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올해 대형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금융사들의 조직 개편은 ‘디지털’에 방점이 찍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과거와 같은 정형화된 조직 체계로는 사업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2021년 새해 벽두부터 내세운 경영 화두는 ‘디지털’과 함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였다. 특히 ‘디지털 전환’은 지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매해 경영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품 판매에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디지털 부문의 인력 비중을 확대하고 투자은행(IB), 자본시장 등 핵심 성장 부문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업(業)의 경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강조하며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빅테크 기업 등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작지만 강한 조직’을 강조하며 올해 역시 취약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은행권 단체장인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풍부한 데이터와 브랜드 인지도로 무장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은 뒤 참여자들의 순위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금융권 경쟁 구도에 대한 관전평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KB금융, 비은행 강화…‘플랫폼 조직’ 변모
올해 KB금융지주의 조직 개편 키워드는 ‘디지털’과 ‘글로벌’, 그리고 ‘비은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기화하는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함께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의 성격이 짙다.

그동안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국내 금융지주사의 공통 과제로 인식돼 왔는데, 특히 KB금융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지난해 9월,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 체제의 최대 공적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KB금융은 윤 회장 취임 이후 옛 LIG손해보험, 현대증권에 이어 지난해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며 20% 안팎에 머물던 비은행 수익 비중을 40%대까지 끌어올렸다. 윤 회장 취임 당시 308조 원(2014년 말)이었던 총자산도 605조5000억 원(지난해 9월 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KB금융이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보험 및 글로벌 부문을 진두지휘할 ‘부회장’ 직제를 신설한 것도 푸르덴셜생명 편입 이후 보험 부문(KB손보-푸르덴셜생명-KB생명)의 시너지 창출 및 수익 안정화와 함께 해외 진출에 대한 권한 집중을 통한 책임 강화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지주사들의 또 다른 공통 과제인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편 내용도 눈길을 끈다. 종전 디지털혁신총괄(CDIO)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로 변경했는데, CDPO는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의 혁신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내 고객경험(UX) 개선과 품질보증(QA) 역할까지 담당함으로써 고객 중심의 금융 플랫폼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기반의 상담 플랫폼 등 미래형 콘택트센터로의 변화를 총괄하는 ‘스마트고객총괄’ 직제를 설치하는 한편, 그룹 내 AI 관련 추진 전략 수립 및 계열사 간 협업을 지원하는 ‘AI 혁신센터’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윤 회장은 올 초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앞으로 KB는 금융사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되 완전한 디지털 조직,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모든 경영진이 힘을 합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결연한 자세로 목표를 실행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K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조직 개편 역시 ‘금융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졌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정보기술(IT), 디지털, 데이터 등 기능별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데브옵스(DevOps) 형태의 플랫폼 조직으로 전면 개편했다. 데브옵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의 합성어로 시스템 개발자와 운영을 담당하는 IT 전문가 사이의 소통과 협업, 통합 및 자동화를 강조하는 방법론이다. 빅테크 기업들처럼 기획과 IT 담당 직원이 함께 근무하며 소통하는 업무 환경으로, 이를 통해 전행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각 부서별 책임경영 체제도 더욱 강화된다. KB국민은행은 마이데이터플랫폼단, 개인마케팅단, 리브모바일플랫폼단, 미래컨택센터추진단, 기관영업추진단, 클라우드플랫폼단 등 핵심 사업 부문의 조직 명칭에 ‘단’을 부여하고, 본부장급 부서장을 보임해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력을 대폭 강화했다. 아울러 영업현장의 지역본부(PG) 체계 안정화 및 성과관리 이양 등 PG장의 역할 확대를 통해 지역영업그룹의 광역화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ESG 경영 강화…리스크 관리
KB금융과 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했다. 우선 ‘그룹 경영관리부문’을 신설해 최고경영자(CEO)급 부문장을 선임했고, 기존 부사장-부사장보-상무 3단계로 운영되던 경영진 직위 체계를 부사장-상무 2단계로 축소했다.

부사장급 경영진이 각 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를 통해 경영진 간 수평적 소통과 함께 내부 의사결정 속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경영관리부문은 전략, 재무 등 팀 단위로 산재돼 있던 지주사의 경영관리 기능을 통합했다. 특히 그룹 및 자회사의 핵심 경영 이슈에 대해 준법 지원, 감사 담당부서와 상시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도 정립했다.

글로벌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 관련 조직 개편도 눈길을 끈다. 신한금융은 그룹 전략/지속가능부문(CSSO) 산하에 ‘ESG기획팀’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ESG 전략 추진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마이데이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내 ‘빅데이터부문’도 신설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조직 개편도 ESG 경영 강화와 함께 디지털 역량 고도화를 위한 조직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다. 우선 그룹 차원의 ESG 경영과 브랜드 관리를 위해 ESG 전담부서인 ‘ESG경영부’를 신설하고,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지주 ‘브랜드전략부’를 홍보실과 분리했다.

지주사와 은행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지주사의 경우 현행 7부문-2단-5총괄 체제를 8부문-2단으로 슬림화하고 부서도 통폐합을 통해 5개로 줄였다. 이를 통해 임원급의 책임과 권한을 더욱 명확히 하고 업무 추진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취약해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아주캐피탈 인수에 성공했지만 증권과 보험 부문의 사업 확장은 여전히 미완성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환경이 위축돼 단기간 내에 규모 있는 M&A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룹 내에 아직 비어 있는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그룹 성장을 위한 동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그룹 내 ‘사업성장부문’을 신설하는 한편, 산하에 시너지추진부와 사업포트폴리오부를 두고 신규 자회사 육성과 시너지 업무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 역시 3개 사업그룹을 줄이고 임원 수를 감축하는 한편, 공동 영업 체계인 VG(Value Group)제도 도입에 맞춰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해 연계성을 높이고, VG제도 도입에 맞춰 사업그룹도 통합했다.

개인그룹과 기관그룹은 ‘개인/기관그룹’으로 통합해 산하에 부동산금융단을 배치했고, 기업그룹과 중소기업그룹은 ‘기업그룹’으로 묶어 산하에 외환사업단을 배치했다. 또 HR그룹과 업무지원그룹도 ‘경영지원그룹’으로 통합함으로써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본부조직을 대폭 슬림화해 임원 수도 3명 축소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는 그룹 차원의 통합관리가 필요한 디지털 경쟁력, 시너지, ESG 경영,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은행은 영업 관련 본부조직의 혁신을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 조직 개편도 효율적 조직 운영을 위한 본점 슬림화와 ESG 경영 강화,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본점 조직은 기존 18그룹, 1연구소, 19본부(단)를 15그룹, 1연구소, 17본부(단)로 줄였고, 업무 체계의 중심을 종전 부서에서 팀(unit)을 전환했다.

부서장이 보유했던 전결권을 팀 리더에게 이양함으로써 실무자들이 능동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과거 복잡했던 의사결정 구조도 ‘팀 리더-임원-CEO’로 간소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부서는 역할을 축소시켜 공통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섹션(section)으로 변경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종전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등 기능 중심의 조직을 ‘디지털리테일그룹’으로 통합하는 한편,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사업, 디지털, IT가 융합된 ‘다기능팀(Cross-Functional Unit)’을 일부 구성해 내부에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고객들의 손실 위험을 관리해 온 기존 ‘손님행복그룹’에 추가로 고객 입장에서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돕는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다.

아울러 기존의 기획, 예산을 담당하는 경영기획그룹과 인사, 업무 지원을 담당하는 경영지원그룹을 통합해 ‘경영기획&지원그룹’을 신설하고, 전행 차원의 ESG 경영 강화를 위해 그룹 내 ESG 전담부서인 ‘ESG 기획 섹션’도 새롭게 설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본격적인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및 손님의 금융 이용 방식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기존 공급자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금융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소비자 보호를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혁신금융그룹, 자산관리그룹 신설 등 본부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던 IBK기업은행의 경우 올해에는 내부통제 및 ESG 경영 강화에 중점을 뒀다. 먼저 내부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내부통제총괄부’를 신설해 영업점과 본부의 법규 준수 점검과 내부통제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적 통합 관리·감독을 수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부 내 ‘ESG경영팀’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해 IBK경제연구소 내에 ‘디지털혁신연구팀’도 새로 구성했다.

한편, 국내 대표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함께 ‘자산관리(WM)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올해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복합금융점포 신설을,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자산관리부문과 기업금융 간의 협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BNK금융과 DGB금융, JB금융지주 등 지역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지방은행의 경우 디지털 및 ESG 경영 강화와 함께 수도권 진출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들 ‘자산관리 & 디지털’ 강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광풍’이라는 뜻밖의 호재를 만난 증권사들 역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경계감은 다르지 않았다. 해법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과 ‘자산관리 강화’로 요약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디지털 미래에셋’의 원년으로 삼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며 최근 주식투자 열풍을 발판으로 자산관리 비즈니스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금융시장의 화두는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역시 “혁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직원과 회사 모두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M부문 강화에 초점을 둔 미래에셋대우는 WM마케팅본부와 VIP솔루션본부를 WM총괄 직할로 편제하고 서울의 지역본부를 4개에서 5개로 확대 재편했다. 기존에 지역영업본부와 함께 WM영업부문 산하에 있었던 WM마케팅본부와 VIP솔루션본부를 WM총괄 직할로 옮기며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WM마케팅본부는 국내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 운영 및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KB증권도 WM총괄본부 직속에 CPC(고객, 상품, 채널)전략부를 신설해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리스크심사부를 리스크심사본부로 확대 개편하며 내부통제 기능도 더욱 강화했다.

NH투자증권은 ‘WM디지털사업부’를 신설했는데, WM디지털사업부 아래에는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담당하는 ‘디지털영업본부’와 디지털 기반에 최적화된 특화 상품 및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디지털솔루션본부’를 편제했다. 비대면 고객도 온라인에서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확장한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도 WM그룹에서 기존 지원 조직인 BK추진본부, 금융상품추진본부, IPS본부, 디지털본부 4개 본부에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본부를 편입하고 WM추진사업단을 신설해 7개 지원 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