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장세인 지금이 펀드 투자 적기

스피지수가 2000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지루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 주가 급등에 한껏 부풀었던 투자 심리 역시 급격하게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오히려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장에 많은 투자자들이 답답함을 하소연한다.투자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펀드가 좋은 펀드인가’를 물으면 열에 여덟은 ‘수익률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꾸준한 펀드가 좋은 펀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이런 상품은 상상 속에나 있는 것이다. 주식이든, 혹은 채권이나 부동산이든 어떤 자산에 투자하든 간에 그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성과가 오르내리는 것이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펀드 투자는 안정성 없이 결국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꾸준하게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방법은 특정 상품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분산 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 즉, 성격이 다른 펀드 상품으로 나눠 투자한다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중요한 것은 서로 성격이나 수익률 흐름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상품으로 나눠 투자했는데 수익률 흐름이 모두 같다면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분산 투자 방법은 자산 분산, 투자 시점 분산, 스타일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 등 5가지가 방법이 있다. 우선 첫 번째 분산 투자인 자산 분산은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으로 자산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이때 주식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 투자와 같이 장기 투자할 때는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채권은 자산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 구조상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국내 토지의 공시지가만으로 미국 국토의 절반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이미 거품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내 투자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으므로 분산 투자 차원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것이 다가오는 고령화 등의 변화를 현명하게 이겨내는 방법이다. 현금성 자산은 직업이 안정적이면 3개월치 생활비, 직업이 불안정하면 6개월치 생활비를 MMF나 은행 예금에 적립하는 식이다. 이런 가정 하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산을 분산하는 의사 결정이다.두 번째 분산 투자는 투자 시점의 분산이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이 위험이 높거나 거액이 소요돼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자산의 경우 투자 시점을 나눠야 한다. 어느 시점에 일시금으로 매입했을 경우에는 투자 적기를 잘못 설정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 펀드야말로 대표적인 투자 시점의 분산 방법이다. 주가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자금을 꾸준하게 투입해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선진국형 투자 방법이다.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일수록, 그리고 거액의 자산일수록 매입 시점과 매각 시점을 나눌 필요가 있다.세 번째는 투자 스타일의 분산이다. 2~3개의 스타일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다. 어떤 투자자는 주식 펀드에 가입할 때 3~4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펀드를 매입하고 잘 분산했다고 안심하곤 한다. 하지만 이때 투자한 상품이 전부 국내 대형주 펀드라면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경우 한결같이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투수만 9명이 있는 야구단이 없듯이 펀드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자 유격수 포수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듯 주식 펀드 역시 성장주 가치주 대형주 중소형주 비상장주식 등의 다양한 대상에 투자하는 여러 가지 스타일의 펀드가 있다. 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막연하게 여러 개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로 나눠 투자해야 한다.넷째는 지역 분산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합쳐 봐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에 불과하다. 만약 지금처럼 주식시장에 계속해서 자금이 몰려든다면 우량 주식은 동이 날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어쩔 수 없이 해외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금 중에서 15~20%를 성장성 높은 중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마지막으론 통화 분산 투자다. 해외에 분산 투자할 때 달러 한 가지 통화만으로 투자하지 말고 유로화 엔화 위안화와 같이 다양한 통화에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그렇다면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목돈을 한꺼번에 주식 펀드에 투자한 경우다. 특히 올해 초 가파르게 상승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로 뒤늦게 목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고민이 깊다. 이 경우 자신의 자산을 주식과 채권으로, 혹은 국내나 해외 펀드 등으로 분류해 적절하게 나눠져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산이 과도하게 한 쪽으로만 몰려 있다면 이를 일부 줄이고 다른 유형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같은 주식 펀드라도 운용하는 스타일에 따라 나눠서 비중을 조정한다. 이 경우 주식시장과 다르게 움직이는 인프라 펀드나 부동산 펀드를 추가로 고려할 수도 있다. 다음은 주가가 바닥일 때를 기다렸다가 새롭게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의 경우다. 이는 주식시장을 예측해 적절한 시기에 목돈을 투자하려는 것인데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증권사 CMA(자산관리 계좌)에 목돈을 넣고 조금씩 자금이 펀드로 옮겨가도록 자동 이체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이미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에도 계속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 남는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의 움직임이 클수록 투자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을 때 투자자금을 늘리는 ‘투자의 역발상’이 요구된다. 새롭게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려는 신규 투자자들은 어느 시점에 들어가야 좋을지 묻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주저할 필요가 없이 바로 지금 투자하는 것이 좋다. 시점을 고민하는 것은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이후 주가가 떨어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는 주가지수 2000 돌파 후 지금처럼 가입 후 일정 기간 주가가 떨어지고 대량 환매가 일어난 뒤 주가가 다소 상승세를 타는 ‘V’자 유형일 때 수익률이 가장 높다. 따라서 시장이 별다른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이 오히려 적립식 투자의 적기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