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주목해야 할 주요 변수로는 우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 해소 여부, 국제 유가의 랠리 지속 등을 들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경기 침체의 강도, 원화 환율의 방향성,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의 적시성 확보 등을 들 수 있다.2007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미국 주택 경기의 버블이 꺼지면서 부동 자산 관련 대출 상품 중에서 신용도가 가장 취약한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 론의 부실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가져왔고 올해 들어서는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우선 직접적으로 국민 계정상의 주택 건설 투자가 2008년 1분기에 전기 대비 연율 20%가 넘는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과 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소비 부문 증가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이러한 미국 경제의 불안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인 시각은 미국 주택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인 파장 효과는 올해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에 미국 경제의 침체가 다른 선진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이다. 아직까지 유로 지역과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그리 나쁜 모습은 아니지만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이들 국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동반 침체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우리 수출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그만큼 위축돼 유일한 성장 엔진인 수출 경기 하강이 불가피하다.지금 세계 경제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고유가 문제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 유가는 2007년 연평균 배럴당 약 68달러 선에서 올해 5월 말 현재 12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추세적으로 본다면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2년 께부터다. 지금의 고유가는 약 6년 동안의 중장기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1970년대 초와 1980년대 초 두 번의 오일 쇼크가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오일 쇼크의 원인은 중동 전쟁이나 석유 수출 금지 조치 등과 같은 일시적 공급 측 충격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고유가 지속 기간도 1~2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유가를 끌어올리는 주된 힘은 중국과 인도 등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하고 있는 신흥 공업국들의 원유 수요 급증이다. 이는 그 성격상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장기간 유가를 상승시키는 구조적 요인인 것이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의 국제 유가 움직임을 분석해 볼 때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이어서 향후에는 수개월 동안 소폭 하향 조정 국면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더 높은 수준의 유가를 향해 가기 위한 ‘숨고르기’ 일 뿐이다.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우선 수입이 급증해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고유가는 국내 물가 급등을 통해 가계에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업에는 미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고개를 돌려 대내적인 측면에서 하반기 우리 경제가 주목해야 할 주요 변수로는 내수 침체의 강도, 원화 환율의 방향성,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의 효과 정도 등을 꼽을 수 있다.2007년 4%대 중반 정도를 유지했던 민간 소비 증가율이 올 들어서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4%로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작년 7%대 중반을 기록했던 설비 투자 증가율도 역시 1%대로 급락하고 있다. 심지어 건설 투자의 경우에는 감소세까지 나타냈다. 이와 같이 올 들어 내수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에 의한 높은 인플레 압력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소비 부문의 경우에는 고용 부진의 영향까지 가세하고 있다.내수 경기의 특성상 한번 하락 추세로 접어들 경우 다시 반전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최소한 올해 중에는 내수 경기가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수 경기의 바닥에 대한 예상은 일단 올해는 지나야 될 것으로 보인다.2007년 하반기 이후 달러화는 엔화, 유로화 등 주요 기축 통화는 물론 개도국 통화들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화는 이러한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나 ‘나 홀로 약세(달러화가 원화에 대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내국인의 해외 직·간접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07년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국내 직접 투자 정체와 증시 이탈 등으로 자본수지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또한 2008년 들어서면서부터는 유가 급등에 따르는 수입 급증으로 경상수지 적자 폭마저 확대된 것도 원화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동시에 미친다. 우선 원화 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올 들어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로 지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효과가 일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최근 국내 수출 경기가 환율에 의존하기보다는 해당국 경제 상황이나 산업 경기에 의존하는 정도가 강화되고 있어 환율 요인이 수출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한계가 있다. 반면 지금과 같이 해외 쪽 요인에 의한 인플레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내수 경기에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유가나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수입품의 대금 결제 가격이 달러화에서 원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수입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결국 국내 인플레를 심화,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원화 약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올해 들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약세를 방치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기본적으로 정부가 무엇을 해서 골짜기로만 내려가는 경기 방향성을 돌려 놓을 상황은 아니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기업 투자 규제 완화, 건설 경기 침체 방지, 추경 예산 편성 등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대부분 법 규정을 고쳐야 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미 올해 상반기가 다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입안되고 국회를 통과하는 데에만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정책의 시행과 효과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올해 중에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따라서 과거 정부들에서도 그렇듯이 앞으로 발표되는 새로운 경제 정책에는 ‘서민 생활 안정’이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은 이를 비웃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악화될 것이다. 이미 단기적인 처방이 불가능하다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에 주력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