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38세인 박모 씨는 결혼 전부터 주변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웬만한 보험에 대부분 가입했다. 보험료가 부담스러웠지만 충분한 보장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은 든든했다. 이런 박 씨가 우연한 기회에 보험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후 깜짝 놀랐다. 자신의 보험 가입 상태가 적절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로 사망 시 수 억 원의 보장을 받지만 질병 등 일반 사망 시에는 5000만 원 정도 밖에 보장받지 못했으며 특히 암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없었다.박 씨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보험을 최소의 부담으로 최적화하기 위해 보험 리모델링을 했다.보험 리모델링이란 현재 가입하고 있는 보험 상품의 내역을 파악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부족한 것은 신규로 가입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박 씨의 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우선 교통재해 사망(보장 규모 4억 원)과 일반재해 사망(2억 원)을 보장하는 상품에 월 8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 주요 질병 치료를 보장하는 만기 환급형 건강보험(암 제외)에 월 6만 원, 종신보험(5000만 원)에 월 10만 원, 그리고 노후 생활 자금을 위해 연금보험에 매달 20만 원씩 불입하고 있었다. 즉, 보장성 보험 4건과 연금보험 1건 등 모두 5건이며 매달 44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었던 것.리모델링 후 박 씨의 보험은 이렇게 변경됐다. 종신보험(5000만 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교통재해 사망과 일반재해 사망 보장 상품을 해지, 매달 16만 원을 납입하는 변액 종신보험을 추가했다. 일반 사망 시 1억 원+α, 암 특약과 재해 특약(사망 시 2억 원 보장)을 보탠 상품이다. 또 만기 환급형인 건강보험은 순수 보장형으로 대체해 월 보험료를 6만 원에서 2만 원을 줄였다. 은퇴 후 노후 생활을 위한 연금보험은 그대로 유지했다.가장의 사망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망 원인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발생 확률이 낮은 재해 사망보다 실질적인 위험이 훨씬 더 큰 질병 사망 등 일반 사망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에 따르면 일반 사망이 전체 사망의 92.3%, 재해 사망은 7.7%(특히 운수 사고는 3.2%에 불과)였다.일반 사망 보험금의 규모는 가장 사망 시 유가족 필요 자금을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보통 가장 연봉의 3배 정도(1억5000만 원)의 금액이 적정한 것으로 판단한다.박 씨의 경우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이나 확률이 높은 일반 사망 시 보장 금액이 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 종신보험을 추가 가입하되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입해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수익을 배분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인 ‘변액종신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주계약 5000만 원과 막내가 독립하는 시점(25세)인 60세까지 정기특약 5000만 원을 가입하면 일반 사망 시 기존 종신보험을 포함해 총 1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다.40대가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암 전용 보험 가입은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종신보험 추가 가입 시 특약을 이용해 암 진단 자금 3000만 원이 가능하도록 했다.박 씨는 또 교통 재해는 발생 가능성이 낮은데 비해 보장 금액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현재 잔여 만기가 3년밖에 남지 않은 교통 재해보험을 해약하고 종신보험에 특약으로 부가해 재해 사망 시 2억 원을 수령하도록 하고 보장 기간도 70세까지 늘렸다. 여기서 보험료 8만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이와 함께 기존의 만기 환급형 건강보험(보험료 6만 원)은 순수 보장형으로 전환해 보험료를 절약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보장을 받도록 했다. 왜냐하면 70세 시점에서 만기 환급금 1000여만 원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입하는 순수 보장형은 만기 보험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만기 환급형보다 60~70%로 저렴하다. 박 씨는 여기서 4만 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절감했다.리모델링 후 박 씨의 월 보험료는 48만 원. 기존에 비해 추가로 4만 원이 늘어났지만 가장 유고 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가정의 재정적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첫째, 보장 대상의 우선순위를 가장(家長), 배우자, 자녀 순으로 해야 한다. 만일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가장만이라도 먼저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험 범위는 일반 사망, 재해 사망, 건강, 암, 특정 질병 순으로 가입하면 확률상으로 유리하다.가장의 경우 일반 사망 보험금의 금액이 적정한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다른 보장은 크게 되어 있으면서 일반 사망 보험금이 적게 돼 있다면 의미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보장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배우자가 주부라면 가장과는 달리 사망보다는 암, 질병 등 생존 치료에 대한 보장이 적절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녀들은 질병과 재해로 인한 사고 등에 대한 입원과 수술 등에 대한 보장을 우선적으로 체크하며 추가로 백혈병 등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하는 고액의 치료비가 들어가는 질병에 대한 보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둘째, 보험 기간도 잘 살펴봐야 한다. 사망 보장의 경우 가장의 경제활동 시기 등을 고려해야 하며 암과 질병 등에 대한 보장은 가능한 한 긴 80세 이상까지 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1990년도 이전에 가입한 상품들은 주로 보장이 20년 내지 60세 전후로 설계돼 이런 상품을 가입한 경우라면 신규 가입 등을 통해 보장 기간 연장을 고려해 봐야 한다.특히 일부 암 보험 등에서는 5년 만기 또는 10년 만기로 설계해 5년, 10년마다 갱신하는 상품도 있는데 이런 경우 암 발생은 주로 연령이 많을수록 발생 비율이 높고 암 발생으로 한 번 보장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이후에는 신규 가입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보험은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대까지 보장을 받고 그 이후는 종신, 종합보험 등 성인 보험으로의 변경하는 게 유리하다.셋째, 자신의 경제 사이클을 감안해 적정 납입 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예정 이율이 인하되면서 보험료가 오르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10년 납 위주로 판매되었다면 최근에는 20년납 위주로 설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초과해 너무 길게 납입한다면 그때까지 납입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이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보장 내용이 일부 중복됐지만 납입 기간이 거의 다 끝났다면 정리보다는 계속 유지를 고려할 수 있다.아무리 좋은 상품에 많이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보험료가 너무 많으면 계속해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언젠가는 해약하기 쉽다. 그러므로 본인의 능력에 맞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 범위 내에서 납입하는 것이 좋다.이처럼 보장 내용, 보장 기간, 납입 기간 등을 고려해 중복된 보장이 있다면 정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작정 상품 전체를 정리하기보다는 중복되는 보장이 특약으로 되어 있다면 특약만 정리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보장 기간이 짧게 설계돼 있다면 신규 가입 등을 통해 적정한 기간까지 보장받도록 해야 하며, 이미 가입한 상품보다 신규로 가입하는 상품의 보장 내용과 보험료 등이 유리하면 정리하고 새로 가입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