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펀드 투자요령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화제가 된 ‘하노이의 탑’이라는 게임이 있다. 나무 막대 3개에 크기가 다른 원판들이 끼워져 있는데, 한 막대에서 다른 막대로 원판을 옮기는 게임이다. 이때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한 원판씩 옮겨야 한다. 둘째, 크기가 작은 원판이 큰 원판 밑에 들어갈 수 없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 게임이 공부를 잘하기 위한 훈련으로 소개됐는데 사실 게임을 해보면 어떤 일정한 패턴에 대한 연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패턴을 빨리 인식하고 이에 숙련되는 능력인 것이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공부 잘하는 것이나 혹은 패턴을 찾으려는 것이 오히려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투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패턴을 찾고 흐름을 예측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는 가치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 특정 스타일의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예측이 다행히 맞는다면 높은 성과를 올리겠지만 예측과 틀리다면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투자는 1년 중 364일 잘나가다가도 하루만 어긋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이제라도 투자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망할 것이라는 스타일에 집착하지 말고 처음부터 여러 스타일의 펀드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다. 개별 펀드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고루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는 좋은 방법이다.우선 스타일에 대해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주식 펀드의 투자 스타일은 투자하는 지역과 종목의 특성, 시가총액의 크기에 따라 구분한다. 투자하는 지역은 크게 국내 주식에 투자하느냐, 해외 주식에 투자하느냐로 나눌 수 있다. 해외 주식은 선진국,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 아시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종목의 특성은 가치주와 성장주,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인 혼합형으로 나눈다. 또 해당 종목의 시가 총액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그리고 그 중간이 혼합형으로 구분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을 서로 결합해 국내-대형-가치주 펀드라든지 아시아-대형-성장주 펀드 등 여러 무수한 스타일의 펀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 주식 펀드의 경우 스타일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기서는 국내 주식 펀드 위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우선 스타일 구분상 가치주란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으로서 저 PER(주가수익률: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저 PBR(주가순자산배율: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가 특징이다.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PER와 PBR가 높게 나타나며 미래에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성장할 만한 신기술과 성장 기회를 가지고 있는 유망한 종목을 뜻한다. 또 투자 종목의 시장 가치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구분한다. 대형주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기업 정보가 많이 발표되지만 사업 내용이 복잡해 적정 주가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중소형주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많지 않아 매매가 원활하지 않고 애널리스트조차 관심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은 종목이 대부분이다.이 같은 주식 펀드의 스타일은 펀드 평가 사이트 등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주식 펀드는 대부분 대형-성장주 펀드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이 2007년 하반기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의 92.7%가 성장형(혼합형을 성장형에 포함)이며 불과 7.3%만이 가치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크기를 기준으로 할 때는 대형주가 96.8%를 차지한 데 반해 중소형주는 3.2% 비중에 불과했다. 다양한 스타일로 나눠 투자한다는 점이 현실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펀드 시장이 점차 발전하면서 투자 스타일이나 투자 전략 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일에 따른 펀드 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수익률 흐름을 보면 지난 2004년 1분기의 경우 대형주가, 2분기는 소형주, 3분기 4분기는 중형주가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2005년은 내내 소형주가 가장 높은 상승을 보였다. 2006년에는 1분기 2분기 때 대형주가, 3분기 4분기에는 중형주가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분기에 중소형주 펀드가 상승세를 보였고 2분기까지 강세가 지속됐다. 3분기 들어서는 대형 성장주 펀드의 강세로 전환돼 4분기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스타일별 수익률 성과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주가가 상승기일 때는 대형 성장주 펀드가 강한 반면 하락기에서는 중소형 가치주 펀드가 우수했다.그렇다면 가치주 주가가 오를 땐 가치주 펀드로, 성장주 주가가 오를 땐 성장주 펀드로 재빠르게 갈아타기 하는 식의 스타일 교체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말이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거나 ‘앞으로 한동안 대형주 펀드의 성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식으로 실제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투자 방법이다. 이러한 흐름을 잘만 맞춘다면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2005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에 따르면 우월한 스타일을 사전에 안다고 가정할 최선의 경우와 전 분기에 우월했던 스타일을 뒤쫓아 가는 경우를 비교한 결과 가치·성장의 경우 최선의 전략은 120.7%, 뒤쫓는 전략은 103.7%의 성과를 기록했다. 중소형·대형 기준의 경우 최선의 전략이 147.7%, 뒤쫓는 전략이 127.0%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스타일을 갈아탈 경우 잦은 펀드 교체에 따른 적지 않은 비용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다. 또 기계적으로 스타일을 교체하는 것이 현실상 말처럼 쉽지 않은 데다 어떤 스타일이 유망할지 알 수 없다. 결국 유망한 스타일을 예측해 갈아타는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 방법이다.올바른 펀드 스타일 투자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투자할 때 해당 펀드나 운용 회사의 운용 스타일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기보다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펀드 성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운용 스타일을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펀드가 성장주 펀드라면 새로 가입하려는 펀드는 가치주 펀드인지 확인한 다음 투자해야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주식시장의 유행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주식 펀드 투자 시 스타일별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배당주, 가치주과 같은 특정 테마의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변할 경우 수익률의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중소형주나 대형주, 가치주, 성장주에 대한 균형 있게 분산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셋째, 시장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 수시로 변하는 펀드에 대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설명서나 운용계획서에는 가치 투자를 표명하고선 시장 상황에 따라 성장형과 가치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펀드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스타일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전문화된 스타일을 가진 펀드가 더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스타일을 단기적으로 변화시키는 펀드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