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웰빙트렌드 선도기업 풀무원

무원은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회사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에 가면 풀무원이 만든 두부나 콩나물 생면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먹을거리와 관계된 식품을 만드는 만큼 특히 주부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다. 지금은 이렇게 대중화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풀무원은 1981년만 하더라도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기농법으로 기른 채소와 과일을 파는 조그마한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에 불과했다. 당시 두부 콩나물 등 야채는 재래시장에서 영세한 규모로 거래가 이뤄지던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제품이었다. 풀무원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이런 제품들에 포장을 입히고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주부들의 손길을 붙잡았다.지난 10년간 풀무원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소득 증가와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붐을 타고 2001년에는 매출 규모가 총자산 규모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1995년 상장된 이후 주가도 매출 급성장에 발맞춰 상승 가도를 달렸다.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풀무원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고속 성장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에서 호평만 쏟아지던 2003년부터 대상 CJ 등 대기업이 잇따라 풀무원이 독식하던 포장 두부 시장을 시작으로 신선 식품 시장 진출을 선포하자 우량 기업에서 하루아침에 위태로운 기업으로 위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량 만두 파동, 콩나물 농약 검출 사건 등 악재가 잇따라 불거졌다.풀무원에 대해 러브콜만 불러대던 애널리스트들도 표정을 바꿔 냉혹한 평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풀무원에 대해 분석할 가치가 없다”며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덩달아 주가도 휘청거렸다. 한때 7만 원까지 올랐던 풀무원 주가는 대기업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3만 원대로 추락했다. 작년 6월에는 2만4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실제 풀무원의 영업실적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풀무원 역사상 최악의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긴 터널이라고 하더라도 끝은 있는 법. 풀무원은 200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영업 부진을 털어내고 턴어라운드 대열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에서도 ‘풀무원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해 주가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그렇다면 풀무원이 지난 3년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어떤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풀무원은 2003년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물류 창고와 공장, 그리고 일부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물적 분할했다. 물적 분할이란 기존 회사의 일부에 속하는 자산을 따로 떼어내 자회사로 분할하고 자회사의 지분은 모회사가 100% 소유하는 것이다.이렇게 해서 풀무원은 식품 유통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 지주회사로 바뀌었고, 산하에는 무려 18개에 달하는 자회사가 탄생했다. 풀무원의 직접 지배를 받는 자회사는 크게 세 집단으로 묶을 수 있다. 첫째는 풀무원이 판매하는 식품류를 단순히 생산해 납품하는 생산 자회사들로 풀무원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둘째는 독자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4개의 푸드 서비스 자회사를 들 수 있다. 마지막은 풀무원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지는 않지만 풀무원의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건강 식품 회사들이다. 풀무원의 이익은 자체 사업에서 나오는 영업이익과 자회사들로부터 얻는 지분법 이익으로 구성된다.지난해 말부터 풀무원이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한 것은 자체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자회사 실적이 모두 좋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007년 들어 실적 개선세는 뚜렷하다. 지난 2분기 영업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 영업이익은 38.8% 증가, 세전 이익은 3.4% 증가 등의 성과를 냈다.대상 CJ와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대우증권은 풀무원의 세전 이익 증가율이 3분기에 45.7%, 4분기에 68.2%에 이르는 등 갈수록 이익 개선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풀무원이 지난 3년간의 부진을 딛고 수익성이 좋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경영 전략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풀무원은 다른 대기업들의 잇단 시장 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작년 말부터 수익성 위주로 경영 전략을 수정했다. 과거에는 과도하게 비용을 쓰더라도 적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풀무원의 주력 제품인 두부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두부는 풀무원의 전체 매출 비중 42.1%에 달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포장 두부는 연간 시장 규모가 2300억 원에 달할 만큼 급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 풀무원의 두부는 그러나 대상과 CJ 등 대기업의 잇단 진출로 한때는 점유율이 50%대까지 하락했다. 풀무원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과도한 판관비를 지출하며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오히려 점유율은 더 하락했고 매출 정체와 판관비 증가에 따른 영업 실적 부진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이에 따라 풀무원은 작년 말부터 시장점유율에 연연하지 않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수익성은 급속히 좋아졌다. 더구나 풀무원의 브랜드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고 할인점에서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강해 시장 점유율은 예상보다 하락 폭이 작다.풀무원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제품 가격 인상과 원가 절감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지난 1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두부류 가격을 평균 8.3% 인상하는 강공에 나섰다. 가격 인상은 어찌 보면 상당히 리스크가 큰 것이지만 당시 업계에는 선두주자로서의 품질 향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이와 함께 충북 음성 공장의 가동률 향상에 따른 생산성 증가와 원재료 가격 안정 등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졌다. 특히 음성 두부 공장의 가동률 향상은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음성 공장에 대대적인 라인 증설과 함께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음성 공장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춘 고효율 공장으로 변신했고 자연스레 원가율 개선으로 이어졌다.자회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특히 푸드 서비스 분야 자회사 4곳은 단체 급식이나 식자재 유통 등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단체 급식 업체인 ‘ECMD’는 2001년 이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5%에 달할 만큼 고성장으로 풀무원 그룹의 핵심으로 자리 매김했다.단체 급식 시장의 연간 규모는 23조 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성장 전망도 어느 자회사 못지않게 우수하다. 미국 현지 두부 생산 판매 업체인 ‘풀무원Wildwood’도 초기 시장 진입에 따른 실패를 거울삼아 구조 조정을 끝마치고 올해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들 자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올해 풀무원의 지분법 이익은 전년 대비 1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풀무원의 강점 중 하나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덕에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일반에 알려진 ‘두부 장수 풀무원’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콩나물 생면 김치 등 음식료품과 함께 단체 급식 식자재 유통, 냉동 물류 등으로 적극적인 영역 확장에 나서 종합적인 식품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를 굳힌 덕분이다.물론 리스크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마케팅 비용 통제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CJ와 대상 등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풀무원의 주력 시장에 뛰어든 만큼 쉽게 경쟁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CJ와 대상이 시장 장악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풀무원의 수익성 위주 전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CJ와 대상도 수익성 저하로 무리한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위안 요소다.안전성 문제도 식품업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한 영원한 숙제다. 라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던 삼양라면도 한때 라면 시장의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절대적 지배력을 과시했지만 198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지 파동으로 한순간에 시장점유율이 10%대로 주저앉은 적이 있다. 물론 풀무원도 과거 몇 차례 안전성 문제에 휘말려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충분히 갖췄을 것으로 판단된다.일부에선 경영상 불투명성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각종 유기농 제품 판매로 수익성이 높은 ‘올가홀푸드’ 지분(67.2%)을 지난 해 대주주에 매각한 것은 지배 구조의 투명성이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업계 일각에선 꼬집고 있다. 풀무원 주력 자회사인 ‘풀무원녹즙’과 대주주의 개인 자회사인 ‘풀무원녹즙판매’ 간의 불명확한 관계 정립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풀무원이 웰빙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표 식품 기업이라는 평가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더구나 과거 3년간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됐기 때문에 장기 투자 측면에서 보면 지금이 저가 매수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풀무원의 2008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률(PER)이 9.0배로 국내 음식료 업종의 평균 PER 14.7배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음식료 상위 20위 업체의 평균 PER 21.0배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대우증권은 식품 시장의 경쟁 요인 등 부정적인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풀무원의 개선되고 있는 수익 흐름과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해 6개월 목표 주가 5만5000원은 무난하다고 제시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