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ESG 투자, 향후 10년 미래를 결정한다
[한경 머니 기고=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과거 냉전 종식 이후 30년간 지속됐던 세계적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핵폭탄급 이벤트였다. 예를 들어 민간 주도의 자율 경쟁을 통한 효율성 추구에 가치를 두며 승승장구해 온 미국 사회는 보건안전지수 글로벌 1위라는 평가가 무색하게도 세계에서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곤욕을 치루는 미국 사회와 달리 중국, 베트남 등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시스템이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던 아시아 국가들은 양호한 방역 성과를 보였다. 그간 비효율성의 주된 요인으로 치부됐던 정부 및 공공부문의 통제와 이를 수용하고 따르는 아시아 지역의 공동체 의식이 비상사태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경제,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공급한 이후 공공부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공공자본주의’ 시대에 주목받는 투자 테마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떠오르고 있다.

핫 테마 ‘ESG 투자’는 무엇인가
2019년 8월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며 단기가 아닌 장기 이윤을 추구하는 가운데 윤리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공헌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통해 ESG 기반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SG 투자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 개선에 초점을 둔 기업의 지분 혹은 채무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투자 대상이 수익성 외에 세 가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부합하는지를 체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아무리 수익성이 좋아도 환경, 사회에 해악이 되거나 지배구조가 불량하다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불매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처럼 기업이익의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ESG는 이제 단순한 투자 테마를 넘어 기업의 영속을 위한 핵심 가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상 기관의 수익성과 더불어 ESG적 요소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제로 ESG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더 많은 투자이익을 안겨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통계 자료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으로 과거 5년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지수(ACWI), MSCI 신흥국(EM)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11.5%, 7.5%, 5.4%인 반면 이들 내 ESG 테마 하위 지수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12.2%, 10.0%, 10.5%로 높은 상대성과를 나타내었다.

여기에 향후 정책과 사회 규제들도 ESG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동시에 관련 투자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요 정책 공약인 청정에너지 미 인프라 투자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며,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모든 금융사에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할 전망이다.

그리고 ESG 중에서도 2021년부터 친환경·클린에너지 섹터가 특히 부각되고 있다. 이상기후의 피해에 공동 대응하는 동시에 친환경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워 경제도 회복하고 산업 경쟁력도 강화하고자 하는 각국의 강한 의지는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 재정 집행, 자금 지원, 규제 완화 등 기업 육성책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수혜가 기대된다.
그린뉴딜과 함께 주목받는 스튜어드십 코드
한국에서도 정부 정책 방향과 연기금 등 기관자금 운용 계획의 변화로 인해 자본시장 투자를 위한 기업 선별 시 ESG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사결정 참여를 규정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8년 7월 국민연금이 도입한 이후 활발하게 적용되며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2020년 7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 발전 측면에서 5년간 160조 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저탄소·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의 그린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3대 사업 과제 중 하나다.

덧붙여 글로벌 4대 연기금 중 하나인 한국의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2024년까지 기금의 절반가량을 ESG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과거 국민연금의 운용 계획과 방향이 다른 기관 및 연기금의 운용에 미쳤던 영향력까지 고려해 보면 투자자금의 유동성 측면에서도 ESG 투자 전망은 긍정적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국내외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집행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친환경·클린에너지 분야는 앞으로 더욱 주목할 투자 대상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2차전지 등 일부 섹터는 클린에너지와 기술주의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향후 기술력의 증대로 실적지표가 개선될 경우 과거 정보기술(IT) 섹터 대표주들의 사례처럼 상당히 큰 폭의 추세적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
국내 ESG 투자 시 유의사항은
ESG 테마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종목을 선별하기 위해 기존의 기업 가치 분석 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판단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조사기관에서 발행하는 투자 대상 기업들의 ESG 관련 리포트를 참조할 순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직접 파악하긴 쉽지 않다. 또한 ESG 중 클린에너지 섹터 주식은 과거 경기침체기에 엄청난 가격 변동성을 보였던 만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이처럼 기업 선별에 대한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따른 높은 가격 변동성을 감안한다면 개별 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보다는 종목별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랩어카운트 같은 간접투자 상품이 좋은 대안일 수 있다.

ESG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해외 상품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운용사들의 상품 출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1년간의 펀드 성과는 증시 활황 등의 영향으로 인해 대부분 40~70%대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ESG 채권형 펀드의 경우 아직은 주식투자에 비해 규모나 개수가 적고 투자 저변도 기관투자가 위주로 한정돼 있다. 현재 ESG 채권 발행은 금융기관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시중은행들만 ESG 채권을 발행했으나 지난해부터 캐피털, 카드사 등 발행기관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 지원,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ESG 채권 발행물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전망 또한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