민족성 때문에 다이렉트보험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2012년까지 다이렉트보험 점유율 30% 달성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외국사들의 진출은 이 같은 성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악사그룹의 해외 진출 방식은 다분히 프랑스식입니다. 새로운 시장의 파트너로부터 제안이 들어오면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는 식이지 일부 다국적기업처럼 레이더를 가동해 찾아내고 이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생명보험도 파트너가 제의한다면 얘기를 들어보겠지만 먼저 나서서 대상을 찾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쌍방향적 비즈니스 스타일은 교보다이렉트 인수 후 기존 직원 가운데 퇴사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교보AXA자동차보험 대표프랑스 몽펠리에대 산업생화학 박사일본 사노피제약 대표일본 입생로랑 대표일본 AXA 대표프랑스 공로훈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