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후기 수필인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는 바늘 자 가위 실 인두 골무 다리미 등 7가지 도구가 서로 자신의 공을 뽐내는 얘기로 풍자와 비유를 담고 있다.우리 인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인체는 무엇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유기체다. 몸의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은 각종 영양소를 대사하고 유해 물질을 해독한다. 나이가 들면 해독을 담당하는 간의 실질세포 수가 줄고 기능이 떨어진다. 중년이 되면 20∼30대에 비해 주량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 그런데도 나이 먹은 것을 잊은 채 술을 부어대는 것은 노화를 앞당기는 자해 행위다. 간을 지키려면 담백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신장도 간과 비슷하다. 과잉의 단백질 술 염분은 신장에 부담을 준다. 육류는 하루에 손바닥 절반만큼만 꾸준히 먹어주는 게 간과 신장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소화기관도 많이 먹으면 빨리 늙는다. 인슐린의 경우 한국인은 서구인의 2분의 1∼3분의 2에 해당하는 양밖에 분비하지 못한다.열량을 과잉 섭취하면 비만과 성인병을 부르고 내장기관의 노화를 촉진할 뿐이다.심장은 어떻게 아껴 쓸 것인가.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줄여야 한다. 운동으로 심장에 적절한 자극을 줘야 하며 덜 기름진 식사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 등 혈관을 더럽히고 탄력을 떨어뜨리는 물질이 씻겨나가야 혈관 내벽의 마찰이 줄어 심장이 효율적으로 많은 피를 돌릴 수 있다.뼈와 근육 연골이 오래 버텨 줘야 나이 들어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 1주일에 3∼4일, 하루에 40분 안팎의 유산소운동 근육운동 유연성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엔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하는 운동중독증도 문제가 되고 있다.운동 시 고통이 사점(死點)을 넘어서면 엔도르핀이 나와 쾌감으로 변하기 때문에 운동중독증에 빠진다고 한다. 운동선수야 어쩔 수 없이 피나는 연습을 한다지만 일반인에겐 금물이다.눈과 귀의 감각기관도 혹사하면 늙는다. 근무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밤새도록 TV와 전자 게임에 빠지다 보면 눈이 마르고 충혈된다. 탁한 실내 공기와 지나친 냉온방도 안구를 피곤하게 하는 요인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MP3 등을 듣느라 노상 이어폰을 꽂고 산다.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는 이런 만성적 소음에 손상되므로 이들이 40대를 넘어서면 소음성 난청 환자가 되기 십상이다. 평생 듣는 소음의 누적량에 비례해 청각의 노화 속도가 결정되므로 조용한 환경이 귀엔 보약이다.뇌는 많이 쓰면 쓸수록 치매 예방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때로 국한될 것이다.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이 지배하면 스트레스가 생겨 만병의 씨앗이 된다. 몸은 아껴 써야 오래간다. 평생 인체가 감당할 능력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절약해 쓰는 습관을 지니는 게 필요할 것 같다.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