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물은 시대성과 문화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 건축물 한옥은 우리네 삶과 비교해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필자는 고건축이란 과거의 역사적 실례가 아닌 그 속에서 현대에도 유효한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전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옛날 고리타분한 선조들의 집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된 한옥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한옥은 수직이 아니고 수평이다. 수평은 수직보다 낮다. 낮기 때문에 먼 곳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왜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옥은 집 자체보다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위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해안가의 작은 집에서 여생을 보낸 것처럼 한옥은 규모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더 중시한다. 한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세의 공간을 두지 않는다. 우리 건축물이 진정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는 공간이라면 전통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맞게 약간 각색만 하면 된다. 우리 한옥은 늘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의 손질을 기다려주고 있었다.한옥을 지으려면 우선 땅의 크기와 모양새를 봐야 한다. 한옥을 지을 때는 주변과의 조화와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공간이 무엇이고 어떤 규모로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 다음 도면 작업에 들어간다. 만약 리모델링을 한다면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다. 리모델링을 할 때는 구조체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한 뒤 도면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다. 전문 업체는 문화재청에 등록된 고건축 전문 설계 사무소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나 주변에 한옥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업체들에 의뢰하는 것도 괜찮다. 건축주와 상담을 거쳐 설계가 나오고 대략의 공사 규모 안에서 몇 군데 시공 업체를 추천해 준다. 결정은 물론 건축주 몫이다. 만약 설계 업체가 추천하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문화재청 홈페이지(www.ocp.go.kr)의 ‘자료마당’이라는 코너에 ‘보수, 정비’라는 항목에 있는데 여길 방문하면 업체들을 만날 수 있다.그러면 한옥을 지을 때 비용은 얼마나 들까. 우선 이 질문을 하기 전에 건축주 스스로가 신축으로 할 것인가, 개·보수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공사 비용이 얼마인지를 말하기는 어렵다.신축으로 한다면 당연히 토지의 구입, 또는 가지고 있는 땅의 위치와 지목의 검토가 있어야 한다. 개·보수일 경우에는 내가 어떤 용도로 어떻게 고칠 것인가와 함께 집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축하는 것이 저렴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그 이후에 집의 양식과 형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가령 3, 5, 7량인가 등 구조적인 요인, 굴도리(둥글게 만든 도리), 납도리(모가 나게 만든 도리)인가와 창호의 형태, 수량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므로 공사 비용을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공사 기간도 일반 주택에 비해 2배가량 길다. 한옥에 쓰는 목재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옥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춘향목이라는 목재에 너무 집착하는 듯하다. 하지만 수입목 중에도 전문가와 상의하면 가격과 품질이 좋은 나무가 있으니 잘 선정하면 비용과 공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직접 시공할 것이 아니라면 설계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할 때는 식구들의 수와 동선을 생각해 가상의 공간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북촌에 있는 집들은 대개 ㅁ자로 지어져 있는데, 이 공간을 리모델링한다면 각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충분히 생각한 뒤 설계를 의뢰하면 된다.한옥에 있어서 기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짝이다. 구조체가 대목(大木)의 몫이라면 문짝은 소목(小木) 담당이다. 한옥은 벽체와 문짝이 50 대 50이다. 우리 한옥의 특성 중 외부 공기 유입이 원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설계가 끝나면 공사를 시작하는 첫 단계로 기초를 다지는 일이 시작된다. 이러한 작업을 한 뒤 ‘땅을 처음 연다’는 의미의 개토제를 올린다. 그 다음 땅을 다지는 작업이나 구덩이 파기 등이 진행되고 기둥을 받치는 초석이 설치된다. 목가구 공사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쓰임새에 따라 목재를 가공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목가구 공사가 끝났다면 지붕 및 기와 공사, 마루 공사와 흙벽 공사가 진행된다. 흔히들 한옥은 춥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결론적으로 난방을 위해 벽체를 보강하고 외풍을 막기 위해 이중, 삼중창을 설치하면 추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요즘은 한옥을 시공할 때 바닥에 열선을 많이 깔아 난방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한옥의 실내 장식은 도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옥에는 몰딩이 없다. 벽면이 반듯반듯하기 때문에 도배만 깔끔하게 하면 그 어떤 실크 벽지보다 아름답다.한옥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래된 한옥에서 나온 기와, 목재, 돌, 문짝 등을 부산물만 전문적으로 모으는 고재목상도 있다. 따라서 이들 고재목상만 잘 알아두면 쓸 만한 고재목을 구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고재목은 신재목보다 기능면에서 훨씬 낫다. 나무는 오래될수록 좋은 법이다. 오래된 나무는 그만큼 세월의 풍파를 견뎌냈기 때문에 오히려 집 짓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고재목은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공사비를 저렴하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요즘 한옥은 현대화 작업이 한창이다. 지하에 양식 주거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한옥을 얹는 크로스오버 움직임이 뚜렷하다.김장권 북촌HR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