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k Furniture
을로 접어들면 컨트리풍 실내를 장식하고 있는 암갈색 오크 가구를 떠올리게 된다. 오랜 세월 왁스로 닦고 또 닦아서 길이 든 자코비언풍의 고색(古色)이 풍기는 깊은 맛은 오크 가구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터다.오크는 우리 전통가구의 목리(木理)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오크는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와도 잘 맞아서 수년 전부터 영국 특유의 파티나(patina: 고색)로 세월의 향기를 덧입힌 앤티크 가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오크의 본산인 영국에서는 지금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대부분 오크여서 언제부터랄 것도 없이 주변에 있는 오크를 생활의 소재로 이용했다. 비단 가구뿐만 아니라 주택 자재와 술을 익히는 통, 농기구 자루 등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수종이 오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참나무는 비교적 흔한 수종이어서 그 열매인 도토리를 묵의 재료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를 가구재로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목질이 워낙 단단해 가공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도 저지대에서 자란 보다 부드러운 오크만을 가구재로 사용하고 있다.오크는 참나무 속에 속한 식물의 총칭으로 쓰이지만 상수리나무를 지칭할 때도 있다. 참나무의 열매는 도토리로 토끼와 같은 산짐승의 먹이로 쓰인다. 한국에는 잡종을 제외한 낙엽수 6종과 상록수 5종이 자라고 있다. 학명인 퀘르쿠스(Quercus)는 켈트어로 좋은 목재라는 뜻이며 우리말인 참나무 역시 진짜 나무, 즉 리얼 트리(real tree)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재질이 견고하고 탄성이 있어 가구나 기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위스키나 포도주의 양조용 나무통에 사용되며 숯 표고버섯의 원목 등으로도 쓰인다. 나무껍질에는 타닌이 많이 함유돼 있어 바닷가에서 어망을 물들이는 재료로도 쓰인다. 한편 굴참나무에서는 코르크를 채취하며, 난대지역에서는 지중해산인 코르크 오크를 재배한다. 이처럼 오크는 인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흔하면서도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참나무는 북반구의 온대와 폴리네시아에서 약 200여 종이 자란다. 어느 지방에서는 도토리를 소가 먹기 때문에 카우 오크(cow oak)라고도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수피를 벗겨 바구니를 만들기 때문에 바스켓 오크(basket oak)라고도 한다.한편 고대 그리스에서 오크는 신들이 맨 처음에 만든 나무라 하여 ‘어머니 나무’라고 했다. 또 로마 슬라브 게르만 켈트 아일랜드의 신화에도 등장해 거룩한 나무로 숭배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 크리스트교를 전파하던 초기 선교사들이 오크 숲을 두려워하는 이교도들에게 직접 도끼로 나무를 잘라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자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로빈후드가 활동하던 중세의 영국은 우리나라 의적들이 산속에서 활동하는 것과는 달리 숲을 근거지로 할 만큼 오크 숲은 유럽 전역에 산재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서머세트에서 켄트까지 나뭇가지만을 잡고 횡단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울창했다. 그러나 양을 치기 위해 벌목을 한 데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점차 나무들은 사라졌으며 17세기 이후에는 영국도 결국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다.로마인이나 북유럽의 해적 바이킹 등은 오크를 선박 재료로 사용했고, 범선 시대의 영국 함대도 오크로 배를 건조했다. 한때 오크의 숯은 화약으로도 사용됐으며 영국에서는 열매인 도토리를 돼지의 사료로 썼다. 또한 오크는 많은 일화를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찰스 2세가 크롬웰의 기병대를 피해 도망 다닐 때 참나무 뒤에 숨어서 살아났다 하여 이 참나무를 로열 오크(royal oak)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르자 주점(pub)의 이름에 유독 로열 오크가 많이 사용됐다는 얘기도 있다.영국에서 자코비언 가구라고 하면 짙은 암갈색(dark brown)의 오크 가구를 의미한다. 자코비언은 본래 제임스 1세(1603∼25) 시대에 성립된 건축·공예 양식을 말하는 것이지만 가구에 있어서는 영국의 고딕 스타일부터 제임스 2세까지의 오크 가구 전체를 지칭한다. 르네상스가 왕성하던 이탈리아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꾸준히 오크 가구들이 고딕 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코비언 가구는 엘리자베스 시대부터 제임스 2세까지 연속성이 강하며, 수직적인 고딕 양식의 기법과 장식을 이용한 고전적 기법이 혼재돼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이 양식의 가구는 오크가 재료로 사용됐고, 다리 부분에 멜론형 등의 장식이 많은 편이며 디자인도 중후한 것이 많다. 가구 역사 연구가인 퍼시 매코이는 이 시대를 오크의 시대라고 분류했다.오크 가구를 대표하는 영국 특유의 디자인으로는 웨인스콧 의자(wainscot chair)를 꼽을 수 있다.원래 웨인스콧이란 질이 좋은 참나무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이 의자를 참나무로 만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 의자는 오크 판을 붙여서 만든다는 뜻에서 패널 체어(Panel chair)라고도 한다. 가구를 지칭하는 많은 용어들과 마찬가지로 웨인스콧 의자도 일반적인 의미와 특정한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아주 단순한 구조의 묵직한 목재 의자를 가리키나,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선반으로 깎아 다듬은 앞다리와 단면이 4각형인 뒷다리, 팔걸이 버팀대, 속을 넣지 않은 단순한 좌부(座部), 꼭대기가 용마루 장식으로 조각되고 표면이 음각 무늬로 장식됐으며 경사진 널빤지 등받이가 있는 목재 의자를 의미한다. 웨인스콧 의자는 17세기 초 영국과 그 식민지의 가정용 가구로 인기가 있었다.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월넛(walnut)이 가구재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영국에서도 찰스 2세 중반에 들어서면서 부드러운 이 재목을 사용하면서 서서히 오크의 시대는 사라진다. 그러나 빅토리안 시대에 이르면 다시 엘리자베스 스타일이 리바이벌되면서 오크 가구들이 등장하게 된다. 요즘 한국에서 흔히 만나는 대부분의 오크 가구는 1930년대에 기계로 리프러덕션한 가구들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1 영국 특유의 커버드로 ‘Livery Cupboard’라 불리며 장식장의 일종이다.2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오크 침대로 기둥에 장식이 굵은 멜론형의 조각이 장식됐으며 짙은 오크 색상은 오랜 세월을 표현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도 나오듯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형 침대는 특히 유명하다. 침대에서 외빈을 맞거나 하녀가 건네주는 아침식사를 했던 곳이다.3 엘리자베스 시대의 커버드(cupboard: 찬장)로 벽에 잇대어 놓는 전시용 가구다. 손으로 깎은 두툼한 조각은 당시 오크 가구에 자주 사용된 방식이다. 인물상과 밝은 색을 내는 방식이 독특하다.4 찰스 2세 시대의 영국이나 인근 나라에서 사용하던 웨인스콧 의자로 권위를 강조한 등받이 형태로 보아 지방 귀족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5 중세적인 모티브를 디자인했던 윌리엄 모리스 디자인의 아트 앤드 크래프트 오크 뷔로와 장식적인 요소를 결합한 디자인이다.6 웨스트 팰리언 오크 체스트로 중세 체스트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7 17세기의 웨인스콧 의자로, 패널을 끼워 맞춤식으로 제작했다.8 윌리엄 앤드 메리 시대 디자인으로 이 시기에는 네덜란드로부터 이주해 온 왕을 따라 대륙의 디자인 경향이 가구 전반으로 영향을 끼쳤다. 이 사이드 테이블 역시 보빈을 장식화했으며 간결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이다.9 찰스 2세 시대에 사용하던 게이트 레그(gate leg) 테이블로 접으면 세워둘 수 있으며 펼치면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다리는 보빈(bobbin) 모티브다.10 자코비언 시대의 오크 리팩터리 테이블로 수도원에서 사용하던 것에 장식을 덧입혔다. 중세 시대에 식탁은 테이블보를 덮었기에 별로 장식이 없었다.김재규헤리티지 소사이어티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 아카데미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기행, 유럽도자기 저자.영국 엡버시 스쿨, 옥스퍼드 튜토리얼 서비스 칼리지 오브 런던 졸업.©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