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브랜드 ‘오메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10명 중 7명이 이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브랜드 인지도다. 오메가는 현재 총 5개 대륙, 130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정밀도와 우수한 성능, 그리고 섬세한 디자인으로 여태껏 굳건한 위치를 지켜왔다.과학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라고 표현될 수 있는 시계의 미학. 시계는 시간을 담은 아름다운 기계다. 1848년부터 현재까지 오메가는 그 브랜드 네임 속에 살아 숨쉬는 역사를 담고 있다. 1848년, 스물세 살의 시계 장인인 루이 브란트는 스위스의 라 쇼드퐁에 포켓 워치를 조립하는 공방을 만들었다. 당시 스위스에는 시계나 보석의 부품을 정밀한 세공술로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많았는데 브란트는 그 부품들을 구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자신의 이름으로 유럽 전역에 판매했다.브란트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스위스에서 시계를 제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탈리아에서부터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영국에까지 직접 판매했다. 그의 명성은 유럽 전역에 퍼졌고 시계를 사기 위해 수년을 기다리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공방은 규모가 커졌고 그의 사후에는 두 아들이 맡아서 공방을 이어갔다.그러던 1894년. 이 공방의 시계 장인이었던 프랑수아 슈빌레가 발명한 ‘19라인 포켓 칼리버(Line pocket caliber)’가 획기적인 시계 부품으로 주목 받게 된다. 이 시계로 인해 시계 생산 방식이 표준화된 부품을 통해 체계화됐다. 이 발명으로 시계 공방은 ‘기술의 완성’이라는 뜻으로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어느덧 스위스 시계 업계 부동의 1위로 등극한 오메가는 티소 등 주요 시계 브랜드를 합병해 SSIH라는 이름의 거대 기업이 됐고, 1970년대 말 경제 불황과 일본의 저가 시계의 공세에 밀려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론진, 라도, 스와치 등 메이저 브랜드들이 있던 ASUAG사와 합병했다. 1998년 회사의 이름은 현재의 스와치 그룹으로 바뀌었고, 현재 오메가는 17개사를 거느린 스와치 그룹의 가장 중요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시계의 생명은 정확함이다. 오메가가 고도의 정밀성이 생명인 국제 스포츠 대회의 공식 타임 키퍼로 자리 매김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조금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정교한 기술력 덕분이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시작으로 스포츠 타이밍 분야에서 오랫동안 선구자적 위치를 지켜왔으며, 이후 20회에 걸쳐 올림픽의 공식 타임 키퍼로 채택됐다. 1952년에는 1000분의 1초 시간 측정기를 최초로 발명, 스포츠 기록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현재 오메가는 육상, 수영, 승마를 비롯한 각종 기록 경기의 국제 대회에서 타임 키퍼로 채택되고 있으며,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공식 타임 키퍼로 지정됐다.때로는 시계의 정확함이 생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위험한 스포츠를 할 때 착용하는 시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문 다이버용 시계인 오메가의 ‘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생명을 담보로 물속에 활동하는 다이버들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그랑 블루’의 실제 주인공인 자크 메이욜이 오메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오메가는 디자인도 놓치지 않았다. 수많은 디자인상을 거머쥔 경력이 그것을 증명한다. 최근 오메가는 정밀 탈진기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주면서도 정확성과 신뢰도가 높은 ‘코엑시얼 탈진기(Co-Axial Escapement)’를 개발해 오메가의 장인정신을 기린 진보적인 기술의 경지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섰다.오메가의 스피드 마스터는 시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달에서 착용된 최초의 시계였다는 점이다.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그가 찬 시계는 오메가의 ‘스피드 마스터’였다. 최초의 달 착륙부터 현재까지 오메가는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계 브랜드다. 당시 미국우주항공국(NASA)은 달 착륙을 위해 시판되던 수십 종의 시계를 직접 구입해 비밀리에 실험을 실시했다. NASA는 최종 6개의 브랜드를 고른 후 공개적인 테스트를 거쳤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전 세계의 시계 브랜드 중 오메가가 유일하게 선택됐다.오메가의 스피드 마스터는 섭씨 영하 50도와 영상 100도를 오가는 극한의 온도와, 지구 중력의 6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달의 중력, 그리고 고도의 정확성을 요하는 작전 수행상의 시계로서 역할을 모두 수행해 내는 활약을 했다. 이때 암스트롱이 찬 오메가 시계는 ‘문 워치(Moon watch)’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현재도 오메가는 NASA와 공동으로 화성 탐사를 위한 차세대 우주용 시계를 개발 중이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