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증시 전문가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주목하는 이유는 ESG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 대전환을 가속화하는 동인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ESG 경영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주축이 되고 있어 유망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를테면 구글(Google)의 경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홍수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에 대한 예측과 사전예방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5년부터 100%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해저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ESG 관련 수익률도 파죽지세다. 전 세계적으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ESG를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 트렌드와 맞물린 영향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E’, 즉 청정에너지 관련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펀드(ETF)’로 무려 240%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맥글로벌태양광에너지지수(MAC Global SEI)를 추종하고 있는데, 이 펀드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주택용 태양광발전 기업 엔페이스에너지 주가는 한 해 동안 600%가량 급등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미국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5개 중 3개가 친환경 에너지 관련 펀드였다.

국내 시장에서도 ESG는 가장 뜨거운 테마로 손꼽힌다. 지난해 말 삼정KPMG가 발간한 ‘ESG 경영 시대, 전략 패러다임 대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ESG 펀드 순자산 규모는 2월 기준 3900억 원가량으로 2018년(1451억 원) 대비 2.6배 급증했다.

또한 인수·합병(M&A) 딜 소싱과 밸류에이션 과정에서도 ESG가 중대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데, 지난해 5000억 원 이상의 국내 대형 M&A 중 40% 이상이 ESG 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사업장 폐쇄, 공급망 붕괴 등을 경험하며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하는 ESG 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향후에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ESG 경영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주요국 역시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S’ 사회책임투자도 부각
그동안 ESG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S’, 즉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재무 성과뿐 아니라 근로 여건, 기업문화, 지역사회 기여도 등이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의 핵심 요소로 반영되는 투자법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과 함께 조직, 기업문화 등 사회위험요소(social risk factor)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기업들의 경우 사회위험요소에 소홀한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환경위험요소가 반영되는 ‘E’의 경우 해당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 측정 등을 통해 투자 결정이 가능한 데 반해 사회위험요소는 명시적 지표 산출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많은 ESG 평가기관들이 직원 만족도와 기업 재무 성과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분석 대상 기업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부 ESG 평가기관들은 온라인 설문 및 광범위한 주제의 기사와 보고서를 사회적 위험요소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의미하는 ‘G’의 경우 해외 선진국은 물론 주요 아시아국 가운데서도 한국 기업들이 유독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 ‘공정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SG 펀드에서 직접투자까지
이처럼 ESG가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ESG와 연계된 다양한 투자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ESG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과도 맞물려 있어 투자 문화의 성숙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글로벌 ESG 자금은 40조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데, 올해에는 50조 달러(5경5000조 원)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SG 투자자금 가운데 ESG 기업에만 투자하는 ESG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도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설정액 기준) 이상 규모의 사회투자책임펀드(SRI펀드)는 무려 50여 개에 달하며, 이들 펀드에 유입된 투자금도 3개월간 3200억 원을 넘어섰다. SRI펀드는 ESG 요소를 적극 반영하는 펀드로, 같은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2조 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된 것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풍과 별개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국내 ESG 관련 펀드의 3개월(12월 말) 수익률은 14.64%로 다른 테마인 공모주펀드(5.29%), 금펀드(0.06%)와 비교해도 월등한 성과를 기록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수소자동차 등 ESG 요소를 경영 전략에 도입하는 ‘착한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도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부터 반도체 사업장의 평가 기준에 ESG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SK는 일찍부터 계열사 16곳에 ESG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전사 차원의 ESG 경영을 강화해 왔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대규모의 배터리 전기차(56만 대) 및 수소 전기차(11만 대) 생산을 목표로 내걸었다. 또 한화는 유럽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된 분산탄 사업을 매각했으며, 탄소 배출량이 많은 포스코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ESG는 기관투자가의 윤리적 측면에서 강조됐다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는 클린에너지 부상으로 지속 가능성이 실질적인 수익률로 연결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이들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