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세계일주하는 세상

[한경 머니 기고=길재식 전자신문 기자]2030년이면 비행기나 배, 차량 대신 로봇형 드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유럽, 두바이 등 선진국에서는 탑승이 가능한 첨단 드론 상용화에 나섰고, 탑승 기능은 물론 치안, 물류, 국가 행정 주요 업무에도 인간 대신 드론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으로 꼽히는 한국도 제주 드론 실증 사업을 위시로 다양한 드론 양성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우버는 탑승형 드론을 개발 중이고 두바이에서는 조만간 드론 택시를 상용화한다.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도 사람 대신 드론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은 우선 제주 도심 거점과 섬 등을 연결하는 탑승형 드론 개발 검토에 착수했다.

◆천공의 섬 라퓨타, 한국형 스마트시티 조성

지난해 제주도는 드론 메카 조성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친환경 스마트시티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크게 해양오염 방지와 강력범죄 억제, 드론을 통한 예측 능력 강화, 인명피해 최소화 등 각종 도시·탑승 드론도 다양한 기업과 함께 개발을 추진한다. 관광 휴양지라는 특성상 우선 치안과 안전 예방 부문에서 드론을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는 인구 1만 명당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특히 한라산 등반객 산악사고는 3년 새 8배나 증가했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아 범죄율도 높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제주가 이색적인 드론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마트 도시 안심 서비스다.

#1. 제주 올레길을 여행하던 A씨가 갑자기 길을 잃어버렸다. 늦게 출발한 탓에 깜깜한 길을 걷다가 방향을 착각했다. A씨는 스마트폰을 켜서 드론을 호출한다. 그러자 갑자기 ‘경찰 드론’이 다가와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한다.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트를 켜고 사이렌까지 울려 준다. A씨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경찰 드론은 기지국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 되돌아간다.

#2. 제주 시내에 취객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를 보던 가게 주인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신고하자 드론이 출동해 해당 현장을 촬영하고 이 정보를 경찰서로 보낸다. 긴급 호출을 받은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종료한다.

이는 평상시 드론이 순찰인력을 대체해 범죄 취약 지역을 수시로 감시하고 관광객 안전을 보장해 주는 서비스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해 한국형 드론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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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한라산을 오르다

한국은 최근 비가시권 비행을 위한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 드론 관제 시스템과 실시간 영상 직캠 서비스를 구축했다. 상황 통제실에서 다수 기체를 한번에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가동한다.

별도 드론 앱 호출 개발이 마무리 단계다. 일명 도우미 앱을 통해 드론 호출과 경고 방송, 사이렌 송출이 가능하다. 이 앱을 실행하면 통합 관제실과 경찰, 소방서에 호출인 위치가 실시간 전송된다. 정보는 요청자 가족에게도 공유된다.

한국은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기후변화로 해양오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 인공지능(AI) 드론 투입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바다 해안과 도시를 드론이 실시간 감시한다. 쓰레기와 해양 유해생물 위치 및 규모, 해변 상태 등에 대한 정량 분석을 이제 사람이나 기관이 아닌 드론이 대신하게 된다.

국가 기반 시설인 가스배관에도 태양광 AI 드론이 곧 투입된다. 종전 가스배관을 관리하는 임무는 사람이 재래 방식으로 해 왔다. 이로 인해 인명 사고가 끊이질 않았지만 이제 AI 드론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한다.
‘AI구조대원’도 가까운 시일 내에 볼 수 있다. 일명 한라산 구급 드론이다. 한라산 등 국립공원은 등반 코스가 길고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 지난 3년간 한라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보면 모두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였다.

국가기관과 기업 공동으로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긴 비행시간과 강한 바람을 극복할 수 있는 내풍성을 갖춘 한라산 드론을 최근 개발했다. 그 외에도 긴급 구호물품 전달과 주요 작물 모니터링, 탑승형 드론 개발 사업 등 다양한 드론 서비스가 곧 상용화된다. 드론 고도화를 위해 매핑 기술과 AI, 클라우드 관제 시스템 등 최첨단 ICT 기술을 내재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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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드론, 관련법 제정 착수

드론 활성화를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기술원, GS칼텍스 등은 민관 합동 협력 진영을 구축하고, 드론 규제 샌드박스 실증도시 구축에 돌입했다. 드론이 다른 여러 기술과 융합해 새 산업을 창출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5세대(5G), 클라우드, AI와 기술적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드론을 활용한 산업 분야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영상인식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교통표지판이나 얼굴, 차량번호판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데 드론과 결합해 농작물이나 병충해 예방 모니터링을 하는 데 유용하다.
한국도 이제 드론이 1시간 이상 장기 체공하면서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는 ICT 기반 드론을 육·해·공 분야 신산업에 투입하고,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드론 규제를 대거 완화하는 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드론법’을 제정하고 시행에 착수했다. 드론 활용에 연관되는 비행 규제와 사업 규제에 특례를 주고, 자유롭게 드론 활용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공간적인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해 주는 제도다.

민관 협업으로 제주 부속 섬 드론 배달 서비스도 시작됐다.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를 대상으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위한 공적마스크를 드론으로 배달하는 실증 사업을 선보였다.

세계에 유례없는 드론 실증도시가 구축될 경우 한국은 미래 먹거리 산업에도 큰 시너지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