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진주’ 외도는 30년 전만 해도 황량한 무인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30년 전 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섬을 사 나무와 꽃을 하나둘씩 심으면서 가꾸기 시작한 이후 외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진주로 변신했다. 섬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으로 꾸며진 외도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엔딩 장면과 모 음료업체의 광고 촬영지로 유명하다.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마다 “광고에 나온 곳이 바로 여기군”이라며 외도의 비경에 탄식을 자아낸다. 보잘것없던 무인도 외도는 지금 한 해 80만~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남해안의 대표 관광 명소로 변신했다.세계의 허브로 불리는 두바이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아라비아 해안가에 있는 작은 도시국가였다. 그러나 막대한 오일 달러는 두바이를 오늘날 세계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가 석유를 팔아 번 오일 달러를 아라비아해안 개발에 쏟아 부은 결과 두바이 앞 바다에는 팜 아일랜드, 더 월드 등 인공 섬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아라비아해 풍광과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우리나라는 서울 경주 제주도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관광 명소가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관광 자원 개발은 국가적인 과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관련 업계에서는 남해안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해안 블루벨트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깃든 남해안은 기반 시설만 제대로 갖추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지리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물론 이 같은 주장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남해안 개발은 국가 성장 아젠다로 심도 있게 논의돼 온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서남해안 개발을 골자로 한 ‘서남해안 관광레저기업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을 추진했으며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현재 3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이 설립됐다. J프로젝트는 해남군 산이, 황산면과 영암군 삼호읍 일원 90.3㎢의 부지에 2025년까지 도시 조성비 4조5000억 원을 포함해 약 36조 원의 사업비를 들여 15만 명이 거주하는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5개 지구로 구분돼 진행 중인데 연내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고 2009년 상반기 중에 실시계획 승인 절차를 마무리해 2009년 하반기에 본격 착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대대적으로 보완할 방침이어서 당초 구상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J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하던 F(포뮬러)-1 대회 특별법 처리가 18대 국회로 넘어감에 따라 대회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J프로젝트 전체에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J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신 전남도가 지역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남도가 추진 중인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는 신안 영광 진도 완도 여수 등 서남해안 섬 40여 개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전남도는 완도군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보길대교를 건설한데 이어 지난 올해까지 도내 36곳 15.2㎞에 연도교와 연륙교를 건설하고 목포와 신안군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 고흥군 녹동읍과 소록도,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연륙·연도교도 조만간 완공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국비 2438억 원, 지방비 1912억 원, 민자 4조1548억 원을 합쳐 총 4조5898억 원에 이르는데 국고 지원과 민자 유치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전남도는 이 프로젝트를 2012년 여수 세계무역박람회와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특히 여수 세계박람회(EXPO)는 남해안 개발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무역박람회 개최와 때맞춰 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부는 남해안 일대의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손볼 예정이다. 인천공항과 여수공항 간 항공편으로 증편하고 여수항 주변에 크루즈 전용 부두를 건설하는 한편 부산 인천 국제 여객항과 여수항 간 연계 노선이 신설된다. 전주~광양,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등의 교통망도 대폭 확충하고 박람회장 내 고급 콘도 865실과 아파트 1500가구도 건립한다.최근 정부가 서비스 수지 개선을 위해 관광산업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임을 밝힌 것도 이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28일 밝힌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엑스포가 열리는 오는 2012년까지 섬, 크루즈, 이순신, 공룡, 습지 등 5가지 테마로 남해안 일대를 관광 클러스터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양관광 개발과 관련한 종합적인 규제 개선 방안을 오는 9월 말까지 수립하며 10월 말까지는 해당 지자체와 합동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정부가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계획을 들여다보면 개발축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있는 서남해안에서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의 경남, 전남 축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다. 앞서 정부가 설명한 섬, 크루즈, 이순신, 공룡, 습지 등은 경남의 주요 관광 자원이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여수를 비롯해 광양 통영 마산 거제 일대가 남해안 관광의 핵심 지역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가장 주목받는 것이 경남도가 추진하는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다.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경남과 전남을 아우르는 개발 프로젝트로 엑스포와 연계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올 초 대통령직인수위가 경남 부산 울산과 전남을 초광역 경제권으로 키우는 ‘선벨트(Sun Belt) 경제권’ 구상을 밝힌 터여서 추진 여부가 관심거리다.대규모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남해안 부동산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시는 개최가 확정된 12월 1.09% 뛴 이후 지난 3월 0.4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남 통영시도 지난 3월 땅값이 0.23% 뛰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67.2%의 기록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토지 거래도 늘어 여수는 지난 3월 한 달간 1347건의 토지가 거래됐는데 엑스포 개최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해 3월(989건)에 비해 36.2%나 증가했다.특히 정부 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역 내 소규모 무인도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여수시 개도와 낭도 등은 통일교재단 계열의 일성레저산업이 대거 땅을 매입했고, 화서면 인근의 섬들도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화서면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 위치한 섬들은 수산자원보존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 등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여의치 않지만 엑스포 이후를 대비해 장기 투자용으로 매입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