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장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는 여러모로 증권가에서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먼저 그는 국내 1위의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수장이자 투자 전략가로 명성이 높다. 주식시장에 가장 큰 파장을 미치고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대우증권의 꼼꼼한 리포트와 기업 분석 자료들이 거의 모두 홍 상무의 머리와 손을 거친다.그래서 언론에서 주식 시장을 전망할 때 홍 상무는 섭외 대상 1순위다.그의 이런 ‘내공’은 끊임없는 성실함에서 기인한다. 홍 상무는 공부하는 대표적인 ‘학구파 증권맨’으로 꼽힌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사무실 벽면 한쪽은 겹겹이 꽂혀 있는 서적이 모두 차지한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에는 ‘디플레이션 속으로’와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 등 세계 시장을 조망하는 전문서적을 잇따라 펴내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았다.하지만 그는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위나 유명 해외 대학 졸업장 등이 전혀 없는 토종이다. 1986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것이 전부다. 사회 경력 또한 마찬가지. 이동이 잦기로 정평이 나 있는 증권 업계지만 그는 오로지 대우증권 한곳에만 몸담아 왔다. 특히 입사 후 1년 반 지점 생활과 4년간의 법인영업 근무를 제외하고는 줄곧 리서치센터에서만 근무해 온 ‘리서치센터 터줏대감’이다.홍 상무는 2007년 연말을 그 누구보다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악몽이 수시로 출몰하면서 미국을 비롯, 세계 증권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헤지와 더 나은 투자 종목 찾기가 관건인 요즈음 홍 상무를 만나 향후 주식시장의 전개 방향과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그동안 펴내신 책들이 여느 학자들의 분석보다 더 날카롭다는 호평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사실 저의 업무는 미래학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증시의 예측과 분석은 기본적으로 미래학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은 세계 경제의 축소판입니다. 따라서 증시 변수가 미래의 변수가 되는 셈이지요. 주식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금리 주가 환율 자본 실물경제는 물론 국제 질서 구조, 이데올로기, 문화, 사회 구조, 국제 자본 흐름, 신기술 등 모든 분야를 다 살펴볼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증권사의 경기 예측은 최신의 데이터를 이용해 빈번히 수정·보완하기 때문에 현실 파악이나 미래 예측이 훨씬 정교합니다. 이러다보니 이론에 치중하는 상아탑의 학자보다 오히려 증권사 직원들의 분석과 예측이 더 균형 감각을 갖추기도 합니다.”코스피지수가 2000을 회복했다가 다시 1900선으로 밀리는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말 주가는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이제는 주가 지수 전망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이보다 주식시장의 추세와 개별 기업의 주가가 더욱 중요합니다.굳이 주가 예측을 하자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분적으로 등락이 있겠지만 대체로 추세가 살아 있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수년간 이어온 세계 주식시장 상승 추세가 내년 초에도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단기 전망은 사실 더 불확실합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야기 여부, 엔 캐리 자금 청산 여부, 중국의 긴축 강도 등 예상치를 넘는 수준의 외부 변수가 갑자기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일부에서는 세계 증시를 견인했던 유동성 장세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홍 상무의 견해는 어떻습니까.“일부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이 세계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긴축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자산 버블을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중국 정부가 과도한 수요를 줄이기 위해 다소 긴축 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합니다. 중국 경제는 향후 수년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수가 예전처럼 급등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상승 기울기가 둔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 것 같습니까.“장기적으로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환율, 석유를 포함하는 원자재 가격, 금리, 물가 등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고 있지만 아직 장기 상승 추세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장기 상승 사이클로 본다면 상승 7~8부 능선에 위치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 즉 중국의 과도한 긴축, 엔 캐리 자금 청산 등 유동성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조급한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저가 매입하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간단히 업종별로 전망해 주십시오.“기업을 일률적으로 업종별로 구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사양 산업에 속하더라도 살아날 기업은 살아나고 호황 업종에서도 망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업종을 무시하고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굳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업종에 따라 살펴본다면 조선 기계 철강 등 올해 시장을 주도했던 주식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습니다.즉,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등 서바이벌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뚜렷한 주도주가 부재한 상황입니다.”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걱정을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유효한 투자 전략을 알려주십시오.“펀드 투자 등 간접 투자 방법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전문가들을 이길 도리가 없습니다.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내렸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펀드에 신규 가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개인도 하락을 견디며 기다릴 줄 아는 뚝심을 길러야 합니다.”개인적으로 어떤 펀드에 투자하고 있나요.“대우증권에 근무하고 있다 보니 우리 회사와 관련된 펀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산업은행 계열사인 산은자산운용의 ‘산은 하이디배당주펀드’와 대우증권이 PCA자산운용에 지수를 개발, 제공한 인연으로 ‘PCA 대표기업주식펀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지금까지는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채권형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주식형 상품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 주가가 1638으로 폭락했을 때 저는 오히려 펀드에 돈을 더 넣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떨고 있었지만 저는 폭락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홍성국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서강대 정치외교학과대우증권 법인영업부 차장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