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황정하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팀 부장] 올겨울은 너무 춥다.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던 지난겨울과 너무도 상반된 날씨가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올겨울이 좀 춥다고 지나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올해 한국의 역대급 장마, 미국·호주의 대규모 산불, 대서양의 잦은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이변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최근 100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약 1도 상승했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진행되는 약 1만 년간 지구 온도가 4~5도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인간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자연의 20~25배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가장 무서운 것은 이대로 가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며 지구가 복원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이후에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에너지원의 전환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UN IPCC)의 ‘기후변화에 대한 5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지구 온도 상승의 주요 원인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이다. 특히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온실가스라 불리는 이산화탄소 등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1970~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78%가 화석연료 연소 및 산업 공정으로부터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원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여전히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의 79%를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사례와 같은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결국 태양광, 풍력과 같은 클린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에너지원의 전환, 즉 클린에너지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의 정책, 기업의 변화, 경제성 확보에 따른 것이다.

파리협정 체제 시작…각국의 정책 지원 지속
기후변화와 관련한 올해의 가장 큰 의미는 파리기후변화협정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2015년 세계 196개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기존 교토의정서(1997~2020년) 체제를 넘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보편적 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구체적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감축 목표 제출과 점검 절차에 구속력을 부여해 당사국의 지속적인 목표 달성을 유도하려 한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협정에 재가입할 것임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2021년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여는 첫해가 될 것이다.

파리협정 체제 시작에 맞춰 주요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개인, 기업 또는 국가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 한국 등이 2050년을 목표로 제시했고, 미국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2050년을 목표로 내놓았다. 중국조차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와 더불어 각국이 그린뉴딜로 대변되는 클린에너지 및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탄소 배출=비용, 기업들의 변화도 이어진다
정부 정책뿐 아니라 기업들의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모든 국가의 감축 노력을 중요시하는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기업 역시 생존을 위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이는 각국이 제도와 규제를 통해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유도할 것이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으로 소비자와 투자자 역시 친환경적인 기업에 대한 소비와 투자를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기업 전반에 ‘탄소 배출=비용’이라는 인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인 예로 배출권거래제와 RE100을 들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비용을 배출 주체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국가 단위 또는 지역 단위로 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배출권 거래 시장 확대 및 글로벌 배출권 거래 시장의 통합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RE100은 ‘Renewable 100%’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이 필요 전력을 모두 클린에너지를 통해 공급받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애플, 구글 등 280개 이상의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SK그룹 8개사가 지난해 최초로 가입했다.

RE100의 경우, 가입 기업들이 공급망에 위치한 협력업체에도 클린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소니가 고객사인 애플의 요청에 따라 일본 정부에 클린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클린에너지 발전량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는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클린에너지, 원가 하락으로 자생적 성장 동력 확보
가장 중요한 점은 클린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가 태양광, 풍력 등 클린에너지는 정부의 보조금 없이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클린에너지의 원가가 매우 빠르게 하락했다. 태양광발전 원가는 무려 82% 하락하며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왔고, 풍력발전 원가 역시 30~40% 하락했다.

현재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71%를 차지하는 유럽, 미주, 중국, 오세아니아 등의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 클린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가장 낮은 상황이다. 이렇게 클린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함에 따라 최근 들어 신규 발전 설비의 클린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자생적인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대응의 초입,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 기회
정책적 지원과 기업들의 변화, 그리고 경제성 확보를 바탕으로 클린에너지 산업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이들 기업·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자금 유입 등으로 클린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클린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지난해 수익률이 60~180%에 이를 정도였다.

너무 많이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는 시점이다. 물론 주식시장이 상승만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부 조정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클린에너지 산업의 성장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잠깐 하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변화의 초입에 있을 뿐이며,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될 시대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지금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클린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관련된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수소·전기차 테마에 주목
클린에너지 시장에서는 태양광, 풍력, 수소, 전기자동차 관련 테마에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태양광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클린에너지원으로 전 세계 태양광발전량의 46%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시장의 선도 기업에 주목한다. 풍력 역시 경제성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지역 발전량 중 풍력 비중이 가장 높은 유럽의 관련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수소의 경우 클린에너지의 약점인 저장·운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나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클린수소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수소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전기차는 클린에너지 시장에서 유류 수요 대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류 소비의 57%가 운송 부문(차량, 항공 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각국의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차 신차 출시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애플은 아이폰 3세대(3G)를 출시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애플의 주가는 그 뒤로 30배 이상 상승했다.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변화는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그러한 변화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2021년은 기후변화에 투자할 때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