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가구 2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면 차익의 50%를 양도세로 내야 하며 3주택자 이상부터는 다주택자로 분류돼 중과세가 된다. 그렇다고 마냥 보유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보유세 부과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종부세 세율이 시세의 1%대로 오르면 매년 많게는 수천만 원을 보유세로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이러다 보니 2~3년 전 집값이 고공 행진할 때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입장에선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알짜 주택만을 놔두고 양도 차익이 크지 않은 주택은 처분을 서둘러 몸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주관하는 공매를 적절히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KAMCO가 운영하는 온비드로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면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또 공신력이 있는 기관을 통해 처분하기 때문에 거래 위험도 그만큼 낮다.예를 들어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주택 1채를 3년간 보유한 A 씨가 추가로 1채를 더 매입했다고 치자. 이럴 경우 기존 주택을 1년 이내에 처분해야만 양도세를 비과세 받는데,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같은 일시적 2주택자들이 KAMCO의 공매 전산 프로그램인 온비드를 통해 처분하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기존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전에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 입주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절세 효과가 기대된다. 현 시세가 6억 원을 초과하는 물건도 매각 의뢰가 가능하다.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공매 물건은 세금 등을 체납해 강제로 처분되는 압류 재산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것은 매도자의 의뢰를 받아 처분하는 수탁 자산으로 온라인 경매 시스템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같지만 몇 가지 부분은 압류 재산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상가 주택은 전체 건물 중 일정 부분만 주택으로 사용해도 건물 전체의 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 가령 5층 건물 중 2개 층만 주택이라고 해도 통째로 매각이 가능하다. 이 같은 방법이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KAMCO에 매각을 의뢰하는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KAMCO 일반채권부 김헌식 팀장은 “특례조항(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처분 시 양도세 비과세)은 지난 1996년 신설됐지만 그동안 이용 실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5월부터 처분을 의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유찰 시 떨어지는 입찰가 폭도 압류 물건 공매와 다르다. 압류 재산은 1회 유찰 때마다 전 회차 입찰가에서 10% 낮아진 상태에서 다음 회 입찰이 시작되는데 비해 수탁 재산은 5%만 낮춰 재입찰한다. 다만 수탁 재산 가운데 기업들이 매각을 처분한 물건은 유찰 시 가격 하락 폭이 10%로 압류 재산과 같다.압류 재산의 경우 가격 조정에 전 소유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데 반해 수탁 재산은 매 회차마다 공매 진행 여부를 소유자와 협의한 뒤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도 차이다. 만약 해당 회차에 낙찰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직전 입찰가 이상으로 수의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 처분한 공매 물건 중 73.4%가 수의 계약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됐다. 매각 금액은 최저 입찰가의 50%선까지 낮춰서 처분할 수 있다. 물론 공매 공고가 나가기 전에 매각을 철회하는 것은 가능하다.진행 방식은 일반 경매와 비슷하다. 매도자가 처분 물건을 의뢰하면 매각 주체인 KAMCO는 이를 감정평가기관에 보내 감정가를 산정한다. 이때 나오는 감정가가 첫 입찰가다. 감정 평가 금액은 현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 팀장은 “일반 금융사가 실시하는 담보대출 감정 평가는 감정가를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게 마련이지만 공매 처분을 위한 감정가는 시세에 근접해 가격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재산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감정 평가 시 소유자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자가 감정평가법인에서 6개월 이내에 받은 감정서도 자료로 인정받는다. 만약 KAMCO에 감정 평가 일체를 의뢰할 경우 매도자는 별도의 감정 평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한편 이 같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KAMCO가 운영하는 온비드(www.onbid. co.kr)에 가입해야 하며 입찰에 참가하려면 은행, 우체국 등에서 발급 받은 범용공인인증서를 온비드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온비드 시스템에 들어가면 매각이 진행 중인 다양한 물건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데, 중개자인 KAMCO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정보이기 때문에 낙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여기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면 해당 물건에 입찰서를 제출하고 지정 계좌로 예정 낙찰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면 된다. 일반 경매가 현장에서 낙찰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달리 공매는 3~4일가량 입찰이 진행된다. 매각 의뢰부터 낙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5개월이다.만약 낙찰 받았다면 나머지 잔금은 매각이 결정된 날로 3개월 내에 일시불로 납부하면 된다. 다만 계약이 성사되면 매도자는 계약 시 매각 금액의 0.5%, 잔금 납부 시 0.5% 등 총 1%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다만 낙찰자에게는 별도로 부과되는 수수료가 없다. 따라서 일반 공인중개사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가 생략된다.또 수탁 재산으로 공매 처분할 경우 잔금 납부를 금융사의 경락 잔금 대출로 대체할 수도 있다. 세입자가 있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 거래와 비교해 볼 때 중개 주체가 공인중개사가 아닌 KAMCO일 뿐 전체적인 거래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다.양도세 비과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비드 시스템에는 최근 유망 지역 물건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서울 잠실, 송파, 용산, 성동은 물론 경기 용인, 분당 등의 물건도 많다. 지난 3년간 평균 낙찰가율은 94.2%이며 시흥시 은행동 276-22 제나도 201호 물건은 1억1000만 원에 입찰에 부쳐져 결국 1억2120만 원에 최종 낙찰(낙찰가율 110%)되기도 했다.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한 물건은 3회차 이상부터 토지거래허가 자체가 생략된다. 매도자가 동의만 한다면 개발 예정 구역의 물건도 얼마든지 저가로 매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성원아파트 105동 2205호 물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있는 물건으로 감정가가 3억 원에 책정됐으나 3회 유찰돼 결국 2억8500만 원에 수의 계약이 체결됐다. 한편 KAMCO에 매각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택과 종전 주택의 등기부등본, 등기필증(종전주택),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 지적도(아파트의 경우 생략), 주민등록등본, 전·월세 계약서 사본, 전입 세대 열람 내역 등이 필요하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