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용 반도체 전문업체 텔레칩스

레칩스(대표 서민호)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한 멀티미디어 및 디지털통신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MP3 플레이어의 핵심 부품인 DMP(디지털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칩과 발신자 표시 장치용 CI(Caller ID) 칩이 이 회사의 주력 제품. 텔레칩스는 현재 MP3용 칩 부문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약 20%에 달하며 미국 시그마텔과 함께 이 분야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선전과 미국 시애틀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텔레칩스의 가장 큰 강점은 특정 영역의 제품이나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MP3 플레이어 중심의 DMP 적용 범위를 차량용 및 가정용 오디오 분야로 확대, 현대오토넷을 비롯해 소니와 JVC 톰슨 등 국내외 대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 MP3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전화 전용 DMP도 개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에 납품하고 있다.텔레칩스는 DMP 이외에 지상파 DMB 등 디지털 이동 방송과 모바일 TV 서비스를 지원하는 베이스밴드 칩을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 4월 DMB용 베이스밴드 칩을 선보인 후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의 DVB-H, 일본의 원세그(One-Seg) 등 다른 디지털 TV 표준을 채택하고 있는 시장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특히 DVB-H용 칩은 이미 LG전자 휴대폰에 적용돼 이탈리아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 8월엔 미국 퀄컴과 플로(FLO)칩 세트에 대한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FLO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된 모바일 TV용 무선 인터페이스 표준으로 모바일TV의 핵심 구성 요소다. 이 계약으로 텔레칩스는 플로칩을 설계할 때 퀄컴의 특허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최근 텔레칩스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개발하려는 제품은 내비게이션과 휴대폰 LBS(위치 기반 서비스)에 사용되는 GPS(위성 항법 장치) 칩이다. GPS 칩은 위성에서 신호를 받아 이를 정확한 위치 데이터로 환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장비로 내비게이션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부품이다. 서민호 대표는 “GPS칩은 지난 6월 발매된 애플의 아이폰에 장착되면서 휴대폰 장비 분야에서 새로운 개척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현재 전 세계 GPS칩 시장의 약 70% 이상을 미국 서프(Sirf)가 독점할 정도로 국내엔 생산 업체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이를 감안, 이르면 올 4분기 중 GPS칩 시제품을 발표할 계획이며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제품은 텔레칩스의 새로운 주력 품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텔레칩스의 칩은 콘텐츠의 운용과 유통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 아래 특정 영역의 기술이나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가능 시장(TAM:Total Available Market)과 판매 가능 시장(SAM:Sales Available Market) 발굴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텔레칩스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이 회사의 꾸준한 기술 개발은 큰 폭의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1999년 회사 설립 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으며 무차입 경영을 실천해 오고 있다.지난 2분기 매출은 203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0.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40억 원으로 90.9%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환율 급락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서도 매출 620억 원, 영업이익 114억 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 작년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7.3%에 이른다.텔레칩스는 또 동종 업계에서는 최대 규모의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동안 40여 명의 연구원을 채용하면서 현재 한국 본사 직원만 260여 명까지 늘어났다. 올 연말까지 최대 300명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중국 선전에 있는 연구소에서도 현지 연구 인력을 채용 중이며 미국 법인에서도 현지 인력을 채용해 연구 기술 능력을 더욱 배가할 계획이다.이 같은 높은 기술력과 실적에도 불구, 텔레칩스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바로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주가다. 지난 2004년 코스닥 상장 후 매년 주당 150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해 왔고 지난 8월 말엔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 무상 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텔레칩스의 현재 주가수익률(PER)은 13.9배로 다른 디지털 관련 업종 PER의 80% 수준이다. 주가는 10월 들어 1만7000원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최근 3개월간 약 12% 올랐다. 동종 업계에서는 상위 수준이지만 그동안 코스닥의 다른 급등 테마주들에 밀려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서 대표는 “현재 미국과 일본의 동종 업체 PER는 19~22배 수준을 보이고 있어 지금 주가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며 “향후 기업 홍보를 강화하고 기술 개발을 통한 실적 유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각 증권사의 호평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송경근 동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코스닥 대표주로 그동안 기업 가치에 비해 낙폭이 과대했다”고 평가했다. 정재열 굿모닝신한 연구위원은 “텔레칩스는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이 기대되는 데다 최근 현대오토넷으로의 카오디오용 DMP 공급 본격화, 삼성전자와 필립스 소니로부터의 신규 수주 증가 등 긍정적인 모멘텀이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2만3300원을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텔레칩스의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36.7% 증가한 848억 원, 영업이익은 53.5% 늘어난 175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 신제품 3종 가운데 2종에 텔레칩스의 DMP가 탑재될 예정이며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GPS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목표 주가 3만 원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