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diterranean cruise

자가 떠난 크루즈 여행은 미국에 본사를 둔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Royal Caribbean Cruise)사의 보이저 호(Voyager)였다. 출항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출발 전날, 꿈에 그리던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됐다는 설렘에 밤잠도 설쳤다. 드디어 사진에서만 보았던 크루즈 선박을 항구에서 직접 마주하니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그 웅장함과 거대한 규모는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항구에서 멍하니 보이저 호를 바라보면서 ‘이게 정말 바다를 떠다닐 수 있을까, 정녕 오늘 내가 탈 배란 말인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보이저 호에 탑승했다.보이저 호는 13만8000톤 급 선박이다. 총 탑승객은 3114명, 총 승무원은 1181명. 최대 총 4295명까지 태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래서 크루즈를 ‘바다를 떠다니는 리조트’라고 말하는 것이다.기항지를 출발한 그 순간, 출발을 알리는 ‘뿌웅~’ 하는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지면서 전 세계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우리들만의 파티가 시작된다. 크루즈를 처음 접하면 우선 그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한다. 하지만 크루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배 안에 있다. 매일 펼쳐지는 화려한 쇼와 파티, 그리고 끝없는 음식의 향연이 바로 그것이다. 옥상 야외 수영장에서는 비키니의 금발 여인들이 몸매를 뽐내고, 턱시도를 빼 입고 연주하는 멋진 악사들, 그들이 어우러지면서 화려한 선상 파티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새 갈아입고 나왔는지 시원한 수영복 차림으로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한 손엔 맥주 또는 칵테일을 들고 춤추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 야외 수영장 안에서는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한쪽에서는 여유롭게 선탠을 즐기며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하는 사람들….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광경이 내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크루즈 선상에 있고, 가슴 벅차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선상 위에서 벌어지는 파티와 함께 코발트빛의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이 황홀한 시간들도 저 멀리 해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크루즈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언제 그렇게 생기발랄했었느냐는 듯이 선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낭만과 로맨틱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수영복 차림의 수많은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사람들로 꽉 찼다. 모두 한 손에는 칵테일과 와인을 들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크루즈에서 바라보는 지중해 석양! 그 분위기, 아름다움, 느낌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석양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끝없이 토해내는 감탄사로 대신하겠다. 바로 그때 악사들이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황홀감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저녁이 되자 또 다른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저녁 정찬을 위해 메인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돌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별천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규모와 인테리어 등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초호화 레스토랑 앞에 말문이 막힌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크루즈에서의 식사는 정찬과 뷔페를 포함해 하루 7차례 제공된다. 매일 바뀌는 식단과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와 요리 수준은 일행을 감동시켰다. 감동적인 식사를 마치고, 매일 저녁 공연이 펼쳐진다는 얘기를 듣고 배 안에 있는 스칼라 극장을 찾았다.‘과연 여기가 배 안이란 말인가?’ 놀라움은 이 극장에서 절정에 달했다. 스칼라 극장은 1000석 정도의 규모에 화려한 무대장치로, 마치 세종문화회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스페인 전통춤인 플라멩코 공연을 비롯해 화려한 마술쇼, 그리고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졌다.밤이 깊어 가는 데도 사람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면서 환상과 낭만의 밤을 맛보고 있었다.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배는 어느새 프랑스의 빌프랑슈(니스와 모나코 가운데에 있는 작은 항구)에 도착해 있었다.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놀라운 마술이 시작되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늘 새로운 장소에 도착해 있다. 이것 역시 크루즈 여행만이 가져다 주는 매력이자 즐거움이다.크루즈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다. 기항지에 도착해 시내 관광을 해도 되고, 여유롭게 배 안의 최신 시설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도 된다. 여유롭게 즐기고자 하면 한없이 여유로운 여행이 되고, 또 바쁘고자 하면 한없이 바쁜 것이 크루즈 여행이다. 이것도 큰 매력 중 하나다.기항지에 도착했을 때 배에서 내려 모나코 여행을 선택했다. 모나코는 유럽의 바티칸 다음으로 작은 나라로, 걸어 다니면서 모나코 전체를 다 즐길 수 있다. 모나코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왕궁을 관광하며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과 음식, 그리고 지중해의 낭만과 여유를 만끽하며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관광을 마치고 크루즈로 돌아가고자 다시 항구로 돌아오니, 저 멀리 우리가 탑승할 보이저 호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한 듯 은은한 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모습 또한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배에 탑승하자 또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 여전히 파티는 계속되고 있다.그렇게 하루는 저물어 가고…. 배는 로맨틱한 밤으로 옷을 갈아입고, 다음 기항지인 스페인의 최대 휴양지 마요르카 섬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글·사진 전광용 이오스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