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인 동남아 저가 항공사 에어아시아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페르난데스. 그는 런던정경대(LSE)를 졸업한 뒤 타임워너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음악 부문을 담당하다 부도가 난 회사를 단돈 27센트(1링깃)에 사들여 현재 아시아 13개국 53개 도시를 연결하는 거대 항공사로 탈바꿈시킨 경영의 귀재다. 시가총액이 1억7000만 달러에 이르는 중견 항공사 CEO인 그의 요즘 희망은 발리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과의 인터뷰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발리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인도양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진 방 5개짜리 방갈로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얼마 전 인도네시아 발리의 유력 일간지 발리 포스트에는 ‘지금 발리에는 높이 자란 코코넛 나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제목의 기사가 1면을 장식했다. 힌두신화에 나오는 원숭이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발리는 예로부터 코코넛 산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개발 붐이 이어지면서 코코넛 농장이 하나둘 씩 고급 리조트와 호텔로 탈바꿈하고 있다. 발리포스트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는 발리의 부동산 시장을 보도하면서 “유럽과 호주 등지에 사는 백인들의 투자 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발리는 적도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양에서부터 사시사철 온화한 바람이 불어오는 등 우리나라 초가을과 비슷한 기후다. 인구는 2007년 말 기준 320만 명이지만 인도네시아 전체 관광 수입의 절반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관광부가 펴낸 관광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리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총 170만 명으로 발리 전체 인구의 반이며 인도네시아를 찾은 관광객 3명 중 1명이 발리 관광객이었다. 수도 자카르타보다도 관광객 수가 많다.인도네시아 정부는 올 초 발리에 3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현재로도 치안 상태는 단연 동남아 최고 수준이지만 작은 불상사라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만약 작은 소요라도 일어나 관광객 수가 감소할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로선 알토란같은 관광 수입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도는 경찰력을 발리 등 자국 내 유명 관광지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그만큼 발리는 요즘 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세계적 여행 잡지인 트래블 앤드 레저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발리를 세계 최고의 휴양 섬으로 선정했으며 홍콩에서 발간되는 여행 전문지 데스틴 아시아도 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고의 휴가지로 발리를 선택했다. 관광객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인도네시아 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리를 찾은 관광객 수는 전년도에 비해 25%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해외로부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달라진 것은 이 지역 땅값이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빠져나갔던 화교 자본들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관광지로 유명한 발리에 투자되고 있다. 화교 자본 유입과 유가 급등으로 아시아 유일의 산유국인 인도네시아 경기는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화교 자본이 유입되는 방식은 주로 고급 리조트 건설을 통해서다. 반얀트리, 불가리 등 특급 리조트를 필두로 포시즌스, 하얏트, 힐튼 등 세계적 호텔 체인이 모두 발리 유명 관광지 주변에 들어서 있다. 관련 업계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발리에 들어선 특급 호텔만 530개이며 4성급 호텔은 1000개에 이른다. 발리 매커리 호텔의 엘리트 헤븐 총지배인은 “4성급 호텔 한 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250만 달러에 거래됐다면 지금은 400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그는 “연간 40~50%씩 가격이 뛰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인 패트릭 크랜시는 “방이 3개인 발리 스타일의 700~1000㎡짜리 집이 얼마 전만 해도 35만~50만 달러 선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며 “풀 빌라 스타일의 집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투자 조건도 예전에 비해 한층 나아지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의 토지 소유가 금지돼 있는데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금융 산업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동남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고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투자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2006년 초 연 18%대였던 대출금리가 지금은 9~13%대까지 떨어졌다. 또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장기 임대 방식의 외국인 부동산 소유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만약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 및 보유 규제가 완화된다면 말레이시아 정도의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더욱이 발리는 관광 수요라는 펀더멘털이 워낙 견실해 강보합세가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이러다 보니 분양 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세컨드 하우스 내지는 투자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호주와 유럽인들의 수요가 많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센토사 빌라는 4개월 만에 100% 분양이 완료됐으며 일부 가구는 분양 기간 중 값이 20%나 뛰었다.발리 내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인 세미냐크 해변가에 있는 C151스마트 빌라도 3베드 스타일의 풀 빌라 30실을 3개월 만에 모두 판매했다. 150만 달러에 분양한 이 집은 홈 오토메이션과 시스템 키친이 완비돼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웅와산 지역의 카르마 칸달라도 100만~150만 달러짜리 풀 빌라를 40여 채 분양했는데 3개월 만에 러시아 투자자들이 모두 구입했다. 이 밖에 반얀트리는 73채를 120만~300만 달러에 사전 분양했는데 분양 개시 3개월 만에 모두 판매됐다.투자 유망 지역은 유명 관광지 주변이다. 짐바란 베이, 웅와산, 부킷 등 발리 서쪽 해변가와 베투벨리그로부터 타나까지의 해안선 주변에는 향후 세계적인 호텔, 리조트 체인들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현재 웅아산 주변에 샤토 드 발리 풀 빌라를 분양 중이다. 8만8000㎡ 부지에 89가구가 들어서며 143.21㎡의 1베드룸부터 419.21㎡의 4베드룸으로 구성돼 있다. 샤토 드 발리는 시세 상승률과는 별도로 초기 분양 시 5년간 연 8%의 임대 수익을 보장해 주며 분양받을 경우 부대시설 이용 시 5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발리(인도네시아)=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