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참고 도서 <관종의 조건>·<관심의 경제학>] ‘관심종자?’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일까, 시선을 끌어 승기를 거머쥔 전략가일까.

관심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이 성패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은 지금, 관심은 이미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희소한 가치가 됐다. 부정적 의미의 ‘관종’을 뒤집으면 남과 다름을 무기 삼아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이들이 보인다. 관심을 사는 시대, 관심종자가 뜬다.
관심 경제학에서 관심은 곧 화폐다. 관심만 끌면 돈을 벌 수 있는 관종 경제 시대에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발가벗은 존재들(관종의 시대)’이 쏟아져 나온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에 올라타기 위해서 부정어 ‘관종’을 다시 생각할 때다.

#1.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던 날, 조두순의 집 앞은 유튜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조두순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예고한 유튜버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며 생중계에 열을 올렸다. 개중에는 조두순이 탄 관용차에 달려들어 차량을 걷어차는 이들도 있었고, 기다리다 지쳐 짜장면을 시켜 먹은 이들도 있었다. 또 그런 유튜버들이 무례하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조회수’에 달려든 유튜버들의 잔칫날이자 아수라장이었다.

#2. 2019년 미국 시사지 포브스는 2010년대 전 세계 스포츠 스타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선수로 메이웨더를 지목했다.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그의 뒤를 이었다. 인기가 사그라진 대중 스포츠로 여겨지는 복싱 선수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고 인기를 화폐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무패의 기록이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 외에도 스스로를 ‘더 머니(The Money)’라고 칭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허세 사진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쇼맨십으로 주목성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시대다.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참여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1인이 만든 콘텐츠가 화폐가치를 일으키고 있다. 저널리스트나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게이머, 무속인, 붕어빵장사꾼까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이들이 만든 콘텐츠가 화제에 오를수록 막대한 부가 뒤따라왔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주목하지 않았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관심 경제가 기정사실이 되면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 소위 ‘관심종자(關心種字)’들이 성공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심이 화폐가 된 시대

‘관종’은 관심이란 단어와 종자란 단어가 결합돼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나타낸다. 신조어이기 때문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공식 등재돼 있지는 않지만, 해당 단어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관종의 조건>을 쓴 임홍택 작가가 10대부터 50대까지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외부 설문기관에 의뢰해 ‘관종’이란 단어를 인지하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약 94.5%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설문 결과에 따르면 ‘관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500명 중 62%는 관종이란 단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립적인 인식은 33%, 긍정적인 인식은 5%에 불과했다. 사람의 혈통을 얕잡아 이르는 종자란 단어 뜻에서 유추하듯이 관종은 대개 부정의 의미로 쓰였다. 국민이 참여하는 우리말 사전 ‘우리말샘’에서는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관심종자를 정의한다.

그러나 관심을 사는 시대가 온 만큼 관종의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 작가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관심은 교환 가능한 화폐의 개념으로 진화했다”며 “그러한 의미로 접근해 보면 관심을 얻고자 하는 관종은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닌 더 넓은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일찍이 관심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한 이도 있다. 세계 유수의 경영 전략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2006년 그의 저서 <관심의 경제학>에서 “지난날 생산의 3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그런 유형의 요소 대신 무형의 요소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하고 희소한 요소는 관심이다”고 주장했다. 관심이 가장 희소하고 중요한 가치인 시대, 즉 ‘관심 경제’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관심을 이해하고 경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관심 경제는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 1인 영상 창작자의 수입은 크게 영상 스트리밍 광고 수익과 기업의 협찬 광고 수익으로 구성되는데 구독자 수가 많고 영상 조회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협찬 광고도 늘어나게 된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찍어 주는 조건으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유명 창작자에게 대가를 많이 주는 것이다.
일례로 자신의 수입을 공개한 유명 창작자

A씨는 협찬 광고 단가만 최소 2000만 원이다. 여기에 구독자와 조회수에 따른 스트리밍 광고 수익까지 포함하면 유명 창작자의 연 수입은 억대를 넘어선다. 이들은 자신의 스타성과 팬덤을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보다 다양화하고 있다. 방송, 영화, 게임 등 타 미디어와 협업하거나 브랜드를 공동 출시하고 오프라인 강연 및 행사에 참여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

이들의 수입은 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시장조사기관인 스테이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은 2015년 160억 달러(약 19조 원)에서 2021년까지 연평균 17% 증가해 2021년에는 450억 달러(약 5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종은 선택 아닌 생존

어두운 측면도 있었다. 관심 경제에 자본이 몰리면서 주목성에만 열을 올린 이들이 우를 범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아동 성범죄자의 24시간을 좇기 위해 관용차를 부수거나 무고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 아슬아슬한 옷을 입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과도하게 성적인 이야기를 쏟아내 선정성 문제를 일으키는 일, 오물을 먹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 등 엽기적이고 범법적인 행위 등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들이 무수하게 쏟아졌다.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구설에 오르게 해 클릭수를 늘림으로써 돈을 버는 부정적인 노이즈 마케팅 역시 관심 경제에 포함된 것이다. 흔히 관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처럼 ‘선 넘은’ 극단적인 관종에 의해 생겨났다. 임 작가는 이를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었다”며 “누구나 관심의 중심에 설 수 있고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서 그 관심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막장과 엽기, 각종 기행을 펼치는 재주를 가진 일부 사람이 관심의 도박판에 참전하기를 부추겼고, 그들은 이와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 결과, 새로운 미디어의 쉬운 접근성과 자유 안에서 선정과 가학이 속절없이 판치는 환경이 생겨난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괴물만 탄생한 것은 아니다. ‘관심 경쟁의 장’에서 누군가는 관심이란 엄청난 무기를 안고 개인, 조직,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으로는 부를 얻었으며, 조직에게는 이익을 남겼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져다주는 일이 관심 경쟁의 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할리우드의 모델 출신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은 관심을 무기 삼아 성장한 대표적인 관종의 아이콘이다. 트위터 팔로워만 6670만 명에 달하며, 그가 입은 옷, 그가 선택한 화장품들이 늘 화제에 오른다.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며 본인의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업 실패로 빚에 허덕이며 하루를 버틴 사람들도 관심 경제의 덕을 입었다. 컴퓨터 수리 브이로그로 40만 구독자를 얻은 유튜버 허수아비는 IMF 세대의 전형이지만 지금은 국내 테크 분야 유튜버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컴퓨터 수리라는 본인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해 올리면서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규모의 차이일 뿐 SNS상에는 지금도 제2의 킴 카다시안, 제2의 허수아비처럼 부와 명예를 거머쥔 수많은 관종들이 탄생하고 있다.

관심 경쟁의 장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관심은 곧 생존이다. 개인, 시장과 사회에서 소외받지 않으려면 어느새 세상의 주류가 돼 버린 관종이 될 수밖에 없다. 임 작가는 “개인은 톱스타형 자질을 발달시키고, 조직에서는 액션 히어로가 돼야 한다”며 “남과 다름을 무기 삼고 주목성을 이끌며 다재다능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존재가 돼야 매력을 자본으로 환원하고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관심 경제의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과 다름을 무기 삼아 비즈니스에 성공한 이들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 임 작가는 그들의 ‘꺼지지 않는 가시성’과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에 주목한다. 한 번 받은 관심을 꺼뜨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선을 넘는 행동으로 부정적인 의미의 관종이 되지 않도록 적정선을 지켜내는 것이다.

자기 PR이 시대적 흐름이 된 지금, 관종을 부정하기보다 관심에 관심을 두어야 할 때가 왔다. <관심종자>를 쓴 양수영 작가는 “차라리 관종으로 커밍아웃해 세상에 떳떳하게 인정받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내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요소들을 좀 더 노출시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통해 하지 못했던 관종짓을 서서히 해 보고, 동시에 자신의 개성과 존재감을 표출하면서 차츰차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아실현도 이룰 수 있는 좋은 관심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관심 경제의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과 다름을 무기 삼아 비즈니스에 성공한 이들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