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3년 안에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를 업계 최정상으로 올려놓겠습니다. 회사가 사람과 조직을 꾸준히 육성하려는 중장기 플랜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7년 만에 본가(本家)로 금의환향한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의 야심찬 포부다.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89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업종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2000년에는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긴 후 정보기술(IT) 부문에서 5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경력 덕분에 구 상무는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업종을 읽어내는 눈이 예리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가 지난 5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처음으로 한 것은 주가지수 전망 대폭 상향 조정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 움직임이 일부 포착되고 있지만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여전히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고 국내 경기도 경제성장률 및 기업 이익 증가율이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스타 애널리스트란 명성을 업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제2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 상무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그의 긍정적인 시장 전망과 투자 유망 종목 등을 들어봤다.“9월 말까지는 미국의 다양한 지표에 의해 일시적으로 등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지루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8월에 큰 폭의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조정이 오더라도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9월까지 횡보 장세가 이어지면서 바닥을 다지고 향후 상승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증권가에서는 ‘요즘 주가는 점쟁이도 못 맞힌다’는 말이 나돌 듯이 연말 주가를 예측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기존의 분석 틀로는 최근의 주가 급등락을 설명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주가 전망은 여전히 좋습니다. 국내 주가지수도 하반기에는 다시 한 번 2000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향후 12개월 전망치(고점)로 주가지수 2270을 설정했습니다.”“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꾸준히 강한 성장세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국내에 한정해 본다면 기업 실적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의 예측과 결과가 다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중장기 추세가 살아있는 셈이지요. 무엇보다 펀드와 연기금 등 간접 투자 시장이 본격화되는 초기여서 향후 주식시장의 기반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국내 자산의 상품별 편중도를 보면 부동산이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자산은 10%에 불과하지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금융자산의 비중이 40%가 넘습니다. 간접 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주식시장의 수요 확충에 기여할 것입니다.”“저는 금융 업종과 운송 업종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금융 업종에서는 증권주와 보험주를 선호합니다. 증권주는 자본시장 통합법 통과로 수익 모델이 다양화되는 데다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보험주는 장기 보유를 권합니다. 증권주에서는 자산 영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보험주에서는 수익 구조 개선 폭이 큰 LIG손해보험이 좋아 보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의 수혜주인 운송업도 유망합니다. 여행객과 물동량의 증가가 운임 지수 및 운임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장 대표주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IT 업종의 실적 개선은 두고 봐야 합니다. 현재 반도체 가격과 출하량의 하락으로 상반기 강세장에서도 IT 업종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IT 업종의 실적 회복이 다소 예상돼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정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통상 반도체는 짝수 해를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이벤트가 대부분 짝수 해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수요는 홀수 해 하반기부터 주문량이 늘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증가량이 예전에 비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IT 업종의 회복을 완전히 낙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40여 명 수준이었던 리서치센터 인원을 최근 70명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대신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와 금융공학을 담당하는 연구원 20여 명을 포함할 경우 기업 및 업종 분석과 시황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90여 명에 이릅니다. 이는 국내 최정상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인력의 숫자와 비슷합니다. 업무 프로세서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잡무를 줄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입니다. 지주사 테마 등 새로운 섹터가 생겨남에 따라 앞으로도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을 지속적으로 보강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리서치센터의 기능을 일률적인 주가 전망에서 벗어나 주식과 부동산, 기타 대안 투자 등을 포괄하는 자산 관리 쪽으로 바꾸어 나갈 생각입니다.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최근 펀드 분석 애널리스트를 채용했습니다. 펀드 투자가 보편화된 이상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자산 관리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큰 그림에서 본다면 이는 대신증권이 종합 투자은행(IB)으로 나아가고 있는 한 단편입니다. 법인 영업은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인 영업 활성화를 위해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리포트의 질입니다. 지금까지 리포트를 내고 사후 관리가 안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리포트를 낸 이후에도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사후 서비스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겁니다.”구희진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한국외국어대 대학원 무역학과대신증권 애널리스트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기업분석팀장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