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은행을 비롯해 대형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자산관리 사업 확장에 차질을 빚어왔다. 하지만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될수록 포기하기 힘든 사업 분야가 바로 자산관리다.
더구나 올해는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인해 빅테크 및 핀테크 업체와의 초개인화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는 원년이기도 하다. 은행들로서는 지난 20여 년의 사업 경험으로 인해 누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은행도 영업력 회복과 함께 자산관리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은행 자산관리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정연기 그룹장(부행장보)은 “3월 말로 예정된 종합자산관리 시스템 오픈을 철저히 준비해 고객들에게 초개인화되고 최적화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디지털 자산관리 상담센터 신설을 통해 자산관리 사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 경쟁력 강화도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 그룹장은 주요 지역 지점장을 거친 뒤 개인영업전략부장(본부장), 자산관리그룹 본부장 등을 거치며 영업력은 물론 WM 사업기획 및 전략 측면에서의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그룹장 부임 직후 ‘수익성, 성장성, 역량 강화’ 3개 부문에서 총 45개 과제를 자체 선정해 추진할 정도로 남다른 추진력도 자랑한다.
특히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자산관리 경력개발계획(CDP)을 전담하는 ‘PB역량관리팀’을 신설했으며, 영업인력뿐 아니라 본부인력의 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 자산관리 전문가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임기 중 목표로 “일련의 펀드 손실 사태로 위축된 자산관리 영업력을 조속히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동시에 자산관리 사업 전반을 혁신해 우리은행이 ‘대한민국 1등 자산관리 은행’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탄탄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10년간 리테일금융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오셨습니다. 그룹장으로서 올해 사업 방향이 궁금하네요.
“자산관리 명가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비즈니스 전반을 리빌딩하고, 디지털 영업 혁신을 가속화해나갈 예정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적시에 출시하고 자산관리 특화센터를 추가로 신설해 증권사 인수 이후 복합금융센터로 확대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더불어 디지털 자산관리 영업 기반을 더욱 강화할 계획인데,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종합자산관리 시스템을 올해 3월 말 오픈 예정입니다.
오픈 이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자산관리 플랫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또 지난해 말 자산관리그룹 내 신설한 ‘PB역량관리팀’을 중심으로 기획력과 영업력을 두루 갖춘 미래 자산관리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복합금융센터 확장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채널 측면에서 중장기 플랜을 말씀해주신다면.
“올해 상반기에 자산관리 특화센터 3개, 하반기에 2개를 추가로 신설할 예정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은행 수준으로 네트워크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죠. 특히 지난해 10월 개설한 1호 PCIB(PB+CB·IB)센터인 TCE강남센터에 이어 올 상반기 중 TCE강북센터 개설을 준비 중인데, 대기업 오너일가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와 그룹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특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서울의 전통 부촌인 이촌동과 압구정동에 각각 1곳씩 TCP센터 개설을 준비 중인데, 각 지역별 고객 기반과 자산관리 니즈를 반영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향후에는 우리은행의 영업점 간 협업 체계인 VG(Value Group)별로 TCP센터를 각 1개씩 운영해 VG를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공동 영업이 전행적으로 확산되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룹 내 증권 계열사의 부재가 WM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나갈 보완책이 있으신가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과 융·복합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죠. 우리은행은 한국투자증권과의 협약을 통해 자산관리 역량 강화, 마케팅 협력 강화, 거래 확대 등 총 3개 분야에서 과제를 세분화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1년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전망’을 주제로 한 공동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양사 간 실질적인 협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양사는 리서치 자료 및 가업승계, 인수·합병(M&A), 부동산 분야에서 각 사의 우수 인력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IB, 트레이딩, 외환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긴밀한 협업을 통해 경쟁 그룹사 수준의 은행-증권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1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본허가를 획득했습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전략 방향이 궁금하네요.
“오는 3월 말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종합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죠. 자산관리 종합 시스템은 고객의 금융자산 및 투자 성향을 기반으로 과거 거래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고객의 투자 리스크 강화를 위해 상품별·자산별 사후관리 기능을 제공하게 됩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관심 상품을 반영한 개인화 메시지와 맞춤형 상품 추천 프로세스를 제공하죠.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도입 시 금융자산뿐 아니라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을 포함한 전체 자산에 대해 최적화된 맞춤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운영을 통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PB고객에게 투자 상품, 부동산, 세무 등 종합자산관리 전반에 대해 화상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영상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 상담 인력을 배치해 언제 어디서든 전문 PB를 통한 대면 서비스 수준의 종합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1월 큰 폭의 주가지수 하락으로 증시 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증시 흐름을 전망해주신다면.
“상반기까지는 주식 등 위험선호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부양 정책에 적극적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전 세계 경기 회복과 함께 기업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다만,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고평가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간헐적으로 기간 조정 과정을 거치리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상반기 중에는 일부 조정이 오더라도 조정의 폭이나 기간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코스피를 비롯한 전 세계 주가는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반기 이후 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책 변화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되리라 예상됩니다.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축소를 시사한다면 증시 강세장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연준이 현 자산 매입 정책에 변화를 줄 시기는 빨라야 2022년 초가 되리라 보고 있어 이 시기를 전후로 증시는 상승세가 약화되거나 약세장으로 진입하리라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자 및 자산가 고객들은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요.
“올해 자산 배분과 투자 전략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백신 보급 속도와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좌우될 것 같네요. 특히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클린에너지 경제를 주축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재정정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실물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기대감이 연준의 저금리 통화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올 한 해도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죠.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추구를 위해 주식시장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변동성 관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까지 큰 폭의 상승을 보인 미국 시장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주춤했던 중국과 아시아,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분산할 것을 추천합니다. 올해 들어서며 글로벌 주식시장은 크고 작은 이슈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일방향의 상승보다 잦은 변동성 장세를 전망하고 있어 섣부른 추격 투자보다는 투자 시점을 분산하는 적립식 투자를 추천합니다. 특히 친환경,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자율주행자동차, 뉴딜 등 정책 관련주와 우량 주식에 분산투자 하는 글로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것을 추천합니다.”
정연기 그룹장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이후 지난 1991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우리금융그룹 경영혁신실 부장을 지낸 뒤 우리은행 용산역지점장, 과천지점장, 연세금융센터장을 거치며 리테일금융 부문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후 본부 개인영업전략부장(본부장), 자산관리그룹 본부장을 역임하며 자산관리 전략기획 측면에서의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 사진 우리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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