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 어려운 개인, 로보어드바이저가 답이다”
[한경 머니=글 정채희 기자 l 사진 서범세 기자] 혁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핀테크 시대. 미래 금융은 무엇이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 기업을 만나는 시간. 이달의 핀테크 리더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업체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다.금융판이 달라졌다. 자산가격은 널뛰듯 뛰고, 무엇도 손에 쥐지 못한 이들은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와 희망, 자산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교차하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투자 기회를 살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투자의 황금기이자 조정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음으로써 조정이 왔을 때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분산투자를 가장 잘하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라고 자신한다. 파운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제공하고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세계 각국의 경제 데이터와 시장지표 450여 개를 조합해 5만2000개가 넘는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기술 업체로,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투자하고 고문을 맡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하락장에서도 시장지수에 비해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2020년 말 기준 가입회원 수 약 13만 명, 관리자산 8227억 원을 넘어서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달라진 투자의 길에 대해 물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주목할 부분은 고객층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에 투자를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투자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AI 투자에 참여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확대됐다. ‘주식 할까, 비트코인 할까’를 놓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아예 예·적금으로만 자산을 관리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하다가는 내가 벼락거지가 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찾고 있다.
최근 주식도 부동산도 널뛰기하듯 올라가는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만 투자하던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 스스로의 의사결정으로 투자하기가 어려운, ‘투자가 두려운’ 사람들이 AI의 자산관리를 선택한 것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키운 배경이라고 본다.”
달라진 고객층, 그들은 무엇이 다른가.
“투자 기간이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해지 비율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2020년 말 기준 가입회원 수가 약 13만 명이 됐지만, 해지 비율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포인트 줄었다.
파운트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파운트 투자자들의 납입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년 전 고객 조사에서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 기간은 1년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지금은 3년 이상을 내다보는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어떤 이들은 10년까지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 고객의 니즈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더욱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빚투, 영끌’ 투자 열기에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명확히 인식해야 하는 게 지금 실물경기가 좋은가. 고용이 창출되고 있나. ‘삼보임대’가 아니라 ‘삼보폐점’ 이야기가 나온다. 실물경기가 자산가격 폭등을 뒷받침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의 괴리가 커질수록 언젠가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조정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언제 오느냐를 맞추는 게 어렵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건 AI도 마찬가지다.
그럼 조정이 오니까 우리가 지금 들고 있어야 하는 게 현금인가? 아니다. 각국의 정부가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결국 자산가격의 폭등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과 멀어지면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 돈을 놀게 하면 안 된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말이 ‘환장할 노릇’이다. 실물경제가 무너지면 주식도 부동산도 폭락할 텐데 언젠가 폭락할 자산을 사라고? 자산을 사는 건 현명한 방식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산을 가지되, 한 자산에 모든 걸 걸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음으로써 조정이 왔을 때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분산투자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기승전-‘로보어드바이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개인이 분산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 테슬라를 공부해 테슬라 주식을 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의 투자 정보를 공부하고, 금리 방향성을 생각해 채권 투자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양한 자산들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건 AI가 잘하는 영역이다. 그것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가 탄탄한 이유이자 시장이 성장한 이유다.” 전대미문의 장세에서 파운트의 실적은 어땠나.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상 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이 11.82%로 가장 높았고, 6개월에서 1년 미만은 7.97%, 1개월 미만은 0.36%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투자자들 중 중간에 손절하지 않고 현재까지 투자를 유지한 경우 평균수익률이 8.57%에 달했다. 8%가 높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추가납입을 반영한 결과다. 실질수익률로 셈하면 20%에 육박한다.
숫자보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파운트가 약속을 지켰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변동장세에도 파운트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투자자들이 기대한 수익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지켜왔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당시 폭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상당수가 이탈했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 상황에서 단기 급락,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길게 보고 투자하면 원하는 수익에 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는데, 이를 실제 수익률로 증명해냈다.”
AI가 미래 예측이 불가해 변동장세에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감한다. AI를 활용해 자산가격 폭등 시기에 10배를 불리고, 한탕 해보겠다는 생각은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인 것 같다. 물론 실제 그런 효과를 본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AI 기술력이 상당해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아서라고 보는 게 맞다. 대체로는 경계해야 할 방식이다.
AI는 통계학의 일환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실행 횟수를 늘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기면 기댓값이 통계 범주에 들어오는 거다. 결국 단기 투자가 아닌 장기 투자에 강할 수밖에 없다.
AI가 내일 삼성전자가 몇 % 오를지를 예측할 수 있을까. 못 맞춘다. 그런데 10년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기대수익률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변동성과 상관관계를 이용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할수록 AI가 예측력을 갖게 된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중요성이 올 들어 더 커졌다. 마침 파운트도 글로벌 ETF를 출시했는데.
“글로벌 ETF의 강점은 다양성이다. 언택트,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등 시의성 있는 테마주들을 선택할 수도 있고, 글로벌 스포츠·패션 인덱스 등 스마트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패시브 인덱스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파운트를 통해 국내에서 거래되는 ETF 대비 더욱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저렴한 거래비용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며, 달러 투자로 환율 변화에 대한 성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모든 투자 결정을 AI가 알아서 자동으로 처리한 후 투자자에게 보고하는 일임 서비스로 투자 편의성을 높였다.
이 같은 다양성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글로벌 ETF가 매력적이다. 반면에 뜻하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꼭 알았으면 좋겠다. ‘다양성이 많다, 선택할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투자일임 서비스가 고객에게 이점이 있나.
“모든 면에서 일임 서비스가 자문 서비스보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파운트는 초기 자문 서비스를 설계할 때 완전한 고객을 가정했다. 실상 서비스를 진행해보니 리밸런싱 신호를 알려도, 고객이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쳤다. 고객이 24시간 서비스를 확인하기 어려우니 아예 불가능한 가정이었다. 매도·매수 타임을 놓친다는 건 곧 수익과 연결된다.
일임은 반대다.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자문 시장이 더 크지만, 앞으로는 일임 서비스가 압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단 대표인 나부터 일임 서비스에 내 자금 전부를 위임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연금 시장에서도 파운트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파운트는 올해를 시작으로 연금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려고 한다. 특히 연금 분야에 한정해 오프라인 채널 확대도 생각하고 있다. 투자권유대리인을 모집해서 AI 자산관리에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어르신들에게 우리의 서비스를 홍보할 생각이다. 연금 시장이 (사업자에게) 돈이 된다는 건 먼 미래의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돈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션은 노후 빈곤 퇴치다. 노후에 빈곤한 삶을 살지 않으려면 모두가 적극적으로 자산관리 운용에 나서야 한다. 그중에서도 연금이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어떤가. 다수의 연금이 방치되고 있다. 차라리 운용을 못하는 건 괜찮다. 언젠가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니까.
그런데 방치된다는 건 항상 제자리걸음이란 것이다. 제자리걸음은 물가 상승으로 곧 마이너스다.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은 시간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이 주는 투자의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 그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대표님은 파운트를 어떻게 이용하나.
“전 재산을 파운트로 관리하고 있다. 나의 경우 장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매달 적금을 넣듯이 같은 금액을 불입한다. 가장 좋은 투자법은 손실을 보더라도 정해진 시기가 왔을 때 아무런 불안함 없이 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코로나19의 위기 때 아무런 걱정 없이 계획한 금액을 자동이체했다.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AI 투자 원리와 파운트의 방어 성과를 이해하니까 가능했다. 꼭 파운트가 아니어도 좋다.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원칙이 있는 투자를 찾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3월 중 파운트 앱 개편이 예정돼 있다. 나의 투자 정보를 전면에 내세워 앱 사용성을 개선하고, 투자 운용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앱 내에서 직관적으로 투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술 투자도 보다 강화한다. 향후 3년간 1000억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학과의 산학협력은 물론 내부 연구·개발(R&D) 투자 강화로 3년 뒤에는 어떤 곳과도 비교되지 않는 기술 초격차를 낼 것이다.
AI가 지금 왜 이렇게 투자하는지, 왜 조정하는지, 왜 수익률이 하락했는지 등 자산관리를 받다 보면 드는 의문에 기술로서 답을 드리고 싶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 출발점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빈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로스쿨에선 초대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수억대 연봉을 받았으나 청년 시절 목격한 ‘절대빈곤’을 해결하고 싶은 열정이 다시 꿈틀거렸다. ‘누구도 전문적인 금융서비스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성장의 열매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믿음으로 2015년 11월 한국에 파운트를 설립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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