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의 ‘블랙홀’ 인사이트 펀드

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돌풍이 거세다. 주가 폭락으로 펀드 유입 자금이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돈이 유입되며 펀드계의 ‘블랙홀’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특히 출시 첫날 이미 1조 원을 끌어 모아 공룡 펀드로 신고식을 치렀으며 지난 11월 14일 설정 10여일 만에 4조 원을 넘겨 국내 최대 규모 펀드로 등극했다. 11월 1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 인사이트혼합형’의 설정액은 4조418억 원으로 집계됐다.이로써 해외 혼합형인 인사이트 펀드는 기존 주식형 펀드 1위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1(3조7191억 원)’과 ‘봉쥬르차이나주식 2(3조2769억 원)’ 등 덩치 큰 주식형 펀드를 모두 제쳤다. 머니마켓펀드(MMF) ‘KB스타국공채MMF개인용’을 제외하면 국내 최대 규모다. 연일 수천억 원대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8조 원이 넘는 아시아 최대 펀드인 베어링자산운용의 차이나 펀드를 제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뭘까. 인사이트 펀드는 다른 펀드들에 비해 판매 수수료가 1%포인트가량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라는 점 때문에 유례없는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펀드는 특정 자산이나 지역, 섹터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스윙 펀드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이름에 ‘통찰(Insight)’이란 의미를 담은 데에는 펀드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자신감이 묻어 있다. 이 펀드는 이론상 만일 인도 주식이 유망하다고 판단되면 인도 주식에 자산의 100%까지 투자가 가능하고 동유럽 주가 급등이 예상되면 이 지역 주식에 모든 자산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즉, 돈 되는 곳에는 어디든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일부에서는 이 펀드가 ‘헤지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미래에셋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출시된 디스커버리 1호가 1000% 넘는 수익률 대박을 내면서 미래에셋의 운용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형성됐다”면서 “투자 대상에 제한을 가하지 않지만 미래에셋만의 운용 전략에 기반해 각 나라의 우량주에만 투자하며 MSCI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을 단기 목표로 삼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인사이트 펀드로 몰리는 돈의 흐름을 보고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충성도가 너무 충실하고 뜨거워 다른 상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증권계의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계획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거액의 돈이 몰리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라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성과에 기반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최근 2~3년 사이 펀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수시로 유행을 탔다”면서 “그러나 쏠려 다니면 오히려 수익률은 떨어지고 위험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아직까지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은 펀드를 갖고 붐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인사이트 펀드의 성공 여부가 펀드 시장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인사이트 펀드가 성공을 거둘 경우 국내 펀드 업계에서도 향후 일종의 헤지 펀드 성격의 다양한 펀드들이 봇물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만일 인사이트 펀드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가뜩이나 요동치는 주식시장 상황에서 펀드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수탁액 규모에서 이미 전체의 13%를 차지해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사이트 펀드로 업계 장악력을 더욱 키우고 있지만 수익률이 그리 좋지 않을 경우 업계에 주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인사이트 펀드가 헤지 펀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특정 지역과 상품에 ‘몰빵’을 지르는 식의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잠재력이 높은 국가의 기업에 투자해 벤치마크보다 더 높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영국현지법인인 ‘미래에셋영국자산운용’의 이준용 대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펀드 벤치마크는 MSCI 월드 지수”라며 “펀드 성격 자체가 글로벌 투자 펀드기 때문에 MSCI 월드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알려진 것처럼 이 펀드는 약관상 채권이나 특정 국가 주식에만 투자할 수 있는 특징이 있지만 벤치마크를 전 세계 주식 자산으로 구성한 MSCI 월드 지수로 삼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 분산 투자를 기본으로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는 “펀드가 무조건 한 지역이나 특정 자산에 ‘올인’한다는 얘기 역시 오해”라고 강조했다.그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쓰는 헤지 펀드가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어디까지나 벤치마크가 있는 일반 펀드라는 것. 따라서 헤지 펀드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연간 10~15%의 수익률을 미리 제시하는 행동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처럼 펀드 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는 인사이트 펀드지만 본격 운용이 개시되지 않아 투자 내용에 대한 윤곽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미래에셋 측이 밝힌 대로 ‘돈 되는 투자처를 찾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그림만 그려진 상태다. 그러나 기존 미래에셋 펀드들의 투자 스타일을 분석하면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이 선호하는 화학과 철강, 에너지, 해운, 건설 등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외 펀드와 연계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현재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성향과 그나마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존 펀드는 미래에셋의 ‘코친디아포커스7주식형’ 정도다. 이 펀드는 한국 중국 인도의 우량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데 업종별로는 석유·가스·소모연료(16.89%), 부동산관리개발(6.95%), 해운(6.15%), 기계(5.93%), 건설(4.47%) 등의 비중이 높다. 지역별로는 미래에셋의 다른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수혜 업종’집중화라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인사이트 펀드도 당분간 미래에셋의 ‘중국 집중’ 전략에 발맞춰 관련 업종 투자를 글로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펀드들은 벤치마크는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라며 “어떻게 보면 미래에셋 펀드들은 선진국 시각의 정통 펀드 개념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인사이트 펀드도 이 같은 미래에셋의 전략을 글로벌화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