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경제가 과잉과 과열이라는 두 글자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넘치는 돈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버블을 일으키고 물가를 급등시키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1%를 기록 중인 경제성장률은 과열이라는 말 말고는 다른 것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사상 최고나 사상 최대라는 단어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50번 이상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무역 흑자나 외환 보유액은 사상 최대라는 말을 달고 산다.이처럼 중국 경제가 식지 않는 용광로가 되자 세계 경제에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수출품은 인플레가 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동안은 중국의 저가 상품 덕에 세계 각국이 인플레 없는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석 달 연속 6%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6.5%의 상승률을 기록, 8월 6.5%와 9월 6.2%에 이어 3개월 연속 6%대의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6%대의 물가상승률은 작년 평균치(1.5%)의 네 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안에 묶겠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다.또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문가들의 예상치(11.4%)를 소폭 웃도는 11.5%로 나타났다.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 11.9%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과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18.9%로 전달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국가통계국은 성명을 통해 “중국 경제가 여전히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경제 통제를 강화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은 달러당 7.50위안이 깨졌다. 지난 2005년 7월 환율 개혁 이후 10.5%가 떨어졌다. 반면에 무역 흑자는 지난 9월 말까지 1860억 달러로 작년 한 해의 1774억 달러를 추월했다.문제는 경기를 식힐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너무 뜨겁다. 환율이 떨어지면 무역 흑자가 어느 정도 줄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무역 흑자는 계속 급증 추세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올 들어 5번이나 금리를 올리고, 9번이나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인상했지만 약발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냥 뜨겁기만 하다.이유는 여러 가지다. 해외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중국의 무역 흑자는 10월 한 달 동안만 3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로는 작년보다 900억 달러가 많은 26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에 불구하고 올해 FDI(외국인 직접 투자)는 54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이렇게 밀려들어온 돈을 쌓아두기만 할 수 없는 은행들은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넓은 의미의 통화공급량인 M₂는 작년에 비해 18.5% 늘어나 39조3000억 위안에 달했다. 중국의 시중은행도 지난 9월까지 3조3600억 위안을 대출해 줌으로써 지난해 전체 대출액인 3조1800억 위안을 이미 뛰어넘어 버렸다. 이 돈은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 버블을 일으키는 중이다.또 투자 열기도 지속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모두 17 만개의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가 가동돼 작년보다 1만8000개가 늘었다. 또 같은 기간 투자 금액은 3조 위안을 초과, 작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의 특성상 올해 GDP 성장률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투자 대신 내수 의존도를 높여 경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현재까진 투자에 의한 성장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이 같은 중국의 과잉 과열 현상은 중국 정부도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대표적인 게 주식시장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6일 6090선에 달했다. 작년 초에 1163이었으니까 무려 420%가 뛴 셈이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펀드 판매를 지난 9월 말부터 금지했다. 더 이상 시장에 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비상조치다. 그러나 11월 들어 이를 해제해야 했다. 미국발 신용 위기에다가 인플레 확산으로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보름여 만에 15% 이상 급락한 탓이다. 버블이 형성된 것도 문제지만 버블이 붕괴될 경우의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아예 돈을 더 끌어들여 주가를 떠받치기로 한 것이다.물가 역시 중국 정부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요소다. 중국 정부의 자랑 중 하나는 경제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물가만큼은 걱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급등하는 물가는 심상치 않다. 석 달 연속 6%대에 오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결국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이는 전반적인 생산 코스트를 높여 중국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다시 세계 시장에 물가 상승이라는 충격을 줄 게 분명하다. 한국 A사의 해외소싱팀 관계자는 “위안화 평가 절상,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률 인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합치면 최소 10%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게 중국 업체들의 주장”이라며 “업체마다 10∼15%가량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빨라지면 빨라졌지 수그러들기 어렵다는 데 있다. 첫째 이유는 환율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강화될 것이란 것을 뜻한다. 중국 정부가 이런 압력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위안화의 평가 절상이 급속히 이뤄지면 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중국발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친 노동자 정책이다. 중국은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후진타오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을 국가 지도 이념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성장 우선 주의에서 탈피, 분배와 성장의 균형 발전을 추구한다는 게 골자다. 분배의 핵심은 노동자의 인건비 상승이다. 이미 고삐는 풀렸다. 중국 상하이는 교통비와 음식비 등 생활비용을 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최저 임금제 개혁에 착수했다. 현재 기본임금과 사회보험비만으로 산출하고 있는 최저임금에 기본 생활비용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각 기업이 임금 외에 자율적으로 정해 지급하고 있는 복리후생비와 각종 수당 등이 최저임금에 삽입돼 강제 지급 조항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 월 840위안인 상하이의 최저임금은 최소 월 1200~1300위안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KOTRA 칭다오무역관 황재원 차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기업들이 내고 있는 직원의 사회보험비와 경제보상금(퇴직금) 등이 자동적으로 상향 조정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신노동법이 발효돼 노무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무비 부담마저 높아지게 됐다”고 우려했다.게다가 임금 가이드라인도 발동됐다. 중국 정부는 각 성과 주요 도시 19개 지역에 대해 최고 24%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최근 2년간 한 차례만 최저임금을 올린 지역에 대해선 연내에 최저임금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한국 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산둥성은 임금 인상 기준율을 16%로 하되 최고 24%까지 올릴 수 있도록 상한선을 정했다. 베이징에 대해선 기준율 9.5%에 상한선 14.5%를, 상하이에 대해선 기준율 9%와 상한선 12%를 제시했다. 또 톈진시는 최고 22%, 허베이성과 허난성 그리고 쓰촨성은 20%까지 임금 인상을 허용하기로 했다.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은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공회(노조)가 이를 근거로 인상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또 중국 정부는 최저임금을 최근 2년 동안 한 차례밖에 조정하지 않은 곳과 최저임금이 평균 임금에 비해 크게 낮은 지역은 연내에 최저임금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21개 성과 도시가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했으며 장시성은 300위안에서 450위안으로 최저임금을 50% 올렸다. 이 같은 임금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저가 상품 수출은 끝이 나고 있다는 뜻이다. 과열이 지속되면 중복 투자와 과잉 공급으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위태롭기만 한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져 중국 경제가 혼란에 빠져들 경우 세계 경제는 성장 동력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이래저래 중국의 과잉과 과열 경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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