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펀드 하나 소개 시켜주세요.” 주변 사람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걸 알면 나만 알고 있지 왜 알려줍니까?”라고 농담으로 슬쩍 피하곤 한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펀드는 없다. 좋은 펀드를 찾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현재 투자 및 자산 현황, 투자 목적, 투자 기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야 한다.같은 펀드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펀드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쁜 펀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정보 없이 좋은 펀드를 소개해 달라고 하니 막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도 많이 오르고 여기저기서 펀드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얘기를 듣게 되니 펀드 하나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백 개 수천 개 펀드 중에서 막상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할지는 막막하다.그렇다면 내게 맞는 펀드는 어떻게 찾을까. 산에 오르듯 하나하나 절차를 밟아 내게 맞는 좋은 펀드를 골라야 한다. 우선 좋은 펀드란 어떤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펀드란 무엇이냐고 하면 수익률이 높은 펀드, 원금 손실이 없는 펀드를 꼽는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좋은 펀드는 내가 가입한 다음 내게 수익을 안겨주는 펀드가 좋은 펀드다. 지금까지 아무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입하고 난 다음 손해가 나면 결코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없다.그런데 어떤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설사 과거 수익률 1등을 한 펀드라도 앞으로 계속 1등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어쨌든 앞으로 어떤 펀드가 내게 수익을 안겨줄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1개 펀드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개 펀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 이를 구성하는 여러 펀드의 성격이 명확하고 다양해야 한다. 그래야 수익을 올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넓게 그물을 쳐 놓아야 물고기를 잡을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결국 좋은 펀드란 운용 목적이나 전략이 확실하다. 이래야 어디에 그물을 쳐 놓았는지 알 수 있다. 반면 너무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한 펀드는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없다. 벤치마크도 확실해야 한다. 펀드의 운용 조직도 안정돼 있어야 한다. 담당 펀드 매니저가 자주 바뀌거나 운용 조직 구조가 빈번하게 교체되는 펀드는 적합하지 않다. 사람이 자주 바뀌면 운용 전략이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또한 과거 운용 성과가 지속적으로 벤치마크보다 초과한 펀드여야 한다. 벤치마크를 장기간 달성하지 못했다면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좋은 펀드는 자산 규모가 꾸준히 증가해야 한다. 펀드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지 않고 줄어들거나 혹은 급격하게 증감하는 펀드는 무언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기준들을 중심으로 여러 유형별로 좋은 펀드를 찾아가는 것이다.좋은 펀드를 찾는 과정은 이처럼 위에서 아래로 범위를 좁혀가는 식으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문이나 광고를 보고 특정 상품을 선택한 다음 상품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유형별로 운용 성과, 투자 스타일, 운용 조직, 부대 조건 등을 기준으로 투자할 ‘좋은 펀드’를 추려나가는 것이 정석이다.먼저 투자할 여러 유형을 결정한다. 주식 펀드와 채권 펀드 등으로 나누고 이를 국내 펀드와 채권 펀드로 구분한다. 주식이나 채권에 적절하게 나눠 투자하는 혼합형보다는 가급적 ‘주식이면 주식에’, ‘채권이면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둘째로 펀드의 투자 스타일별로 분류한다. 주식 펀드는 주로 투자하는 종목의 성격에 따라 성장주와 가치주로, 종목의 시가총액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각각 구분한다. 채권 펀드는 투자 채권의 만기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로, 채권의 신용 등급에 따라 고등급, 중등급, 저등급 등으로 나뉜다. 따라서 자신이 이미 투자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가 대형 성장주 펀드라면 포토폴리오를 위해 새로 추가할 펀드는 중소형 가치주 펀드를 고르는 식으로 선택하면 될 것이다.셋째로 설정액 규모나 추이, 가입 가능 여부 등 투자 상태를 기준으로 펀드를 추린다. 설정액 규모는 가급적이면 작은 펀드보다는 큰 펀드를 선택한다. 설정액이 충분히 커야 적절하고 효과적인 분산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적어도 100억 원 이상 되는 펀드를 고른다.넷째로 운용 성과를 기준으로 펀드를 고른다.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를 선택할 때는 과거 성과가 향후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성과는 그저 펀드를 선택하는 여러 가지 기준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장기적인 성과가 있는 펀드를 고른다. 일반적으로 3년 이상 운용돼 운용 능력이 검증된 펀드를 선택한다. 운용 성과 역시 단순한 누적수익률뿐만 아니라 수익률의 변동성을 감안한 지표를 두루 확인한다. ‘샤프지수’나 ‘정보 비율’ 등이 바로 이러한 평가 기준이다. 샤프지수는 위험 한 단위당 무위험보다 얼마 더 초과 수익률을 나타낸 수치다.여기서 무위험 수익률이란 부도 위험이 없는 국고채 수익률 등을 말한다. 위험은 펀드의 수익률 변동성을 나타내는 표준편차를 뜻한다. 정보 비율이란 펀드 수익률에서 코스피지수나 채권지수와 같은 벤치마크의 수익률을 차감하고 펀드 수익률과 벤치마크 수익률 간의 추적 오차를 나눠서 계산한다. 추적 오차는 투자 기간의 펀드 수익률과 벤치마크 수익률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면서 운용됐는가를 나타낸 값이다. 정보 비율은 벤치마크 초과 위험 한 단위당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올렸는가를 나타낸다. 다섯째로는 운용사의 평판이나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 등을 평가한다.사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가 이를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큰 부분이다. 펀드평가사 사이트 등에서 펀드매니저의 인터뷰나 평가 보고서를 챙겨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펀드의 비용이나 세제 혜택 등도 고려하는 것이 유리하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