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투자 실패 심리를 이겨내는 펀드 투자 요령

긴 아는데 잘 안 되네요.” “논리적으로는 그런데 실제 해보면 많이 다르더라고요.” 투자 교육 현장에서 만난 많은 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세상에 이론이나 논리처럼 딱딱 들어맞는다면 얼마나 편할까. 물론 장기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요즘처럼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마음이 불안해 엉덩이가 ‘들썩 들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결국 ‘주식 투자로 돈 벌 팔자가 아닌 것 같다’거나 ‘다시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처음 투자를 권했던 금융 회사 직원을 탓해봐야 실패한 투자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신을 탓할 필요도 없다. 문제의 근본은 내가 아닌 우리 인간에게 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뇌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애초부터 투자에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기 더 쉽게 만들어져 있다. 인간의 뇌는 아직 원시시대와 별반 다름없는 데 처리해야 할 일들은 ‘빛의 속도’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보리나 밀, 기장, 은과 같은 생산물이 거래된 가장 오랜 금융시장은 기원전 2500년에 출현했다. 주식과 채권이 거래된 증권시장은 4세기 전에 불과하다. 그때까지 인간이 진보하는 데 무려 600만 년이 걸렸다. 인류 역사가 1.6km짜리 줄자라면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은 뒤쪽 끝에서 약 10cm에나 있을 것이다. 온갖 맹수와 자연재해의 위험 속에서 먹을 것을 사냥해 하루하루 살아가던 시절의 본능으로 투자 시장의 빠른 변화를 대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렇다면 투자 실패로 이끄는 ‘원시 두뇌’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다른 사람들을 뒤쫓아 무리를 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와인 가게에 줄을 서서 와인을 사려고 한다. 이 가게에는 프랑스산 와인과 이탈리아산 와인 두 가지만 있다. 당신은 직감적으로 이탈리아산 와인을 사고 싶지만 어떤 것이 더 맛이 좋은지는 잘 모른다. 줄 앞에 두 사람이 있는 데 첫 번째 사람이 자신 있게 프랑스산 와인을 고른다. 다음 두 번째 사람이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역시 프랑스산 와인을 샀다. 이제 당신 차례가 왔다.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당신은 아마도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고 프랑스산 와인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생존 기회를 높이기 위해 무리를 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집단이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벌기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처럼 투자해서는 안 된다.둘째, 자기중심적으로 정보를 왜곡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자신의 운전 능력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동전을 던지고 결과를 감춘 다음에 돈을 걸라고 하면 보다 작은 금액을 건다. 반면 동전을 던지기 전에 내기를 하면 보다 많은 돈을 거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이 개입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이처럼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나 펀드가 다른 펀드보다 실적이 좋을 것으로 믿는다. 심지어는 자신이 투자했다는 사실이 수익률을 통제한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에 정보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거래를 자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자신의 결정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에 대해 관심을 덜 기울인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성향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강하다. 따라서 남성 투자자들이 더욱 빈번하게 거래한다.셋째, 손실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며 후회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두 가지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한 펀드를 처분해야 한다고 치자. A 펀드는 투자 후 20%의 수익을 낸 반면 B 펀드는 20%의 손실을 내고 있다. 당신은 어떤 펀드를 해지할 것인가. 아마도 A 펀드를 해지할 것이다. 이는 A 펀드가 투자를 잘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기 때문에 A 펀드를 해지해 이익을 실현하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B 펀드에 대한 해지는 잘못 투자했음을 인정하게 하므로 후회를 느끼게 한다. 따라서 두 펀드 중 한 펀드를 처분하려고 할 때 자부심을 느끼고 후회를 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결국 이익 난 펀드를 너무 일찍 매도하고 손실 난 펀드는 너무 오래 보유하게 된다. 이익 난 펀드는 팔고 나서도 계속 높은 성과를 낸 반면 손실 난 펀드는 계속 좋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실적이 좋은 펀드를 빨리 환매하고 실적이 나쁜 펀드를 계속 보유하기 때문에 보다 낮은 수익률을 얻을 수밖에 없다.넷째, 손해가 나면 본전에 집착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돈을 잃으면 사람들은 더욱 위험한 투자를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경마장에 가면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번 경주에 돈을 걸었다가 참패한 후 도박자들은 우승 확률이 적은 말에 모험을 걸려고 한다. 우승 확률이 낮은 말에 돈을 거는 비중은 종반에 갈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돈을 번 사람 역시 위험을 보다 많이 부담하려고 하는데, 즉 이익금을 ‘공돈’이라고 생각하고 선뜻 위험한 투자에 나선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시장이 지나치게 오르거나 지나치게 떨어진다. 즉, 공돈 효과로 인해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종목에 투자하게 돼 주가의 거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마치 뱀에 물린 듯 위험을 회피하는 심리적 편견은 주가의 거품이 빠진 다음에도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원인이 된다.다섯째,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자꾸 예측하려고 한다. 만일 동전 던지기를 했는데 아홉 번까지 연속으로 앞면이 나왔다. 다음 열 번째는 어떤 면이 나올지 내기하면 상당수 사람들은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지금까지 아홉 번 연속 앞면이 나왔으므로 이제 뒷면이 나올 차례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 번째 앞면이나 혹은 뒷면이 나올 확률은 5 대 5로 동일하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꾸 어떤 패턴을 찾으려고 하고 자신이 아는 정보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이는 수렵 채집 시대 생존을 위해서는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 풍부한 식량과 안전한 피신처를 찾아야 했던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투자 시장은 수많은 변수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시장을 예측하려는 투자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이처럼 인간은 여러모로 완전하지 못하다. 투자에 있어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이러한 본성과 반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게 아닐까. 투자의 성공은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