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장 내 편일 것 같은 가족이 웬수처럼 느껴질 때가 어디 한두 번일까. 꽉 막힌 관계를 풀어보려고 소통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화와 오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꽉 막힌 가족 소통, '긍정탐구'로 시작하라
자녀와의 소통 중 속상한 마음에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한 예를 들어보면, 대학생이 된 아들이 자기를 가르치려 한다며 속상해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아들과 잘 소통하려고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자신을 무시하니 허무한 마음마저 든다는 것이었다.

변증법(辨證法)을 심리치료에 접목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너는 변해야 해’란 정(正)의 주장에 ‘아니야 변하기 어려운 부분이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자’란 반론(反論)을 합(合)해서 변화와 수용에 있어 균형을 잡는 것이다. 정반합의 변증법을 관계 갈등 해결에 활용한다는 것이 그만큼 관계에 있어 변화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족 갈등 해결에 있어 서로에게 변했으면 하는 요구사항을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평하게 한 개씩 정하고 변화를 굳게 약속하는 방법이 있다. 양쪽이 약속대로 변하면 훌륭한 방법인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변했는데 상대방은 그대로이거나 서로 변했어도 지속되지 않을 때 관계에 대한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앞의 사례처럼 부모라면 자녀와의 소통이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왜 쉽지 않을까. 세상에 제일 어려운 관계가 내가 더 사랑하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부모들은 가슴에 와닿는다. 야단 쳐도 속상하고 꾹 참자니 이 또한 걱정되고 쉽지 않다.

거기에 세대 차이까지 나니 눈높이 소통이 어렵다. 부모의 훈육,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변화에 대한 조언은 저항감을 일으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학생 아들이 나를 가르치는 것, 기분 나쁘고 야단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내가 잘 키웠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엄마의 사랑을 믿기에 자녀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듯한 자아의 부풀림을 뽐내는 것이다. ‘아들 많이 컸네, 엄마보다 낫다’라고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소통이 때론 필요하다. 자녀들이 부모가 되면 느낄 것이다. ‘어머니의 소통이 훌륭했구나, 감사하다고.’ 수용이 때가 되면 변화의 동기가 될 수 있다.

투명성 착각 오류 유의해야
최고의 수용은 칭찬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긍정탐구’라는 가족 놀이를 추천한다. 할아버지와 손자, 엄마와 아들 등이 짝을 이룬 다음 ‘우리 가족의 강점과 즐거웠던 순간’에 대해 서로가 인터뷰어가 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는 것이다.

문제 해결 중심의 소통에 익숙하다 보니 가족들의 장점에 대해 질문하면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가족의 장점을 발견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하셨으면 한다. 자녀와의 관계만큼 섭섭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부부 관계인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부부 갈등이 여러 요인으로 더 증가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에게 취학 전 또는 비대면 수업을 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이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상황이다. 가족을 사랑해도 우리에겐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내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픈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일터와 집의 공간 사이의 경계가 불명확해진 것은 가족 특히, 부부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이날처럼 행복해야 할 휴일에, 즐겁게 식사를 하다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식사 중 편안하게 과거 섭섭한 이야기를 꺼내 위로 받고 싶었는데 상대방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자신이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부부 대화에 갈등의 불꽃이 튀게 된다.

부부 갈등을 원하는 부부는 없다. 그래서 현재 힘든 상황이지만 상대방도 내 마음을 다 알 것이라고 믿고 조금 속상하고 불편해도 참으려는 노력을 보통 하게 된다. 그런데 부부 사이라도 내가 내 마음을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모르기가 쉽다. 나중에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투명성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내를 다른 사람들이 잘 안다고 착각하는 심리 현상을 이야기한다. 생각만큼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섭섭한 이야기기도 하다.

파트너와 비즈니스를 잘 해나가려면 소통을 통해 서로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절충해서 합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도 막연하게 참지 말고 비즈니스 소통처럼 서로의 요구 사항을 경청하고 절충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다 보면 가사 업무를 분담하는 것도 시간으로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더 선호하는 업무를 하는 효율적인 분담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오전, 오후로 가사 업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요리, 설거지는 남편이, 청소는 아내가 맡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소통을 통해 꾹 참았다가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갈등 관계가 아니라 어려운 현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는 파트너로서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