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vs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을 받으면 “2022년까지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지 낙관하기는 어렵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강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주택 시장의 매매 주체가 모멘텀 투자자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멘텀 전략을 추종하는 이들은 시장의 추세를 추종하며, 달리는 말에 올라타듯 상승 추세를 예측해 시장에 참여하는 경향을 띤다.
모멘텀 투자자들이 시장의 주류로 부각됐다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테니 지금 사두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는 이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 모멘텀 투자자들은 2030세대가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정부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는 매우 높은 세율의 양도차익 과세를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2030 “집값 오른다” 모멘텀 투자 주도
2014년처럼 부동산 시장이 긴 불황의 바닥을 형성할 때에는 모멘텀 투자자보다는 ‘평균회귀’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주된 매수자로 부각된다. 여기서 평균회귀란, 강력한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평균적인 수준으로 회귀하려는 특성을 의미한다.
평균회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경기다. 경기는 끝없이 좋아지지 않으며, 아무리 좋은 호경기라도 결국은 공급 과잉의 충격 속에 불황의 늪에 빠져든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시장이 대단히 유망하다면, 그리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 이는 새로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예를 들어 애플 같은 지배적인 기업은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흔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규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파괴 전략을 실행에 옮길 경우에는 산업 전체의 불황으로 연결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평균회귀의 전략을 따르는 사람들은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전세나 월세 사는 것보다 집을 매입하는 게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때, 다시 말해 시장 가격이 역사적인 평균 수준을 밑돈다고 생각될 때 매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5년 퇴직한 1가구 보유자가 3억 원의 퇴직금을 은행에 예금하면 월 45만 원의 이자를 받는 게 고작이지만, 시가 5억 원짜리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보증금 2억 원에 150만 원의 반전세를 놓을 수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누가 보아도 주택을 매수해 은퇴 설계를 하는 게 더 유리한 선택일 것이다. 물론,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예금보다 주택을 구입해 월세를 주는 게 이익이니, 언젠가는 아파트 값도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2015년 전국 주택 거래 건수는 170만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202만 호로 늘어난 바 있다.
그러나 ‘평균회귀’ 성향의 투자자들이 주도하던 장세는 대략 2017년을 고비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30대 이하 인구의 주택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격렬해졌는데, 2019년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1.8%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37.3%까지 높아졌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주택 소유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2018년부터 나타난 2030세대의 주택 매수세는 결국 시장에 새로 참여한 투자자들이 많았음을 시사한다. 참고로 국토교통부의 ‘2019년도 주거 실태조사’ 기준으로 ‘생애 최초 주택마련 가구주 연령’은 39.1세였으며, 최근 4년 내에 주택을 마련한 사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42.8세였다.
이제 화제를 돌려 ‘부동산 시장이 언제쯤 꺾일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모멘텀 투자자들이 시장에 유입될 때 가격 상승률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의 상승이 상승 추세에 대한 판단을 더욱 강화해 새로운 투자자를 추가로 유입시키는 일종의 선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적어도 2022년까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핵심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상과 같은 격렬한 주택 가격의 상승은 점점 주택 구입의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각 도시의 평균적인 가계가 주택을 구입할 때 따르는 부담을 측정한 ‘주택구입부담’지수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는 역사적인 평균 수준(120.2)을 크게 뛰어넘은 144.5를 기록 중이다. 100이 소득의 25%로 원리금 및 이자 부담을 지는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144.5에 이르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상당수 가계가 주택 구입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전국 기준으로 측정된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단 52.3에 불과하기에,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서울 등 핵심 지역의 주택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 지역 주택 시장은 서서히 여력을 가진 매수자들이 고갈되며 전환점에 도달하게 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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