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Style

가철이 돌아왔다. 요즘은 누구나 다 가는 휴가철을 피해 한겨울에 떠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도 칠팔월이 되면 한 번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휴가를 떠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러 가는데 무슨 골치 아프게 패션과 격식을 따지나’라고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적절한 패션 감각이 휴가지에서의 하루를 더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한다.최근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의 리조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크루즈 여행이 가장 가고 싶은 여름철 휴가 형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서양의 휴가 형태가 한국에도 전파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격식이나 드레스코드가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휴가를 떠나기 전에 꼭 가방에 가지고 떠나야 할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자.한국 남성들에게도 리넨 소재로 된 바지나 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항상 깔끔하고 다림질이 산뜻하게 되어 있는 면 셔츠에 익숙한 한국 남성들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사실 리넨 셔츠의 묘미는 자연스러운 구김에서 오는 편안함이다. 그런데 이런 리넨 셔츠를 밋밋한 단색으로 입으면 자칫 초라해 보일 수 있어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 사람들이 그리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좀 과감한 페이즐리나 플라워 프린트가 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히려 더 화려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화려한 모티브의 리넨 셔츠는 딱딱하고 답답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줄 최상의 아이템이다. 단, 이번 시즌에는 컬러가 단순하고 모티브가 화려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 포인트다.여름에 화이트 팬츠를 빼고 스타일을 이야기하기란 정말 어렵다. 특히 이번 시즌처럼 밝고 화려한 컬러가 유행할 때면 꼭 함께 등장하는 것이 화이트 팬츠다. 파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했을 때 화이트 팬츠만큼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은 드물다. 데님이 될 수도 있고, 치노(면) 팬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주름이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약간 짧은 길이에 자연스럽게 말아 올린 면 재킷을 함께 코디하면 휴가지에서 그 어떤 곳이라도 마음 놓고 출입할 수 있다. 캐주얼하게 입을 때에는 바짓단을 살짝 접어 올려 발목의 복사뼈가 보이도록 스타일링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요즘에는 너나없이 컨버스(converse)류의 운동화를 신는 것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하지만 컨버스 운동화처럼 편안하고 정장과 캐주얼 모두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신발은 바로 ‘TOMS shoes’.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인 알파르가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신발은 한 켤레를 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가난과 질병에 고통 받고 있고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환경, 제3세계 국가, 어린이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모든 부분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휴가를 떠나면서 동시에 뭔가 다른 좋은 일도 하고 있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다. 일단 한번 신어보면 “너무 젊은 아이들 취향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우려가 편안함 때문에 다 날아갈 것이다.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항상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 좀 더 신경을 쓸 걸’이라며 후회를 하곤 한다. 사진 속의 자신의 모습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면, 그 여행의 추억도 좀 더 행복하게 기억되지는 않을까. 휴가지에서도 패션은 계속된다.이정민 퍼스트뷰코리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