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서 많은 수익을 얻는 것보다는 하락장에서 손실을 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조언이다. 수많은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은 ‘상승장에서의 높은 수익률’보다 ‘하락장에 대한 방어’가 장기적으로 투자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요즘과 같이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안전한 투자 방식의 기본인 자산배분형 투자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안전 투자의 대표주자로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부상한 데 이어, EMP(ETF Managed Portfolio),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ETF 닮은꼴 상품이 함께 뜨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EMP로 리스크와 수익성 동시에 관리
[SPECIAL④] 안전투자 원한다면 ‘EMP·TDF’로 도움닫기
ETF가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자산에 고르게 투자하는 상품이라면, EMP 펀드는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중에서도 유망한 종류를 다시 한 번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초분산 상품’이다. 현재 국내 EMP 펀드는 총 44개로, 최근 설정액이 7950억 원 규모까지 늘었다. 5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설정액이 930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EMP 펀드는 ETF를 한 번 더 재분산한 상품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최적화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림이 비교적 적다는 게 EMP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수익률의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라 급물살을 타기 쉬운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낮다.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도 EMP 펀드의 장벽은 낮은 편이다. 개인이 접근하기 힘든 다양한 시장과 종목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어 불필요하게 투자 기회비용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재료를 많이 갖고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러 자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면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힘들다”며 “EMP 펀드는 좋은 재료를 고를 자신조차 없는 일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모든 투자 과정을 대신해주는 ‘업그레이드 버전 ETF’다”라고 설명했다.
[SPECIAL④] 안전투자 원한다면 ‘EMP·TDF’로 도움닫기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한 만큼 안정성이 담보되는 상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낮은 변동성만을 무기로 내세우는 ‘심심한 상품’이라고 단정 짓기는 곤란하다. 국내에서 EMP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자산배분형 투자 상품 개발이 활발해지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추세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을 ETF로 구성한다는 기본 원칙은 지키되, 수익성을 높여줄 수 있는 미국 테마주 등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일부 편입하는 식이다.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EMP 펀드의 장점을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EMP 펀드를 처음 접하는 투자자라면, 투자 지역과 자산 종류가 얼마나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보는 게 상품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투자 지역이 특정 국가로 한정돼 있다거나 개별 자산에 편중돼 있는 상품보다는, 최대한 쏠림현상이 적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실패 위험이 낮다.

EMP 펀드 상품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수익률의 흐름이다. 해당 상품이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는지에 주목하기보다는 수익률 그래프가 얼마나 일관된 흐름을 보였는지에 중점을 두는 쪽이 좋다. 업계 관계자는 “EMP 펀드의 특성상 최고의 수익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위권 정도의 투자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보여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TDF, 생애주기 따른 맞춤형 자산 배분 ‘눈길’

개인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자산 운용 방식을 조정해주는 TDF도 요즘 주목받는 투자 상품이다. 직접 운용형 TDF는 물론이고, ETF를 이용해 패시브(수동적) 방식으로 운용하는 TDF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ETF와 맥을 같이한다.
[SPECIAL④] 안전투자 원한다면 ‘EMP·TDF’로 도움닫기

‘타깃데이트펀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입자의 예상 은퇴 날짜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절해준다는 점이 TDF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은퇴 시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젊은 시절에는 고위험 상품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다가 목표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다.

투자자가 자신의 생애 주기를 의식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지 않아도 운용사에서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자산 교체)해주기 때문에 장기 투자 상품을 찾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 국내 TDF의 성장세는 날이 갈수록 가팔라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2개 운용사의 107개 TDF 수탁고는 2019년 말 3조33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5조2300억 원으로 57% 증가했다.

TDF를 고를 때 특히 핵심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의 형태다. 글라이드 패스란 비행기의 착륙 진입 경로를 뜻하는 항공 용어다. 젊은 시절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낮아지는 ‘생애 자산 그래프’를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에 빗댄 것이다.

같은 TDF 상품군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운용사가 설계해둔 상품 성향에 따라 글라이드 패스는 각각 다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성향과 꼭 맞는 상품을 선택하려면 글라이드 패스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 변화 정도는 글라이드 패스를 통해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