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 전문 건설 업체 LIG건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국내 주택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야 했던 LIG건영이 지난해 LIG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대우 삼성 GS 신세계건설에서 주택, 건축, 해외 사업을 담당했던 노태욱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것도 이런 포석이 깔려 있다.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LIG건영이 선택한 것은 해외 사업 강화와 차별화된 상품 기획이다. 특히 국내 건설 업체로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600억 원짜리 오피스 개발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LIG건영의 돌풍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현재 LIG건영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아부다비 국가 개발 사업의 최대 이슈인 ‘아부다비 2030 프로젝트’의 꽃인 림 아일랜드(Al Reem Island)에 대지 면적 3095㎡, 지상 30층 규모로 짓는 오피스 사업이다. 아부다비 정부가 5년간 2000억 달러를 들여 추진하는 림 아일랜드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이 지역은 인구 300만 명이 사는 중동의 상업, 주거, 금융의 중심지로 탈바꿈된다. 이 사업을 한국의 중견 건설 업체가 따냈다는 소식은 아부다비는 물론 중동 현지에서 커다란 이슈였다.“한국의 작은 건설 업체가 막대한 오일 달러로 욱일승천하고 있는 아부다비에서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가 ‘해외 건설 실적이 전무한 LIG건영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저런 사업을 추진할까’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도 무리는 아니죠. 하지만 제 스스로가 해외 사업만큼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1976년 (주)대우에 입사한 뒤 수단 말레이시아 리비아 등 해외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쌓은 노하우를 믿었습니다.”토지 매입, 설계, 인·허가를 모두 받아놓은 상태인 이 프로젝트에 LIG건영은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노 사장은 요즘도 시간만 나면 9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아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모두가 중동 개발 사업의 모범 사례라고 하면 두바이를 연상하는데, 아부다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아부다비는 석유 매장량이 엄청납니다. UAE 전체 석유 매장량의 94%, 가스 매장량의 93%를 아부다비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석유 매장량만 놓고 보면 세계 5위 수준입니다. 사실 그동안 아부다비는 풍부한 석유, 가스 자연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자본 유치에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웃인 두바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드디어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발전 가능성을 놓고 보면 두바이를 능가합니다. 수십년간 해외 현장에서 보내면서 몸소 체득한 것이지만 지금 아부다비는 분명 기회의 땅입니다.”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 사장은 “인·허가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개발 과정에서 복병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어 추진이 순탄치 않았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아부다비 정부의 보증을 받아 개발하는 프로젝트인데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중동 사업은 정부와 업체 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중간에 사업을 중개하는 현지인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되죠. 아부다비 정부가 직접 보증을 선다고 해서 토지를 매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등기 서류 자체가 아예 없었습니다. 우리도 개발 자금을 마련하려면 땅을 매입했다는 서류가 필요한데 그게 없다고 하니 막막할 따름이었죠. 그래서 중간에 사업을 진행한 현지인에게 사정했더니 그러면 사업을 하지 말라며 겁을 주는 겁니다. 원래 중동 사람들의 협상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잘 알기에 “이런 식으로 하려면 위약금 다 지불하고 계약 자체를 없던 걸로 하자”고 맞불을 놨죠. 그러니 순순히 관련 서류를 내주더군요.”현재 LIG건영은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현지 지사 설립을 끝마쳤다. 중동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내 건설 업체들이 단순 도급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비해 LIG건영은 시공은 물론 완공 후 오피스 임대 관리까지 맡는다.“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해외 자본이 많이 들어오면서 아부다비 사회 시스템도 많이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진출을 타진할 때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림 아일랜드 주변에 대대적인 간척 사업을 벌여 앞으로 3개월 이내에 멋진 백사장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하더군요.사실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은 2년이 지나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 대부분인데, 몇 달이 지나 현지를 방문해 사업이 약속대로 추진되는 것을 보고는 사회 분위기가 해외 자본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LIG건영은 아부다비 프로젝트로 한껏 고무돼 있다. 첫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로의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림 아일랜드 내에 추가로 토지를 매입할 생각이며 이와 함께 신도시로 개발 중인 베트남 호찌민시 푸미홍 지역 내 2개 단지, 40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도 수립해 둔 상태다.아부다비 프로젝트가 해외 사업의 틈새시장이라면 국내에서는 지역에 따라 특화된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국내 주택 시장의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노 사장은 “당분간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며 지방은 지난 2~3년간 공급이 없었던 지역에 한정적으로 사업을 벌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IG건영은 지난해 수년간 공급이 뜸했던 충남 당진(583가구)과 경남 사천(902가구)에 아파트를 분양해 대부분의 평형에서 순위 내 마감을 기록했다.“요즘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상품은 미국 내 최상류층이 사는 고급 게이트 커뮤니티입니다.성북동 삼청각 주변에 534~601㎡(옛 161~181평)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 12개 동을 분양할 계획입니다.게이트 커뮤니티는 단지로 들어오는 출입구를 철저하게 통제해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해 주는 주거 시설로 미국 베벌리힐스의 고급 주택은 대부분 이렇게 지어져 있습니다.”LIG건영의 ‘게이트 힐즈 성북’은 평면에서부터 기존 타운하우스, 고급 주상복합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조엘 센더스 예일대 건축과 교수에서 기본 설계를 의뢰했으며 사업 다각화를 위해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마포구 합정동 오피스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노태욱LIG건영 대표이사 사장서울대 건축공학과미국 텍사스-오스틴대 대학원(건설경영학 석사)(주)대우, 삼성중공업, GS건설 이사신세계건설 대표이사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