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 포털 업체에 근무하는 김민규(36·가명) 과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우리사주 덕분에 30대 중반임에도 적지 않은 종자돈을 모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재테크 수단을 알지 못해 모든 현금 자산을 은행에 묻어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말만 믿고 덜컥 친구에게 돈을 빌려 줬던 것이 화근이 됐다. 친구의 사업이 망하기 직전이라 자칫 원금마저 날아갈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처한 것. 이런 상황에서는 업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돈 문제는 곧 스트레스와 직결된다. 월급이 적으면 적어서, 많으면 마땅하게 굴릴 방법을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직장인의 25% 이상이 가계 재무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의 80%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직원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직원은 일에 몰두할 수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회사가 임직원의 재무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복리 후생 프로그램이 재무 진단이다.건강관리가 건강 교육, 예방, 건강검진, 치료 및 수술 등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과 같이 재무 진단 또한 재무교육, 재무 진단, 솔루션 제공, 사후 관리 등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실제로 앞서가는 기업들은 이미 복리 후생 차원의 임직원 재무 진단을 폭넓게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나 유한킴벌리, 아모레퍼시픽, 세종공업과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에 대한 재무 교육과 재무 관리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도 생겼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재무 관리 프로그램이 실시된다면 임직원들에게 주는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재정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때의 효과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일 것이다. 건강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금전적으로 사고를 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현저히 적다.재무 관리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은퇴 준비를 하며, 더 많은 자산을 형성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Bernheim & Garrett, 1996, 주소현, 재인용). 자산의 형성이나 은퇴 준비와 같은 장기적인 재무 문제는 임직원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재무 교육의 주제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기업 임직원에 대한 재무 관리 프로그램의 주요 이슈도 자산 형성의 문제와 은퇴 준비의 문제에 집중돼 있다. 임직원들이 재무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재무 문제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커진다. 은퇴 준비를 30대에 시작하는 경우와 50대에 시작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친구에게 있는 돈을 몽땅 털어 넣고 고민에 빠져 있는 김 과장. 그런 김 과장의 사정도 모르고 방치하고 있는 회사….임직원에 대한 재무 검진 프로그램은 김 과장과 회사 모두가 그런 경우에 빠질 위험을 원천 봉쇄해 주는 효과적인 예방책이고, 김 과장과 회사 양측이 더 큰 생산성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인 후생 복지 프로그램이다. 임직원의 육체적 건강 상태만큼 재정적 건강 상태도 회사의 생산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임진국와우에셋 마케팅 총괄기획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