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레스토랑

달라.’남과 다르다는 것이 자존감의 원천이 되는 시대. 이제 하위 대중문화는 있어도 상위 대중문화는 없다. 상류층들은 모두 ‘따로’ 논다. 하이엔드 소비자들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것을 갈구한다. 명품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내가 하고 있는 걸 남도 하면 속이 상한다. 그래서 기성복은 싫다. 획일적인 요리들이 즐비한 기성 레스토랑도 물린다. 맞춤복이 존재하듯 나만을 위한 레스토랑을 원한다. 까다로운 입맛 하나하나를 고려해 요리해 주는 ‘부티크 레스토랑’이 어느새 고급 식문화의 중심에 섰다.식문화가 고도로 발전된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부티크 레스토랑’. 국내에선 이제 막 그 문화가 무르익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생소하다. 우선 부티크의 뜻부터 살펴보자. 부티크(boutique)는 원래 ‘작은 점포, 소매점’ 등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멋있고 개성적인 것을 취급하는 점포를 가리킨다. 초반에 오트 쿠튀르를 취급하는 고급 의상실을 뜻하는 말에서, 작은 규모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부티크 호텔과 고즈넉한 휴식을 전하는 부티크 리조트까지 다양하게 진화했다. 그러던 것이 개개인의 입맛을 섬세하게 고려한 부티크 레스토랑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부티크는 고급 문화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리잡았다.부티크 레스토랑의 가장 큰 특징은 셰프와 고객이 교감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레스토랑은 메뉴가 정해져 있으며 손님은 그중 하나를 골라 주문하고 셰프는 늘 하던 고정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낸다. ‘그 집 음식 맛은 늘 그대로야’란 칭찬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개개인의 세심한 요구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단점을 늘 안고 가게 마련이다. 부티크 레스토랑은 그러한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시작된다.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손님이 적어도 하루 전까지는 자신의 기호와 원하는 식재료를 셰프에게 전달하고 못 먹는 식재료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단순히 ‘내일 몇 시에 몇 명 가요’가 아니다. 물론 예약에 있어서 시간과 인원수도 중요하다. 부티크 레스토랑은 대부분 작고 아담한 사이즈이기 때문에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는다. 해외 유명 부티크 레스토랑의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려면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몇 백 석을 가진 대형 레스토랑이면 이런 과정이 물론 없겠지만 부티크 레스토랑의 작은 사이즈는 숙명적인 것이다. 오너 셰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오너 셰프란 셰프가 직접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개념이다. 운영자 따로, 셰프 따로인 레스토랑은 고객의 요청이 요리에 그대로 전달되기 힘들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오너의 뜻에 따라 레스토랑이 움직이므로 셰프의 개성이 요리에 그대로 반영되기 힘들다. 식재료 선택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셰프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문화가 발전된 유럽과 일본에서는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진가가 오래전부터 인정돼 왔다. 국내에서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이슈가 된 적이 없다. 요리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요리 관련 직업이 주목받으며, 미식가도 부쩍 늘었다. 스타 셰프도 꽤 많아졌다. 웰빙의 영향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고급 식문화가 형성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부티크 레스토랑’ 열풍, 이제 시작이다.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