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펀드 고르는 요령

용이 싼 펀드를 골라라.’ 펀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의 펀드를 찾는 데 관심이 많아졌다. 펀드 비용이 과다하다는 신문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와 이를 거들고 있다. 같은 성과를 올린 펀드라면 비용이 적은 펀드가 당연히 투자자에게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펀드의 비용과 수익률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무조건 비용이 많은 펀드는 나쁜 펀드고, 그렇지 않은 펀드는 좋은 펀드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지나치게 펀드 비용만을 보고 펀드를 고르는 태도는 자칫 ‘소탐대실’할 위험이 있다.펀드를 단순히 비용 기준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일반적인 물건과는 다른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알뜰한 소비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은 일정한 범위의 가격대나 브랜드 등에 따라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에 특정 품질을 가진 범위 내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펀드는 물건과는 다르다. 만일 7000개가 있다면 7000개 모두 품질이 제각각 다르며 현재의 품질과 미래의 품질도 다르다.일반적으로 펀드 비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운용 수익률이 같다면 비용이 싼 펀드가 훨씬 높은 장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단순하게 보자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펀드의 성과는 비용을 이미 제외하고 난 다음 나온 결과다. 따라서 여러 기준 중 하나로 장기적인 과거 성과를 보고 펀드를 고른다면 비용은 성과와 연관성이 거의 없다.둘째, ‘운용 수익률이 같다면’이라는 전제가 현실적이지 못하다. 펀드는 운용 철학과 전략 등에 따라 성과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남자와 여자가 같다면 힘센 사람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라는 것과 비슷한 비유다. 엄연히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 때문에,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그렇다면 우선 펀드의 비용 구조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펀드의 비용은 지급되는 방식에 따라 보수(Fee)와 수수료(Commission)로 나눌 수 있다. 보수는 펀드가 운용되는 동안 일정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떼는 비용을 말하며 수수료는 한번 떼는 대가를 말한다. 보수에는 운용회사에 펀드 운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운용 보수,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에 지급하는 판매 보수, 자산보관회사(보통은 은행)에 지급하는 수탁 보수, 기준가 계산 등의 업무에 대해 대가로 지급하는 일반 사무 관리 회사 보수 등이 있으며 펀드에 따라서는 펀드 평가에 대한 펀드 평가 보수도 있다. 대개 펀드 순자산 가치의 연 몇%라는 식으로 뗀다.수수료는 펀드를 가입할 때 무는 선취 판매 수수료, 돈을 찾을 때 내는 후취 수수료, 미리 약정한 기간 전에 돈을 찾을 경우 물어야 하는 벌칙성 비용인 환매 수수료 등이 있다. 선·후취 판매 수수료를 뗄 경우 매년 부담해야 할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선·후취 판매 수수료는 판매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판매사가 펀드의 운용 기간 동안 계속 떼 가는 판매 보수 대신 한 번만 많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선·후취 판매 수수료는 펀드에 따라 부담 여부가 다르며 이를 떼는 펀드의 경우 대부분 환매 수수료가 없다. 환매 수수료는 펀드로 환입해 남아 있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그렇다면 펀드의 보수 및 비용은 어느 정도가 될까.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 사이트에 가면 펀드별로 보수 및 비용이 얼마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운용 보수나 판매 보수, 수탁 보수 등을 합친 전체 보수 비용은 주식형의 경우 평균 2.07%, 채권 펀드 0.49%, MMF 0.37% 수준이다. 주식 펀드에 1000만 원을 맡긴 투자자라면 투자자가 부담한 총 보수비용은 매년 20만7000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펀드의 수익률을 계산할 때 기초 수치가 되는 펀드의 기준가는 이러한 펀드의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난 다음 계산된 값이다. 따라서 펀드의 수익이 20% 났다면 거기에서 보수 및 비용을 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 제외하고 나온 성과라는 의미다. 또 자산운용협회 사이트를 보면 펀드 내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고팔면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포함해 계산한 총비용(TER)도 확인할 수 있다. 운용보수나 판매 보수와 같이 정해진 비용 이외에도 증권 매매 비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만일 펀드가 증권을 자주 사고팔았다면 총비용 역시 높아질 것이다.펀드의 비용은 펀드의 투자 목적이나 자산 종류, 판매 서비스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채권 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가 주식 펀드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특정 주가지수 추종을 목적으로 하는 인덱스펀드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보다 비용이 적다. 판매 수수료나 비용의 경우 펀드 전문가가 가입 시 투자 목적이나 펀드 선정 등의 조언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따라서 이러한 조언이나 서비스가 없는 인터넷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싸다.펀드의 보수 및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비용이 적은 펀드를 고르는 것인데 대표적인 펀드가 바로 인덱스 펀드다. 일반 주식 펀드는 업종 및 종목 발굴을 위해 만만치 않은 리서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인덱스 펀드는 일정한 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특별한 리서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지수를 충실히 따라가야 하는데 비용이 높으면 그만큼 지수를 따라가기가 어렵게 된다는 점도 비용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둘째, 펀드의 수수료 체계가 다양한 ‘멀티 클래스 펀드’를 고려할 수 있다. 멀티 클래스 펀드란 투자 기간과 투자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하는 한 묶음의 펀드를 말한다. 펀드 운용 내역은 하나의 펀드로 같게 운용되지만 투자 기간이나 투자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다른 여러 펀드로 나눈 것이다.대개 금액이 크고 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수료가 낮은 펀드로 이동하도록 설계돼 있어 대규모 장기 투자가에게 유리하다. 펀드명을 보다 보면 ‘○○펀드 Class A’, ‘○○펀드 Class B’처럼 앞부분 펀드 이름은 같지만 뒷부분만 다른 펀드를 볼 수 있다.이 같은 펀드가 바로 멀티 클래스 펀드다. 예를 들어 최초 수수료가 2.0%인 클래스A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투자 기간이 6개월 또는 1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수수료가 낮은 클래스B 펀드로 이동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연금 등을 목적으로 장기간 투자하는 고객들에게는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장기 투자자라면 선취 판매 수수료를 미리 떼고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 보수를 적용한 펀드를 선택한다.펀드의 보수 및 비용은 좋은 펀드를 선택하는 많은 기준 중 하나일 뿐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가 크지 않다. 오히려 명확한 투자 철학으로 우수한 장기 성과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펀드라면 조금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기꺼이 선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