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뜨거운 M&A 시장…환경 산업, 슈퍼 사이클 오나
[한경 머니 기고=이경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 글로벌 투자의 트렌드가 ESG, 그중에서도 ‘환경(Environment)’에 초점이 맞춰지며 각종 친환경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부터 환경정책을 강하게 펼쳤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대체로 2030년 탄소 배출량의 의미 있는 절감을 목표로 설정하고 각종 환경 규제는 물론 친환경 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취임한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 버렸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주요 공약에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화된 환경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zero carbon)’을 실현하고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등 훨씬 파격적인 환경 대책을 포함한다. 이는 모두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변화다.
폐기물 처리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
다양한 친환경 산업 중 폐기물 처리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처리단가(P), 처리량(Q), 비용(C)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Q: 인류가 존재하는 한 폐기물 배출은 지속된다. 세계 각국은 대체로 연평균 1.5%의 폐기물 처리량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는 코로나19에 따른 이커머스 성장,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 2021년부터 주택 공급 확대 전망 등에 힘입어 폐기물 배출량의 성장이 예상된다.
P: 폐기물 처리 산업은 정부 규제하에 있어 신규 진입이 어렵고 단가 인상에 저항이 낮다. 따라서 단가 인상은 시장 성장에 큰 축이며, 미국의 폐기물 처리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6.1%, 한국은 5.9%의 성장이 예상된다.
C: 폐기물 처리 산업은 진출 초기 고정비 부담은 있지만 변동비 부담이 낮아 규모가 커질수록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커진다. 폐기물 처리 산업의 우수한 현금흐름은 곧 주주 가치의 증대로 이어진다. 이는 미국 폐기물 처리 업체 1위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지난 17년간 쉬지 않고 배당금을 인상해 왔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폐기물 소각과 매립장은 환경과 민원 문제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공급되는 허가제 산업이다. 특히 매립장은 어느 나라나 한정적 부지 문제로 공급이 어렵고 한국의 지정폐기물 매립연한은 10.6년, 일반폐기물 매립연한은 3.8년으로 미국의 20년 대비 크게 낮다. 이는 2020년 수도권 매립 단가가 2018년 대비 2배 남짓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폐기물 산업은 처리 능력이 수요를 창출하는 독특한 산업구조 형태를 보이며 수요자가 폐기물 처리를 위탁할 기업을 선정 시, 가격보다 처리 능력과 처리 경험 등 신뢰도를 중시한다. 따라서 매립뿐 아니라 수집과 소각 등 중간처리 사업에서도 처리 단가가 꾸준히 상승해 왔다.
[big story] 뜨거운 M&A 시장…환경 산업, 슈퍼 사이클 오나
한국 환경 산업 통폐합이 시작되다
국내 폐기물 처리 산업은 다양한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상위 3개사의 지분율이 각각 20% 이하다. 폐기물 처리 산업의 통폐합이 어느 정도 이뤄져 성숙기에 진입한 미국의 폐기물 처리 산업을 살펴보자.
미국의 환경 기업들은 현금흐름이 매우 우수해 기업 인수와 재투자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산업의 빅3는 공식적으로 양질의 현금흐름을 활용해 보다 좋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길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정비가 높고 인건비 등 변동비가 작아 대형화가 될수록 규모의 경제효과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폐기물 처리 산업의 경우 빅3의 점유율이 58%이며 민간 시장 내에서는 무려 80%에 이른다. 지금도 미국 빅3는 매년 폐기물 처리 업체를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환경 산업은 신규 진입이 어려워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기존 업체의 인수이기 때문이다.
1위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1968년 설립 이후 1972년까지 133개의 폐기물 처리 업체를 인수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고, 지난 3년간 60여 개 업체를 총 120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2020년에는 4위 업체인 어드밴스드 디스포절을 인수하며 확실한 1위가 됐다. 해외로도 확장해 2009년에는 ‘상하이환경’ 지분 40%를 매입하기도 했다. 2위인 리퍼블릭 서비시스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억9000만 달러의 자금을 중소기업 인수에 활용했다.
한국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소각면허를 가진 600여 개의 개인사업자 중심의 폐기물 업체가 추가 설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이를 기업들이 다시 인수하며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환경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은 기업들이 볼트온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환경 산업 내 수직적(영역), 수평적(지역) 밸류체인 확장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 완성하는 기업을 종합 환경 플랫폼이라 일컫는다.
종합 환경 플랫폼에 주목
국내 폐기물 처리 산업 내 인수·합병(M&A)과 통폐합은 2017년부터 본격화돼 2021년에도 활발할 전망이다. 2019년부터 아이에스동서가 인선이엔티, 새한환경, 코엔텍을 차례로 인수했고 2020년 SK건설이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했다. 건설사들은 주로 관련 시설의 시공 경험과 환경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1위 종합 환경 플랫폼인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을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1위 건설폐기물 업체인 인선이엔티를 보유한 아이에스동서, 국내 2위 종합 환경 플랫폼인 환경시설관리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시작할 SK건설 등은 모두 건설업을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환경 산업을 설정하고 투자하기 시작한 사례다.
글로벌 폐기물 처리 기업들은 수집과 소각, 매립 등 기존 폐기물 처리 사업 확장만이 아닌 새로운 밸류체인으로 2차 매출을 확대하기 시작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2차 매출 사업은 고형연료(Solid Refuse Fuel, SRF), 바이오가스 플랜트, 폐촉매 사업 등이 있다. 이 사업들은 아직 초창기이고 기술 개발이 미흡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기술개발로 폐기물 처리 산업의 종착역은 폐기물 에너지 사업이 될 것이다.
더불어 폐기물 처리 산업 내 환경오염이 불가피한 소각 과정에서도 2차 오염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연료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 리퍼블릭 서비시스는 소각시설의 자동화에 투자해 투입 에너지를 줄이고, 소각시설 연료의 21%는 압축천연가스(CNG)로 충당함으로써 ESG를 실천한다. CNG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비용이 낮아져 3분기 실적 개선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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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차원에서도 폐기물 처리는 중요
향후 기업들은 폐기물과 하폐수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오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가 ESG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2020년 12월 발표된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기물 감소나 재활용, 폐기물 에너지 회수 등에서 앞서 있는 기업은 녹색채권 발행 대상으로 꼽힌다. 즉,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향으로 폐기물 처리가 가능한 기업들은 향후 ESG 채권 발행에 있어 연기금, 공제회 중심으로 우호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친환경 설비를 구축해 폐기물 처리 시 2차 오염을 줄일 수 있거나, 소각 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연료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폐기물 처리 기업을 선택할 것이며 폐기물 처리 기업들은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대형화된 폐기물 처리 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