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코스피 3000시대, 리스크는 없나

주가 조정의 공포, 리스크 파고 넘기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참고 도서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긴축 우려에 과열 논란까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 ‘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인미답의 주가지수를 써내려 가는 코스피 3000 시대, 리스크 요인을 알아봤다.

지난 1월 7일 코스피는 3031포인트(종가 기준)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3000선을 상회했다. 코스피 3000선 진입은 코스피 지수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며, 지난 2007년 7월 25일 2000선에 진입한 이래 13년 5개월 만의 일이었다.

‘2’에서 ‘3’으로 앞자리의 변화가 주는 의미는 상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돈이 많이 풀리며 개인투자자 열풍이 불고, 또 미래 성장 산업의 호조가 맞물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코스피 3000 시대를 이끌어냈다. 특히 ‘빚투’와 ‘영끌’까지 하며 주식 열풍을 키운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견인한 국내 증시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세에 1457포인트의 최저점을 탈출해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2020년 증시 상승률’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드라마틱한 국내 증시만큼 세계 증시의 변동성도 컸다. 빗장 풀린 곳간의 자금들이 금융자산으로 쏠리며 광풍이 번졌다. 세계적 운용사인 블랙록은 ‘2021년 새로운 투자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의 판’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가득하지는 않았다. 긴축 우려에 과열 논란까지 코로나19가 준 비정상적인 증시 궤도에 조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 초 신년사에서 “올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들어서는 역사적 변곡점의 해가 될 것”이라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데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가는 미국 증시 급락에 휘청이며 30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코스피 3000 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
주가 조정의 공포, 리스크 파고 넘기
Risk1
실물·금융의 괴리, 괜찮나요?


“실물경기가 좋나요? ‘삼보임대’를 넘어 ‘삼보폐점’이란 소리가 나옵니다. 실물과 자산가격의 괴리가 클수록 조정은 필연적이지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업을 운영하는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실물가격과 자산가격의 괴리로 인해 조정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 대표는 “조정은 필연적이지만, 시기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들어 금융과 실물 경제 간 괴리 확대에 경고음을 내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5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주식,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는 자산 시장 과열 현상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주열 총재 역시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금융 시스템의 취약 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제와 통화정책 수장들의 한 목소리에 유동성 우려는 고조됐다. 정부가 아무리 곳간을 열어도 주식과 부동산에만 자금이 몰릴 뿐 정작 필요한 곳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가계부채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는 2020년 3분기 말 기준 1682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의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주로 신용대출을 의미하는 기타대출의 3분기 증가 폭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차입을 늘리거나 주식시장 호황에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영끌+빚투’가 가계부채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부실화는 나머지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는 단초”라며 “담보주택의 가격 하락, 고용 악화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 주식 등 금융자산 가치 하락, 금리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3월 중 가계부채 리스크 완화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이기 때문에 리스크 요인으로 생각한다”며 “(코스피 지수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지만 이면에 조정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하고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우려와 달리 실물경제의 부진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주가를 방어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달리 기업들은 부채 관리를 장기간 해온 결과, 코로나19 위기를 버텨낼 체력을 길렀을 뿐만 아니라 그 체력을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그 결과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코스피의 이익 전망은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isk2
금리 상승, 주가에 괜찮나요?


금리 상승도 주식시장에서는 리스크다. 일반 이론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올해 초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 1%를 넘어서면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증시 조정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리 전반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장 주목할 변수는 금리”라며 “설 연휴 기간 동안 미국에선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예상보다 빠른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임동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또한 “2021년 글로벌 경제 회복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금리 상승”이라며 “금리 상승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재정정책, 기업 투자 및 고용 증가 등 경기 회복의 원인을 제공할 수단이 발휘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산 시장의 급격한 조정 및 부채 위험이 거시적 충격으로 현실화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변수는 속도다. 금리 인상이 증시에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상승 속도가 완만하다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 민간기업 또한 금리 인상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대준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리가 오르긴 하겠지만 설 연휴처럼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테이퍼링 우려가 동시에 반영됐는데 테이퍼링 시점 언급이 없어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을 동반한 금리 인상은 증시 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처럼 경기 회복에 기인한 금리 상승은 증시 상승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통화 긴축 선회로 상승하는 금리만이 증시 조정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이자율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감안하면 투자 우선순위는 주식이다”고 덧붙였다.
주가 조정의 공포, 리스크 파고 넘기
Risk3
기업이익, 괜찮을까요?


기업 성적표도 리스크다. 주가는 곧 기업이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올해 기업이익은 2017~2018년 역대 최대 규모보다 낮은 수준이다.

백신 투약, 대규모 부양책으로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성공리에 이끌어 기대 이상의 반등으로 이어진다면 현재의 주가 수준이 유지될 수 있지만 기대 수준에서 더 나아지지 못한다면 조정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3000대에 안착할지 여부는 올해 기업이익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 지수가 2017~2018년 코스피 고점인 2600포인트를 크게 웃돌고 있으니 과열에 대한 우려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업종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던 점 또한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지수 상승을 이끈 ‘빅테크’는 최근 글로벌 플랫폼 규제 이슈가 커지면서 리스크에 직면했다.

알리바바와 그 자회사 앤트그룹은 규제 이슈의 선봉에 서 있는 빅테크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 규제를 강화한다며 ‘플랫폼 독점 금지 지침’을 내리면서 사실상 차별적 정책으로 성장해온 알리바바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에서도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형 플랫폼이 성장하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 소송의 골자인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메인 타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불거지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같은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정용제 미래애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의 이 같은 흐름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확장성과 수익성 둔화 우려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 둔화는 밸류에이션의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Risk4
백신이 리스크라고요?


“백신이라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한 이상 정상화로 가는 시점에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야 할 때다.” DB금융투자가 내놓은 보고서의 내용이다. 정상화로의 복귀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니.

일단 가장 큰 리스크는 각국의 백신 접종률 속도다. 미국을 필두로 백신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미국이 16%를 돌파한 반면, 글로벌 전체는 3% 수준에 그친다. 서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는 “접종률 속도의 차이는 경제활동 정상화 속도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두드러진 백신 접종률도 미국 외 증시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백신 보급과 달리 민간 부문은 코로나19가 더욱 확대되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 또한 문제다. 즉, 집단면역이 이뤄지기까지는 실물경제 지표와의 괴리로 리스크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상화로의 복귀에는 인플레이션 과정도 남아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또 다른 인플레 공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은 곧 인플레를 가져오고, 인플레는 통화 긴축 전환을 부르기 때문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주가 조정 우려는 불가피하다. 최서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재정정책과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 조합이 물가 급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점은 글로벌 시장 전반을 긴장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2분기가 다가오면서 더 깊어질 전망이다. 유가에서 발생하는 기여분만으로도 미국의 2분기 물가상승률이 3%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로 인한 조정을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금리와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플레→통화 긴축 전환’이 현실화되려면 물가 상승 강도가 경기와 기업이익에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며 “그 이전까지는 주가의 기존 상승세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주가 조정의 공포, 리스크 파고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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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